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처럼 휘감는 불..CCTV로 본 필사의 사투

박소희 2019. 4. 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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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네 여러분, 목요일 밤에 시작돼 온 국민이 마음 졸이며 지켜본 강원도 산불은 오늘 인제의 주불이 마지막으로 잡히면서 다행히 진화가 거의 완료됐습니다.

오늘 뉴스데스크는 곳곳에 설치된 방범용 CCTV에 담긴, 최악의 화마가 확산되던 그 순간의 상황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도저히 현실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강풍에 실린 불길들은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그 속에서 주민들은 필사의 탈출을 했습니다.

첫 소식, 박소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어둠 속에서 강한 섬광이 번쩍이더니 불과 3분 뒤 겉잡을 수 없이 불꽃이 퍼져나갑니다.

맨 처음 화재가 시작됐던 전신주에서 불꽃이 터지는 상황을 지켜봤던 어경미씨는 지금도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립니다.

[어경미/최초 발화 목격자] "전선이 스크래치가 나면서 팍 터진거야. 그 바람이 얼마나 센지. 거기서 전선 하나에서 불꽃이 튀면서 바람에 그냥 타고 넘어간거야. 너무너무 놀란거예요. 막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최초 발화 지점에서 발생한 불꽃들은 도깨비불이 되어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다닙니다.

한 시간 반쯤 뒤 발화 지점에서 7.9km 떨어진 복지회관 앞 도로.

마치 뱀이 휘감이 돌듯이 불꽃이 강풍을 따라 흐르고 있습니다.

초속 30미터 넘는 거센 바람에 할머니는 대피는 커녕 한 발자국, 내딛기도 힘듭니다.

바로 옆까지 불길이 다가오는데도 오도 가도 못한 채 간신히 나무를 붙잡고 버티던 할머니는 다른 주민의 부축을 받고서야 겨우 불길을 피합니다.

비슷한 시각 인근 교차로에도 불꽃이 휘날립니다.

마치 함박눈이 내리듯 흩날리던 불꽃은 잠시 뒤 곳곳에서 불길로 솟구쳐 오릅니다.

CCTV 화면의 명암이 바뀌는 건 주변이 불타며 밝아진 걸, 낮으로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차량들은 불길이 번지기 전 교차로를 빠져나가려 안간힘을 씁니다.

화재 발생 두 시간 뒤 발화 지점에서 8.2km 떨어진 또다른 교차로 도로.

불길이 바람을 타고 강한 화염을 일으키는 모습이 마치 전쟁터 같습니다.

[김계순] "불 덩어리가 막 날아오는게 그냥 완전히 새빨갰어. 새빨갰어요"

고성군을 지나 불길이 속초 시내까지 확산된 밤 10시쯤.

바람을 따라 집어 삼킬 듯 커져가는 거대한 불기둥 사이로 가족들이 허겁지겁 차에 올라탑니다.

필사의 탈출을 한 주민들은 대피소에 도착해서도 마음을 놓지 못합니다.

[최강해] "떨려서 뭐 걸음 걷기도 그래요. 떨려서 뭐… 입은 채로 그냥 나왔는데"

집과 건물, 산과 도로 가릴 것 없이 온통 불로 뒤덮인 CCTV 속 모습은 참혹했던 그 날 밤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습니다.

MBC뉴스 박소희입니다.

박소희 기자 (so2@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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