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5G 최강 화웨이 콧대 "한국 가르쳐주고 싶다"

장정훈 2019. 4. 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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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18만명 중 R&D 인력 8만명
전세계 31%가 화웨이 장비 사용
"삼성에 5G기술 1년 앞서" 자신
"스마트폰까지 약진 한국 큰 타격"


"5G기술 세계 최고"라는 화웨이 본사 가보니

"삼성전자보다 5G(세대) 통신장비 기술력이 12~18개월 앞서 있다. 한국 중소기업에게 5G 기술을 전수하고 싶다." 중국 선전(深圳)에 있는 화웨이의 R&D(연구개발)센터에서 만난 저우유에펑(周跃峰) 무선네트워크부문 마케팅 총괄(부사장)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1년 전만 해도 삼성이나 에릭슨 등 경쟁사의 기술 동향을 매일 체크했다"며 "지금은 참고할 만한 수준이 아니어서 챙기지도, 보고받지도 않는다"고도 했다.

중국 광저우의 선전에 있는 화웨이의 연구개발 센터에서는 2만여명의 연구개발자가 근무하고 있다. 화웨이는 선전 외에 동관단지에 있는 연구개발센터에도 6만 여명의 연구개발자가 있다. [사진 화웨이]

저우유에펭 총괄은 "전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이미 화웨이 장비로 통신하고 있다"며 "5G시대에는 그 숫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화웨이는 전세계 통신시장에서 31%의 점유율로, 경쟁자인 에릭슨(30%)·노키아(24%)·삼성전자(5%) 등을 앞선다. 서울에서 국내 이통 3사가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시작했지만, 화웨이는 이미 항저우·선전·밀라노·베를린 등에서 5G 기지국을 구축했다.

5G 경쟁에서 미래의 주도권 여부를 가릴 수 있는 특허 건수에서도 화웨이는 경쟁자를 압도한다. 세계지적재산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5G 관련 특허 출원 개수는 화웨이가 1529개로 노키아(1397개)나 삼성전자(1296개)보다 많다. 화웨이와 중국의 차이나텔레콤, ZTE, 오포 등의 5G 특허 건수(3400건)와 국내 삼성·LG전자의 특허 수(2040개)를 비교해도 중국이 훨씬 많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화웨이는 1987년 설립 이후 30여년 만에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의 최강자로 올라섰다. 화웨이 자체적으로 5G 장비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개발비 투자와 인력 양성이 비결로 꼽히지만, 국제 사회는 화웨이의 급성장 뒤에는 '중국 제조 2025'가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대 이란 제재법 위반 혐의로 캐나다에 의해 역류돼 있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를 기술을 훔치는 기업으로 맹비난하는 이유다.

중국 제조 2025는 통신 장비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2025년까지 40%, 단말기(스마트폰)는 45%를 각각 점유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더 나아가 통신망을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지원할 정보 실크로드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화웨이를 필두로 한 중국 통신산업은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며 "우리 수출산업인 단말기나 무선통신기기 등의 경쟁력 제고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맞먹는 연부 캠퍼스

화웨이 본사가 자리잡고 있는 광둥성은 통신장비와 자율차, 로봇, 인공지능 등 중국 최첨단 산업의 중심지다. 광둥성에서도 화웨이는 가장 혁신적이며 '중국 제조 2025'를 상징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연말 방문한 선전(深圳) 화웨이 본사는 여의도 면적(290만㎡)에 맞먹는 광활한 부지에 연구실과 생산팹, 강의실 건물이 즐비해 그 자체로 하나의 소도시를 연상시켰다.

화웨이가 창업한 지 불과 30여년 만에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로 성장한 비결은 뭘까. 또 중국은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 화웨이는 인민해방군 출신의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이 1987년 선전에서 설립했고, 홍콩에서 통신장비를 구입해다 중국에 파는 대리점이 모태였다. 저우유에펭 총괄은 화웨이의 목표에 대해 "우리 기술은 경쟁자보다 뛰어나고 가격은 훨씬 싸다"며 "전세계 고객의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애둘렀다.


한해 14조5000억원 R&D에 투자

하지만 급성장 비결에 대해서는 주저없이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라고 답했다. 화웨이의 2017년 R&D 투자 규모는 113억3410만 유로(약 14조5100억원). 세계 5위로 1위인 삼성전자(약 17조 1800억 원)에 못 미치지지만,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등을 고루 한다면, 화웨이는 통신장비와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체 R&D 예산 규모도 크지만 더 놀라운건 중국 인구 13억명 중 선발된 우수 R&D 인력이다. 화웨이는 18만명의 임직원중 8만명이 연구직이다(44%). 전체 임직원 평균 연령은 29세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체 32만여명중 R&D 인력은 6만5000여명(약 20%, 2017년 기준.) 저우유에펭 총괄은 "선전은 중국 젊은이가 가장 선호하는 도시"라며 "선전으로 몰린 젊은이가 다시 화웨이로 몰린다"고 말했다.


R&D인력 평균 연령은 29세

화웨이는 중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 선전을 기반으로, 가장 젊은 인력을 가진 회사라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화웨이가 지난해말 "10년 내에 인공지능(AI) 전문 연구인력 100만명을 양성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런 토대가 바탕이 됐다.

여기에 화웨이는 부인하지만, 중국 당국의 현장에 밀착한 로드맵과 대학·금융·정책을 망라하는 전폭적인 지원이 겹쳐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2015년 발표한 '중국 제조 2025'에서 자국 업체들이 통신분야의 양대 축인 5G 통신과 차세대 네트워크장비 산업의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이같은 목표를 화웨이나 ZTE, 오포, 비보 같은 중국 IT업체들이 차근차근 구현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장비 세계 점유율 이미 31%

중국은 통신 분야에서 2025년까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통신 장비는 40%, 단말기(스마트폰)는 45%, 단말기에 들어가는 핵심 칩(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은 20%를 차지하겠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해놓고 있다. 현재 통신장비만 따질 경우 화웨이의 점유율(31%)은 이미 목표치(40%)에 근접해 있다.
현재 통신 장비 시장의 점유율 9%를 2020년까지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삼성전자와 충돌할 수 밖에 없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제조 2025의 통신분야 목표는 우리 수출 주력인 무선통신제품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며 "중국과 경쟁 심화로 수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중국은 중국 제조2025를 추진하며 내수 시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2025년까지 통신장비는 내수시장의 80%, 단말기 역시 80%, 모바일칩은 40%를 자국산으로 채울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중국내 점유율이 0%로 급감한 것 역시 중국 제조 2025의 이같은 정책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중국, 내수 시장 걸어잠궈 국내 업체 타격

통신장비뿐 아니라 연 14억대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중국과 한국은 부딪힌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지난해 삼성전자의 판매 대수는 3억대 밑으로 떨어지며 점유율도 20% 이하로 내려갔다. 반면 화웨이는 2억600만대를 팔아 처음으로 2억대를 돌파했고, 시장 점유율(12%)도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여기에 오포(6.3%)·비보(5.4%)의 점유율을 화웨이와 합산하면 23.7% 정도다.

중국제조 2025의 목표치(45%)에는 아직 못미치지만, 중국산 스마트폰의 약진도 갈수로 거세지고 있다. 올해는 화웨이를 비롯한 ZTE, 비보 등이 5G폰을 출시하며 세계 첫 5G 상용화폰을 출시한 삼성전자와 맞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인 AP칩에서도 현재는 미국 퀄컴과 삼성전자가 강자지만, 화웨이는 두 회사에 버금가는 7nm급 AP칩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휴대폰속 모바일 AP칩도 자체 개발

중국의 시선이 현재 통신 분야에 머물지 않고 광통신으로 대변되는 차세대 네트워크에 가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은 통신 분야에서 '자본+산업'이나 '건설+운영서비스'를 묶은 패키지를 얹어 자국 업체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은 "중국은 5G통신의 국제 표준 작업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 성장했다"며 "이같은 5G 기술력을 기반으로 이미 제조업과의 융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무서운 점"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베이징·선전·충칭·항저우·텐진(중국)=장정훈·박태희·강기헌·문희철·김영민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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