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 국제재판 최종심을 앞두고 / 장정욱

입력 2019. 4. 8. 18:26 수정 2019. 4. 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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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발전 단지 들머리에서 교통 통제를 하는 노동자.

우리 정부의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 조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소송의 최종심(2심제) 결정이 이번주 안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결정이 규정상 심의기간인 90일보다는 늦어졌지만 최종심 위원이 지난해 10월부터 정원 7명에서 3명으로 줄어든 점과 상소 건수의 증가를 고려하면, 한국의 상소(2018년 4월) 이후 1년 만의 결정으로 예상보다 빠른 결정이다.

만약 한국이 패소해서 앞으로 15개월 이내에 수입금지 조처를 해제하게 될 경우, 정부는 방사능 피폭을 우려하는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또 이를 고려해 금지 조처를 유지할 경우엔 일본의 무역보복 조처를 감수해야 한다. 우리 정부로선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앞서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우리 정부가 단행한 수산물 수입금지 조처에 대해, ‘위생 및 식물위생조치의 적용에 관한 협정’(SPS협정)을 근거로 한국이 과학적 증명 없이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우리 정부는 전면 수입금지 조처와 함께 후쿠시마 인근 8개 현 이외의 수산물도 한국 쪽 검사에서 방사성 물질이 미량이라도 검출되면 스트론튬 및 플루토늄 등의 검사 증명서를 추가로 요구하도록 강화하는 한편 국내의 세슘 기준치도 종래의 ㎏당 370㏃(베크렐)을 100㏃로 낮춘 바 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3월 말 현재 일본 수산물 등 식품에 관한 수입제한 조처를 하고 있는 51개 나라 가운데 유독 한국만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했다. 지난해 4월 말 기준 일본 식품 수입액을 보더라도, 한국은 홍콩과 미국, 중국, 대만보다 적다. 중국은 금지 조처 대상지역도 한국보다 넓고(10개 도·현) 또한 수산물을 포함한 모든 식품 및 사료까지도 금지하고 있다. 한국만 제소한 데는 일본 국내 사정이 반영된 한-일 간의 정치적 갈등도 작용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의 미흡한 초기 대응도 영향을 끼쳤다. 예를 들어, 일본의 측정치를 그대로 인정한 점, 방사성 물질이 확산된 지역들이 일부 제외된 점, 중국과 달리 ‘수산물에만 한정’한 점 등이 미흡한 대목으로 꼽힌다. 심지어 바다도 없는 2개 현(군마·도치기)을 수산물 금지 지역으로 포함시키기도 했다.

이달 1일 현재 후쿠시마현 수산물의 경우, 송어·홍어 등 5종이 출하제한, 209종이 출하가능 상태다. 출하가능 기준치는 후쿠시마현 어업조합의 자주규제로 50㏃/㎏이다. 그러나 비록 국가 기준(100Bq/kg)보다 엄격하더라도, 무해하다는 안전치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원자력 추진을 위한 타협의 산물인 ‘규제치’일 뿐이다. 건강에 무해하다는 과학적 근거도 없는 만큼, 국민들이 수산물 섭취에 따른 ‘내부 피폭’을 피하려는 것은 당연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조처를 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필자는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아래의 내용을 제안한다. 첫째, 수입금지 대상지역을 8개 현이 아니라 방사성 물질의 확산경로에 걸맞도록 10개 도·현으로 확대해야 한다. 둘째, 수산물만이 아니라 모든 식품(가공품 포함) 및 사료까지 금지대상 품목으로 확대해야 한다. 셋째, 이런 품목들의 산지증명서와 검사증명서의 제출을 의무화해야 한다. 넷째, 스트론튬 등 베타선 검사증명서의 제출을 의무화해야 한다. 내부 피폭의 경우 감마선보다 베타선의 영향이 훨씬 크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해양으로 흘러나간 세슘과 스트론튬의 양도 거의 같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민의 안전은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어떠한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또 수입업자들도 저비용(현재도 후쿠시마산은 가격이 낮다)과 고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산지증명 및 검사증명을 철저히 확인하는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학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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