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국당 "탈원전 정책이 산불 원인".. 정말일까

이경태,곽우신 2019. 4. 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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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적자는 탈원전 아닌 연료비 상승 때문.. 점검수선 예산, 올해 1892억 증가

[오마이뉴스 글:이경태, 글:곽우신]

  
▲ 모두발언하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황교안 대표.
ⓒ 남소연
 
[검증내용]
 
"(강원 고성·속초) 산불 원인과 관련해 한국전력공사(아래 한전)의 예산 삭감이 원인이 됐다는 얘기가 있다. (중략) SNS를 중심으로 해서 우리 국민들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과 '태양광 정책' 때문에 한전의 경영수지가 악화됐고, 무리하게 이런 예산을 삭감했다고 본다. 그래서 이 모든 원인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는 점을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냉정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이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주장이다. 한전이 정부의 탈원전·태양광 정책으로 발생한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전신주·개폐기·전선 등의 교체·보강 등을 위한 배전설비 유지보수 예산을 무리하게 삭감한 것이 강원도 대형 산불의 근본 원인이란 얘기다. 실제로 이번 고성·속초 산불 원인은 강원 고성군 토성면 소재 전신주 개폐기와 연결된 고압전선에서 발생한 스파크(아래 이상불꽃)로 지목받고 있다.
 
정 정책위의장만이 아니다. 같은 당 김광림 최고위원도 "현재 발화 원인으로는 전신줄 정비 불량이 유력하게 거론된다"며 "한전 전력설비 안전예산이 2017년 6조8000억 원에서 2018년, 2019년 이 정부 들어서 20% 이상 줄었다. 탈원전으로 인해서 회사 내 경비 절감 차원에서 안전예산 줄인 것이 화근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이날 오후 열린 '강원도 산불 피해복구 지원 및 사고원인규명 연석회의'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한전의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한전이 누적적자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배전 유지보수 예산을 상당히 삭감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주장은 사실일까.
 
[사실검증①] 유지보수 예산 삭감? 점검수선예산은 오히려 증가
  
▲ 불당골 민가 화재 고성에서 4일 오후 7시 17분 발생한 산불이 속초 시 동명동까지 번졌다. 동명동 불당골 이 민가는 최초 발화지점으로 알려진 원암리 국도변에서 직선거리로 7.5km 떨어진 곳이다.
ⓒ 정덕수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역순으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 원전 이용률 감소를 메우기 위한 한전의 민간발전사 전력구입 등 비용 증가(적자 발생) → 배선 유지보수 예산 삭감에 따른 부실 관리 → 강원도 고성군 소재 전신주 고압전선 이상불꽃 발생 → 강원도 고성·속초 대형 산불 발생
현재 정확한 화재 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소방당국 등이 조사 중이다. 그러나 최초 발화 추정 지점 인근 CCTV로 확인한 결과, 전신주 개폐기와 연결된 고압전선에서 발생한 이상불꽃이 전신주 아래 낙엽 등에 붙어 불이 됐고, 이 불이 바람을 타고 인근 야산으로 옮겨 붙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전신주·개폐기·전선 등에 대한 한전 측의 부실한 관리 탓에 고성·속초 산불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추측으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8일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과 한 인터뷰에서 "강원도의 경우는 산림 가까이에 전선들이 지나가게 되는데 이것들이 나뭇가지에 의해서 절연 피복이 훼손되고 강한 바람에 의해서 전선들이 서로 맞부딪히다 보면 스파크가 튀면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대책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러한 의혹을 확산시킨 이유는 예산 삭감이다. 한전의 배전설비 유지보수 예산이 2017년 1조8621억 원에서 2018년 1조4418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4200억 원 감액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물론, 일부 언론들은 이 점을 지적하며 '안전예산 삭감 탓 산불 발생'이란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한전 측은 이날(8일) 이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따로 해명 자료를 통해 "적자 여부와 상관 없이 안전과 직접 관련된 예산은 지속적으로 증액하여 설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언론 등에서 지적한 예산 삭감 이유는 2015~2017년까지 지속된 투자로 인한 수요 감소로 인한 결과라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한전은 구체적으로 "배전설비 유지보수 예산 중 (투자 예산인) 설비교체보강예산은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집중적인 투자로 인해 2018년도 이후부터 설비교체보강 대상설비가 줄어들게 돼 2017년 대비 2018년 예산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배전설비에 대한 안전점검 및 순시 등에 소요되는 (배선설비 유지보수 예산 중의) 점검수선예산만 보면 매년 증액하여 집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한전 측이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배전설비 유지보수 예산 중 점검수선예산은 2016년 2731억 원, 2017년 2946억 원, 2018년 2948억 원으로 계속 증가했다. 2019년 점검수선예산은 484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92억 원 증가했다.
 
[사실검증②] 한전 "적자 전환의 주된 원인은 국제 연료가격의 급등"
  
 경주 월성원전 1~4호기 전경
ⓒ 이철재
자유한국당 주장의 첫 전제조건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탓 적자 발생"에 대해서도 한전 측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미 한전은 지난 2월 25일 이에 대한 반박 자료를 내기도 했다. 앞서 <조선일보>가 지난 2월 23일 "정부의 탈원전 정책 여파로 한전이 6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며 "지난해 원전 이용률이 3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그 공백을 메우느라 값비싼 LNG와 석탄발전을 늘렸기 때문"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당시 한전은 "2018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의 적자 전환은 국제 연료가격의 급등이 주된 원인"이라며 "이로 인해 연료비가 2017년 대비 3.6조 원 증가했고 민간 전력구입비도 2017년 대비 4.0조 원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단체도 '탈원전 정책 탓 한전 적자 발생' 주장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탈원전 정책 때문에 원전 가동이 중지돼 적자가 발생한다는 논리인데 그건 사실과 거리가 있다"라며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가동을 중단한 원전은 월성1호기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월성1호기의 발전용량은 600~700mw 정도라 요즘 1000mw급 석탄화력발전소 하나보다도 적은 편이다. 그것(월성1호기 가동중단) 때문에 비용이 엄청나게 증가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미세먼지 등을 이유로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줄이고 가스화력발전소를 돌리면서 연료비 등 비용이 증가했다고 보는 게 더 설득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검증결과]
 
한전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 탓에 발생한 적자를 줄이기 위해 배전설비 보수유지 예산을 삭감한 것이 고성·속초 산불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사실로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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