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눈을 어디에.." 레깅스, 나만 불편한가요?

박가영 기자 입력 2019.04.07. 06:00 수정 2019.05.0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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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불편러 박기자]미국서 불붙은 '레깅스 논쟁'..국내도 레깅스 착용 늘지만 불편한 시선 여전

[편집자주] 출근길 대중교통 안에서, 잠들기 전 눌러본 SNS에서…. 당신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일상 속 불편한 이야기들, 프로불편러 박기자가 매주 일요일 전해드립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레깅스는 노예 의상과 다를 게 없다."

미국 캠퍼스에서 때아닌 '레깅스 시위'가 벌어졌다. 이 시위는 여자 학생들의 레깅스 차림을 지적한 한 학부모의 편지에서 시작됐다.

4일 BBC 등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가톨릭계 사립대인 미국 인디애나주 노트르담 대학교 신문에 '레깅스 문제'(The legging problem)라는 제목의 기고문이 실렸다.

기고문 작성자 마리안 화이트는 자신을 네 아들의 엄마이자 가톨릭 신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가을 노트르담대에서 열린 미사에 참석했다가 짧은 상의에 딱 붙는 레깅스를 입은 여학생을 보는 것이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화이트는 "보고 싶지 않았지만 피할 수 없었다. 젊은 남성 입장에선 이를 더 무시하기 힘들 것"이라며 "레깅스 유행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다음 쇼핑 땐 아들 둔 엄마들을 생각해서 레깅스 대신 청바지를 골라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화이트는 레깅스를 '노예 의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스타워즈 영화를 보는 아들들에게 자바 더 헛이 레아 공주에게 비키니 노예복을 입힘으로써 그녀의 인격을 훔치려 했다고 설명한다"며 "여성의 몸과 노출에 초점을 맞춘 레깅스가 여성을 노예로 만드는 것이 혼란스럽다"고 설명했다.

화이트의 기고문을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노트르담대 학생들은 기고문이 게재된 다음 날인 3월26일을 '레깅스 프라이드 데이'(Leggings Pride Day)로 지정했다. 모든 사람이 함께 캠퍼스에서 레깅스를 입으며 여성들이 입고 싶은 옷을 입을 권리를 확인하자는 취지였다.

레깅스 프라이드 데이 당일 1000여명의 학생은 레깅스 차림의 사진을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업로드했다. 이들은 '레깅스데이 노트르담(leggingsdayND)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뜻을 모았다. 노트르담대 '레깅스 시위'는 현재 SNS상에서 열흘 넘게 지속하고 있다.

이 시위에 참가한 한 학생은 "화이트에게 해결책 하나를 제시하고 싶다. 아들이 레깅스 입은 여자들의 다리를 보는 게 걱정된다면, 아들에게 레깅스를 입혀라. 그럼 그는 자신의 다리에만 집중하게 돼 다른 사람 다리를 볼 겨를이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레깅스 프라이드 데이에 참여한 여성들의 모습./사진=트위터 캡처


◇레깅스, '자유의 나라'에서도 자유롭게 못 입는다?

미국에선 이 같은 논쟁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운동복의 일종인 레깅스를 일상복으로 입는 것이 적절한 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엔 미국 위스콘신주 케노샤 고등학교 측이 요가 바지를 입고 등교한 여학생을 집에 돌려보낸 사실이 알려지며 학생들과 갈등을 빚었다.
이 학교가 속한 케노샤 유나파이드 교육청은 5년 전 레깅스와 요가바지 등 몸에 붙는 옷 차림의 등교를 금지했으나 2018년 봄 이를 철회했다. 학교측은 철회된 규정을 여학생에게 적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케노샤 고등학교 학생들은 "학생의 복장은 학교가 결정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논란이 일자 교육청 측은 "복장 규정이 모든 학교에서 공평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미국 항공사는 레깅스 입은 승객의 탑승을 저지해 비난을 받은 바 있다. 2017년 3월 덴버 국제공항에서 미니애폴리스행 유나이티드항공 여객기에 탑승하려던 10대 소년 3명은 레깅스를 입었다는 이유로 게이트에서 탑승 제재를 받았다. 이 중 1명은 자신의 가방에서 치마를 꺼내 덧입고 비행기에 올랐지만, 나머지 2명은 결국 탑승하지 못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유나이티드항공은 "탑승을 거부당한 당사자들은 직원 할인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다. 직원 혜택을 받는 이들은 유나이티드항공을 대표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들에 대해 복장규정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명에도 불구하고 유나이티드항공 불매 운동까지 확산되는 등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레깅스 열풍이 거세지며 당분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의 2017년 레깅스 수입량은 2억장을 넘기며 사상 처음으로 청바지 수입량을 제쳤다.

◇한국서도 레깅스 논쟁…민망하다 vs 시선 거둬라

/사진=이미지투데이



우리나라에서도 레깅스가 '애슬레저'(일상복으로 입는 운동복)로 자리잡고있다.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3년 4345억원이었던 국내 레깅스 시장 규모는 △2016년 6380억원 △2017년 6800억원 △2018년 6950억원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직장인 정모씨(28)는 "레깅스 차림으로 동네 뒷산도 다니고 출근도 한다. 회사에 복장 규정이 없다. 출근할 땐 상의 길이에만 조금 더 신경 쓰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까진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다. '불편한 시선' 때문에 레깅스 착용을 망설이는 여성도 다수다. 평소 레깅스 차림으로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다는 직장인 김모씨(29)는 "움직이기 편해서 레깅스를 입는데 노골적인 시선 때문에 헬스장에서 입는 것조차 불편할 때가 있다. 레깅스를 좋아하지만 헬스장 밖에서 입는 건 시도도 못하겠다"고 전했다.

직장인 이모씨(27)는 "유럽 교환학생 갔을 때는 레깅스를 교복 수준으로 입고 다녔다. 한국에 돌아와서 레깅스를 입고 다녔더니 '레깅스만 입고 다닌다'며 뒷담화가 돌았다. 그 후엔 꼭 긴 상의를 챙겨 입고, 엉덩이 라인 등이 민망하지 않은지 확인하고 외출한다"고 말했다.

반면 레깅스를 일상에서 입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생 김모씨(21)는 "복장에는 TPO(Time·Place·Occasion, 시간·장소·상황)라는 게 있다. 보통 대학 수업을 들을 때 모자를 착용하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지 않냐. 레깅스도 그렇다. 때와 장소에 맞춰서 입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직장인 한모씨(31)도 "레깅스는 엉덩이 라인 등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편이라 외출복으로 입기엔 부적절하다. 내가 입어도 민망하고 남이 입은 걸 봐도 민망하다"고 말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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