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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산불]"하도 짖어 나와보니"..10명 구한 영웅犬

조인우 입력 2019.04.06. 15:14

강원도를 집어삼킨 화마가 잠잠해진 6일 오전, 고성군 성천리의 한 버섯농장에서 백순이와 진돌이, 검돌이의 사연을 듣게 됐다.

지난 4일 화재 현장에서 사람들의 생명을 구한 영웅견(犬)들이다.

"대피하면서 개들 목줄을 풀어줬는데 불길이 너무 강하게 닥치는 바람에 백순이 목줄을 못 풀어줬거든요. 근데 똑똑하게도 개집 아래 바위 틈에 몸을 숨기고 불을 피했더라고요. 많이 놀랐는지 사람을 피해서 도망가고, 상태가 안 좋아서 걱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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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중이던 교인들 구한 백순·진돌·검돌
"하도 짖어대서 나와 보니 농장 불붙어"
개농장 21마리..철창 갇혀 불 못 피해
목숨 건진 개들도 기침·화상·상처 위험
【고성=뉴시스】고가혜 기자 = 6일 강원 고성군 성천리 소재의 한 버섯농장 앞에서 개 백순이가 산불로 피해를 입은 농장 앞에 서 있다. 2019.04.06.

【고성=뉴시스】조인우 고가혜 기자 = 강원도를 집어삼킨 화마가 잠잠해진 6일 오전, 고성군 성천리의 한 버섯농장에서 백순이와 진돌이, 검돌이의 사연을 듣게 됐다. 지난 4일 화재 현장에서 사람들의 생명을 구한 영웅견(犬)들이다.

백순이, 진돌이, 검돌이의 아빠이자 인근 교회 목사인 문종복(68)씨는 불이 난 날 저녁 예배 중이었다.

"그날 오후 7시부터 10여명이 모여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는데 개들이 하도 짖어서 나와보니 농장에 불이 붙어 있었어요. 개들이 사람을 살린 거죠."

백순이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심한 기침을 계속했고, 진돌이는 얼굴에 상처가 나 피가 맺혔다. 검돌이는 다리를 다쳐 절뚝이고 있었다.

【고성=뉴시스】고가혜 기자 = 6일 강원도 고성군 성천리 소재의 한 버섯농장에서 개 진돌이가 상처입은 부위를 앞발로 긁고 있다. 2019.04.06

"대피하면서 개들 목줄을 풀어줬는데 불길이 너무 강하게 닥치는 바람에 백순이 목줄을 못 풀어줬거든요. 근데 똑똑하게도 개집 아래 바위 틈에 몸을 숨기고 불을 피했더라고요. 많이 놀랐는지 사람을 피해서 도망가고, 상태가 안 좋아서 걱정이에요."

이날 취재진과 동행한 동물자유연대는 봉와직염 위험이 있는 진돌이만 우선 구조해 상처를 치료하기로 했다.

"개들이 사람을 구했으면 개들도 잘 키워줘야죠. 인근 병원으로 데려가서 상처부위를 째고 수술을 해야 할 것 같아요."(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고성=뉴시스】고가혜 기자 = 6일 강원도 고성군 성천리 소재의 한 버섯농장에서개 검돌이가 사람들의 손길을 받고 있다.2019.04.06

하지만 인접한 봉포리 개농장의 개들은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이 곳은 이번 산불 피해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다. 불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숨을 거둔 개들의 사체만 남았다. 일생을 철창 안에 갇혀 살던 개들은 죽음마저 그 곳을 나가지 못한 채 끔찍하게 맞았다.

"미치겠다, 정말 미치겠다. 어떻게 해야돼요, 철창 안에 갇혀서 얼마나 무서웠을까?"(조 대표)

개농장주가 지냈을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도 완전히 폐허가 됐다. 농장주는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개들을 가두고 있던 철창만 그대로 남았다.

갇혀서 죽은 21마리의 개들은 닥쳐오는 불길을 피하기 위해 몸부림친 모양새로 몸이 굳었다. 몸과 다리는 기괴하게 뒤틀렸고, 숨이라도 편히 쉬겠다는 듯 얼굴만 철창 사이로 내민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목숨을 건진 개들은 약 70마리. 털은 불에 그을렸고 몸은 재투성이가 됐다. 사람의 소리가 나자 살려달라는 듯 처절하게 짖어댔다. 연기를 마신 탓에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연신 '켁켁'대며 기침을 하면서도 사람을 향해 끊임없이 몸을 돌렸다.

"주인이랑 연락을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혼자 살겠다고 불을 피해 도망간 건데, 이거 다 불법이잖아요. 천벌 받아라, 진짜. 살아 있는 애들은 좀 데려가고 싶은데…."(조 대표)

"멀쩡해 보여도 속은 몰라요. 연기를 들이마셔 기침하던 개들이 걱정이죠. 살아서도, 불이 나기 전에도 건강하지 않은 아이들이었을 텐데 농장 주인이 없어서 당장 데려갈 수 있는 방법도 없네요."(동물자유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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