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5G폰 집중할 때..미·중 5G 인공지능·자율주행 키웠다

장정훈 입력 2019. 4. 9. 05:00 수정 2019. 4. 9.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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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개통국 무색, 산업적 활용 소홀
콘텐트 1020용 VR·AR 게임 일색
서비스 거점도 미국의 절반 수준
전국망 대비 5G 기지국 아직 10%

위기의 한국 5G 생태계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더케이아트홀에서 열린 세계 최초 5G 상용화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5G 상용화 기념행사를 마친 후 박정호 SK텔레콤 최고경영자,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왼쪽부터)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5G 개통은 세계 최초, 준비 상황은 세계 3위, 콘텐트는 1020세대용 게임뿐….'
한국이 간발의 차이로 미국을 제치고 5G 세계 최초 타이틀을 지켰지만, 5G 준비상황이나 활용 방안은 중국이나 미국 등에 비해 한참 뒤쳐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8일 정부가 5G 생태계 구축에 3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발표했지만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5G 산업 육성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한국, 작년 세계1위→올 3위로 떨어져

미국 이동통신산업협회(CTIA)는 최근 지난해까지 세계 1위였던 한국의 5G 경쟁력이 올 들어 미국과 중국에 뒤진 3위로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CTIA는 '세계 5G경쟁력 보고서에서 "5G망이나 산업과 연계한 활용방안 등에 대한 투자에서 미국과 중국이 앞서기 시작했다"며 "한국은 이같은 준비가 늦어지면서 일본이나 영국 등에도 추격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5G 경쟁력이 높아진 이유는 우선 5G망 구축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올해 연말이 되면 해리슨 카운티(미시시피주)나 피닉스(애리조나주), 내슈빌(테네시주) 등 92개 도시에 5G 서비스 거점이 깔려 한국의 2배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한국의 순위가 추락한 것은 5G의 산업적 측면을 소홀히 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국이 개인간 통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미국과 중국은 5G를 인공지능·가상현실·자율주행·스마트홈 등 4차 산업혁명의 인프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미국은 제조업 강화, 군사 안보나 우주 개발 분야에서 5G의 활용 방안을 찾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5G의 주도권을 강조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5G 콘텐트, 스포츠·게임·공연 일색

우리는 CTIA의 지적대로 5G의 커버리지 범위(기지국 수), 단말기 가격, 요금제 같은 통신 차원의 문제에 갇혀 산업적 인프라로서의 활용방안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게다가 통신 영역에서도 5G의 대중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이동통신사의 5G 기지국이 현재 전국망(20만~30만개) 대비 10% 남짓에 불과하다. 5G용 단말기도 부족하고, 가격은 119만~135만원으로 높다. 요금제 역시 5G를 제대로 쓸려면 7만∼9만원대를 가입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이통사가 준비한 5G용 콘텐트가 VR(가상현실)이나 AR(증강현실)등의 스포츠, 게임, 공연 일색이라는 점이다. 장재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5G 콘텐트가 주로 1020 세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실구매자인 4050 세대용 콘텐트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거기에 5G망 장비도 삼성전자 네트워크 장비가 사용되고는 있지만, 에릭슨이나 화웨이·노키아·시스코 등 해외 장비가 더 많다는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사실 삼성전자나 이통3사가 지난 3일 한밤중으로 서둘러 앞당긴 정부의 5G 세계 최초 개통 일정을 따라간 것은 5G의 산업적 측면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먼저 삼성전자의 경우 5G폰을 세계 최초로 출시할 경우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자인 아이폰(애플)이나 메이트30(화웨이)과의 경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

또 화웨이에 뒤져 있는 통신장비 시장에서 2020년까지 20%를 점유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세계 최초 개통이란 타이틀이 필요했다.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5G의 성공적인 서비스를 구현할 경우 4G에서 5G로 전환중인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통 3사 역시 5G 시대로 진입할 경우 '내수 산업'이란 꼬리표를 뗄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세계 최초로 5G를 이용한 스마트 팩토리나 스마트 팜 같은 솔루션을 개발해 운용할 경우 해외 수출길을 열 수 있다고 계산한 것이다.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는 이제 시작

실례로 조선소에 5G망을 깔면 생산 공정별로 모든 과정을 들여다보며 실시간으로 생산 과정의 오류를 파악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또 공장에서 자동차가 출고될 때부터 5G통신 모듈을 장착하면, 교통관제센터에서 전국의 교통량이나 운행상황을 파악해 고속도로 통행시간이나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세계 최초가 중요했던 것은 자율주행차나 스마트팩토리 등의 솔루션을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정부가 5G 개통일만 강조하면서 산업적인 활용 방안을 챙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정부가 뒤늦게 5G 생태계 구축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다행이란 분석이다. 이통사들은 이제라도 후속 조치로 망 구축 속도를 높이기 위해 망 중립성에 대한 재검토를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게임처럼 데이터를 많이 쓰는 콘텐트는 데이터 이용료를 감면해주는 제로 레이팅(Zero Rating)을 도입할 것을 주장한다. 또 통신 등 산업계 전반에선 정부가 스마트 교통이나 스마트 물류 등이 포함된 5G기반의 스마트 시티 성공 모델을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

김연학 서강대 기술전문대학원 교수는 "5G인프라가 구축되면 전세계 기업들이 자율주행이나 원격조종, 스마트 홈 등 구체적인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며 "개인간 통신보다 4차산업 인프라로 5G를 어떻게 활용할 지 더 세심하게 전략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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