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양진호 회장 마약 구매 정황 통화내용 입수

허환주 기자 2019. 4. 9.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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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셜록 공동보도] 양진호가 주문한 하얀 가루의 정체는..

[허환주 기자,서어리 기자]

 

영상주소: https://youtu.be/2Atc9rjNwb4

아침 8시 25분.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은 과천 OOOO 호텔로 전화를 건다. 수화기 너머 양 회장의 목소리는 조급해 보였다. 

양진호 : 빈방 있나요?
호텔 직원 : 오늘 숙박하시는 거세요? 숙박 가능하세요. 
양진호 : 한두 시간 뒤에 갈게요. 
호텔 직원 : 방 사이즈는요? 
양진호 : 침대 두 개짜리요. 
호텔직원 : 트윈방으로 해드릴게요. 
양진호 : 2박 3일로 할 수 있을까요? 일요일 월요일. 
호텔 직원 : 예약 도와드릴게요. 

통상적인 호텔 예약으로 보이지만, 이상한 점이 많다. 양 회장은 왜 아침 9시도 안 된 시간에 트윈룸을, 그것도 2박3일로 예약했을까. 피곤해서 잠을 자려 했다면, 굳이 이렇게 예약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호텔 위치는 과천. 양 회장의 당시 집도 과천이었다. 그는 왜 호텔을 예약했을까. 


양 회장 "순도가 전에는 좀 아니었던 거 같아요"

이야기는 양 회장이 호텔을 예약하기 이틀 전으로 돌아간다. 당시 양 회장은 충북 단양에서 건강원을 운영하는 A씨와 전화통화를 한다. 

양진호 : 두 개만 못 구할까요. 누런 거는 제가 해본 것 중에 최고로 나쁜 거였습니다. 아흐.. 그 그.. 
A : 그거는 내가 전화를 해볼 게요 지금. 누런 거가 확인해서 전화해볼게요. 
양진호 : 누런 거 정말 싫거든요. 아휴 그거 뭐 아주... 효과도 반도 안 되고.
A : 알겠습니다. 제가 금방 전화드릴게요. 

그리고 3시간 있다가 다시 통화가 이어진다. 

양진호 : 내일 오후에 받을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A : 부산까지 갔다 와서 3개 정도로 얘기하더라고요. 
양진호 : 내일 오후에 전화를 드릴게요. 노란 거는 정체가 뭐랍니까? 
A : 몰라요 나는. 
양진호 : 그걸 하면 정말 사약(사양)인데. 
A : 내가 나중에 하얀 걸로 이야기했어요. 나는 모르지. 

그리고 다음 날, 양진호 회장은 건강원 A씨에게 "3시경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사람 보내겠습니다. 어제 계좌로 (물건값을) 입금했는데 확인했나요?"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볼멘소리를 한다. 

"순도가 전에는 좀 아니었던 거 같아요." 


건강원에서 물건 주문하고는 곧바로 2박3일 호텔 예약

양 회장은 A씨와 통화를 끊고는 곧바로 회사 직원 B씨에게 전화를 한다. 직원 B씨는 이미 여러 차례 단양 건강원을 다녀온 듯 보였다. 

양진호 : 00, 어딨냐. 너 알바 좀 해라. 단양 다녀올래? 
직원 : 주소 알고 있습니다. 
양진호 : 건강원 사장님이 뭘 주실 거야. 내방 책상에 올려놓으면 돼. 

그런 뒤, 양 회장은 다시 건강원 A씨와 통화를 하는데, A씨는 이번에 보내는 물건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A : 색깔이 약간 노란 게 있고. 하얀 거는 예전에 쓰던 거라서 좋고. 두 개가 만약에 아팠다 그러면 여기서 바꿔준대요. 
양진호 : 그럼 처음부터 바꿔주시지...
A : 지금은 없고. 하다가 마음에 안 들면 그렇게 해준대요. 물건은 제일 좋은데, 찝찝하면 해준다니까. 
양진호 : 괜찮습니다. 
A : 하나는 저번에 쓰던 거라서 일부러 좋은 거 하나 더 넣어줬대요. 삼(산삼)도 두 뿌리씩 줬어요. 

요는 이전보다 좋은 물건으로 넣었고, 그 물건을 보내는데, 삼을 옵션으로 넣었다는 이야기다. 이후 양 회장은 단양으로 보낸 B직원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 등을 채근하며 건강원 A씨가 보낸 물건을 기다린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양 회장은 트윈룸으로 2박3일 호텔을 예약한다. 

대체 그 '물건'의 정체는 무엇일까. 

양 회장, 내연 관계 추정 여성에게 "우리 쫑파티 할까?"

양 회장이 0000호텔을 이용한 다음 날, 당시 양 회장과 내연 관계에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 C씨와 통화한 내용을 보면, 이 물건의 정체가 어느 정도 예상된다. 

양진호 : 내가 마약 관련해서 형부(동서)를 통해서 협박을 받았어. (경찰에) 찌르겠다고. 내가 그때 받을 때, 3개를 받았고, 같이 하나 넣었었고. 한 2개 남아있다고 보면 되는데. '투여약' 12개쯤 남아있어. 내 생각은 향후 올해 내내 다툼(부인과 이혼 소송)을 벌일 텐데. 나는 매사에 전략을 갖고 움직이고. 저쪽은 전략이 없이 간을 보는 듯이 움직이는 스타일이어서. 결과야 뻔하겠지만 나는 관리 모드에 들어가야 해. 이제 더 이상 약을 하면 안 되는 상황이야. 정확히 알고 있어야해. 
C : 그럴게요. 
양진호 : 우리가 한 달 가까이 안 한 적이 있잖아. 그때부터 계속 안하면서 관리를 했었어야하는데... (중략) 약 두 개가 남았는데 나는 오늘 한 가지 선택이 있어. 저 약 오늘 쓸 만큼 쓰고 나머지는 좀 남을 텐데 버린다. 지금 버린다. 이 선택이 있어. 이 둘 다 나에게 의미가 없어. 그냥 버린다야. 이래도 버리고 저래도 버리고... 네가 아니라 약 말하는 거야.
C : 네 오빠. 에휴...
양진호 : 네가 엄한 짓을 해도, 딱 그 순간 버리면 돼. 우리 저... 쫑파티 한 번 할까? 
C : 좋아요 오빠. 
양진호 : 0000호텔는 말고.
C : 저희 집으로 오세요. 그냥.

이쯤 되면 이것이 무엇인지 추측이 가능하다. 취재팀이 만난 대검찰청 마약수사과 직원, 전직 마약사범, 마약중독자를 치료하는 정신과의사 등은 양 회장이 단양 A씨에게 받은 하얀색 물건 내지 약은 필로폰(메스 암페타민)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노란색은 정제가 덜 된 헤로인으로 추정된다.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통화 내용만으로는) 딱 특정하기는 불가능할 것 같다"면서도 "필로폰일 가능성이 가장 높기는 하다"고 설명했다. 

마약 투여 사실 숨기려 은폐 모의하기도

취재팀이 양 회장의 구입 물건이 마약이라고 판단하는 근거는 이외에도 여러 가지다. 하나하나 짚어보자. 

양진호 회장은 당시 부인에게 가정폭력으로 고소된 상태였다. 양 회장 부인은 2013년 3월, 그리고 2013년 12월, 양 회장에게 두 차례 폭행을 당한 바 있다. 당시 양 회장 부인 ㄱ씨는 코뼈가 주저앉고, 손가락 골절을 당하는 상해를 입었다. 또한, 온 몸에 멍이 들 정도로 양 회장에게 폭행을 당했다. 

ㄱ씨는 2013년 12월, 과천경찰서에 양 회장을 고소했고, 그 다음 해 2월, 가정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프레시안>과 <셜록>이 단독 입수한 통화내용은 2014년 1월부터 2월 사이, 폭행으로 고소를 당하고, 이혼소송을 제기당할 무렵까지를 기간으로 두고 있다. 

양 회장과 ㄱ씨가 2013년 4월 14일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보면, 양 회장은 스스로 마약을 복용했다는 식으로 알리기도 했다. 

"네가 모르는 내용이 있다. 사실 난 그때(2013년 3월 아내 폭행 당시) 아주 독한 각성제를 복용한 후여서 제 정신이 아니었어. 각성 중에는 뭔가에 꽂히면 엄청 심하게 매몰돼서. 그게 한 삼일 간다(중독된 상태가 사흘가량 지속된다). 너무 고통스러운데 정말로 (회사 업무가) 내 능력과 힘을 넘어서는 상태가 되니 약을 복용한 상태로 일을 했어. 약이 깰 때는 후유증이 심한데, 그때 또 복용하면 된다(괜찮다). (하지만) 주말이라서 일을 안 해도 되어서 약을 안 먹었더니, 후유증이 있는 상태에 아이들도 없어서 네게 상처를 줬다(너를 폭행했다). 


양 회장은 자신이 각성제를 복용했다고 표현했지만, 이는 필로폰 투여를 숨기기 위한 트릭일 가능성이 크다. <프레시안>과 <셜록>이 입수한 통화 내용에서 양 회장은 단양 A씨와 마약 관련 증거를 없애기 위한 논의를 벌이기도 한다. 당시 양 회장은 전 부인 ㄱ씨에게 폭행으로 고소를 당한 상태에서 경찰 소환조사를 받지 않고 계속 미루고 있는 상황이었다. 

양진호 : 술은 모르고 각성제하는 건 알고 있어서. 제가 그냥 타이밍 잡아서 넘기긴 했는데. (ㄱ씨가) 돈을 뜯어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A : 그걸 조심해야 해요. 병원에 각성제 있잖아요. 근거만 제시해놓으면 이상이 없어요. 
양진호 : 각성제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A :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가지고... 그거를 제가 (알아보고) 전화 다시 드릴게요. 

이후 채 5분도 되지 않아 둘은 다시 전화통화를 이어간다.

A : 신경정신과 있죠. 거기만 가면 된대요. 이야기하면 다 해준다네요. 강남에서. 
양진호 : 약국에서 먹으면 도핑테스트 나오는 게 뭐가 있을까요? 그거 찾고 있거든요. 약국에서 감기약인가 뭔가 도핑테스트에 걸리는 게 있다네요. 도핑테스트하면 나오는 게 있대요. (중략) 3개월이 지나면 제가 머리가 다 날 것 같아요. 제가 머리가 짧으니까. 3개월 동안 (수사를) 질질 끌고 해놓을 건데, 3개월쯤 지나면 머리가 다 나올 거 같아서. 3개월 동안 제가 그거(마약)를 안 하고 수사를 질질 끌어서 하려고 하니 걱정마십시오. 어떤 경우에도 저는 의리 지킵니다. 
A : 나는 걱정 안 해. 나야 문제가 아닌데... 6개월까지 그게(마약). 6개월까지 나올 거야.
양진호 : (마약 검출이) 머리카락에서 나오는 거고요. 저는 머리가 짧고, 금방 자라는 편이라서 빨리빨리 자르면 3~4개월이면 충분할 것 같아요. 

약을 자신이 공급했다는 것이 들킬까 우려하는 A씨였다. 그러자 배포 큰 양 회장은 A씨에게 안심하라며 큰소리를 친다. 

"아유, 선생님 신경 쓰이게 하지 않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저는 어떤 경우에도 의리 지킵니다. 절대로 저 의심하지 마십시오. 걱정도 하지 마시고요." 

요는 마약 성분이 검출되는 시판 약을 먹어서, 추후 있을지 모르는 경찰 조사에 대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마약 성분이 검출되는 기간이 3개월이기에 이 기간 내에 경찰 소환 조사를 받지 않겠다는 게 양 회장의 대비책이었다. 

양 회장은 부인 폭행 사건의 경찰 조사 과정에서, 마약 검사를 받을까 걱정했던 셈이다. 

▲ 단양 A씨가 운영하는 건강원. ⓒ프레시안(허환주)

양 회장, 여러 여성에게 마약 강요, 강제 투여하기도

은폐 의혹도 의혹이지만 양 회장 마약 투여 혐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짚어야 할 부분은 양 회장이 마약을 혼자서만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취재팀이 확인한 바로는 양 회장은 다수의 여성에게 마약을 강요했거나 강제로 투여했다. 

양 회장이 강제로 하얀 가루가 든 주사기를 자신에게 찌른 뒤, 열이 나고, 환청이 들릴 뿐만 아니라 잠도 자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여성들은 이야기한다. 이 증상은 필로폰의 효능과 상당히 비슷하다. 

뿐만 아니라 양 회장은 자신의 전 부인 ㄱ씨에게도 강제로 필로폰을 투여하려 하기도 했다. 

"피고(양진호)는 일회용 주사기에 약물을 담아 집에까지 들고 와서는 원고(부인 ㄱ씨)에게 약물을 함께 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2013년경) 그러나 부인이 화를 내며 거절하였고. 피고는 자신을 무시하고, 사랑하지 않는다며 화를 내며 집을 나가버렸다. 그때마다 원고는 피고에게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끊어야 한다고 설득했지만 피고의 일탈 행동은 바뀌지 않았다." ㄱ씨가 이혼소송에서 제출한 준비서면 중

이렇게 여성들에게 강제로 투여 내지 투여를 시도한 것으로 보이는 마약은 단양 A씨가 공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양 회장의 마약혐의에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은 A씨라는 의미다. A씨는 건강원을 운영하면서 트로트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취재팀이 확인한 바로는 A씨의 건강원에 오랜 기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 회장의 직원들이 방문했다. 즉, 양 회장이 그만큼 오랜 기간, 셀 수 없이 마약을 했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단양 A씨는 이러한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취재팀을 만난 A씨는 "양 회장이 삼을 많이 주문해서 회사 직원들이 여러 차례 와서 가져가곤 했다"면서도 "마약을 거기에 넣어서 보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A씨는 본인 모르게 삼 상자 속에 다른 사람이 마약을 넣었는지는 모르겠다며, 제3자가 마약을 공급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양 회장에게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 방법을 알려준 것을 두고도 "양 회장이 다른 데 가서 무엇을 했는지 몰라도, 그런 것(마약)을 한다면 조심해야 하지 않느냐고 이야기한 것"이라며 "양 회장이 삼을 많이 팔아주니 (마약을 한다는 전제를 가정한다면 마약이) 검출되지 않도록 잘하라는 이야기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A씨는 인터뷰 말미에 "양 회장이 뽕도 많이 사고, 마약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나도 이런 사람(마약상)이 있다고 소개해준 적 있다"고 실토했다. A씨는 "하지만 이후에는 그런 거 하지 말라고 만류했다"며 자신이 마약을 전달하거나 권유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 양진호 회장이 체포될 당시, 그가 숨어 지낸 곳에서 발견된 염색약. ⓒ프레시안

권익위, 양 회장 마약혐의사건, 대검에 이첩

경찰은 작년 11월, 양진호 회장의 갑질 영상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마약 혐의도 조사했다. 양 회장의 전 부인은 단양 A씨를 지목하며 마약을 그곳에서 공급받는다고 경찰에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단양 A씨를 조사하지 않았고 양 회장에게서 마약 '음성' 반응이 나오자, 곧바로 마약 관련 수사를 일단락 지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양 회장이 은신해 있다가 체포된 성남 분당구의 오피스텔에서는 양 회장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염색약이 발견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염색약을 과다하게 사용할 경우, 마약 성분 검사에서 '판정 불가' 판정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비록 양 회장이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체포 직전 마약 성분 검출이 나오지 않도록 온갖 방법을 동원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양 회장의 마약혐의 관련 내용을 제보 받고, 지난 2일 대검찰청에 제보 내용을 이첩했다.


(프레시안-셜록 공동취재)


허환주 기자,서어리 기자 (kakiru@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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