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가 고준위핵폐기물 '공론화'를 반대하는 이유

박석철 2019. 4. 1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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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건설 재개, 핵발전소 없는 수도권이 결정' 사례될까 우려

[오마이뉴스 박석철 기자]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이 10일 오전 울산시청 정문 앞에서 '정부의 고준위핵폐기물 공론화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정부가 포화상태에 이른 고준위핵폐기물 저장시설을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원전이 즐비한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 수년 간 시민사회단체가 반대한 울산 울주군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공론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됐지만 오히려 핵을 찬성하는 공론화 여론에 밀려 건설이 결정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신고리 공사재개로 충격 휩싸인 울산 진보 진영)

울산지역 5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는 10일 "신고리 5·6호기는 3개월 만에 공론화를 진행했는데, 정부 입장 없이 국민들끼리의 찬반 논쟁만 부추겼다"면서 "당시 478명 가운데 울산지역 시민참여단은 7명으로 사실상 핵발전소 없는 수도권이 건설 재개를 결정했다"고 상기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고준위 핵폐기물 공론화 계획을 접하면서, 정부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어떻게 관리할 계획인가를 묻는다"면서 "정부 계획 없이 공론화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뜻인가"고 반문했다.

지역 시민사회가 고준위 핵폐기물 공론화를 우려하는 이유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 3일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구성에 관한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재검토 위원을 '중립적인 인사 15명 내외로 구성하겠다'고 했다. 또 '재검토위원회 남녀비율을 균형있게 배치하고, 미래세대를 대표하는 20~30대 인사가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도 밝혔다. 정부가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에 대한 공론화를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는 정부가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방안을 두고도 재검토위원회를 중립적 인사로 구성하고, 위원회가 정한 기간 안에 공론화를 진행해 거기서 나온 결과를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정책으로 삼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에 대한 해법을 가진 나라는 없는데 공론화로 결정한다는 것이 무리라는 것이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는 10일 오전 울산시청 정문 앞에서 '정부의 고준위핵폐기물 공론화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재검토위원회에 핵폐기물 관리방안 맡길 수 없다"면서 "정부는 고준위 핵폐기물 졸속공론화를 중단하고 국민에게 고준위 핵폐기물 존재를 알려라"고 촉구했다.

이어 "우리는 정부가 공론과정을 전국공론화와 지역공론화로 나누어 진행할 계획이라고 예측한다"면서 "지역공론화는 핵발전소 안에 고준위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을 증설할 것인지를 지역에서 결정하라는 정부 의도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핵발전소 부지 내에 있는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시설이 가득 차자, 이를 추가로 저장할 저장시설이 필요한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산업부는 이렇게 졸속으로, 사회적 논의 없이 재검토위원회 구성 입장을 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울산시청 반경 24km 이내에 전국 고준위 핵폐기물의 70%가 쌓여 있는데 여기에 임시저장시설을 더 짓는다면 이것이야말로 울산을 고준위 핵폐기장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최종처분장이 30년 뒤에 마련될지, 50년 뒤에 마련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며, 최종처분이 가능한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핵폐기물 처분 대책 없이 대용량 핵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며, 핵폐기물 처분방안이 없으면 핵발전을 멈추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정부가 '핵발전을 멈추지 않기 위한' 공론화를 진행하는 것을 우려하며, 임시저장시설 증설 시도를 막아낼 것"이라고 재차 천명했다.

이어 "정부는 '공론화 꼼수' 쓰지 말고 진정한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방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논의부터 시작하라"면서 "우리는 재검토위원회에 핵폐기물 관리방안을 맡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고준위 핵폐기물은 현재 핵발전소 부지 안에 임시저장시설이라는 이름으로 보관돼 있다. 점차 고준위 핵폐기물이 쌓이자 현재 모든 핵발전소의 습식 저장시설에 조밀하게 저장돼 있다. 핵폐기물 발생량이 많은 월성 1~4호기에는 건식저장시설까지 들어서 있다.
 
지난 30년 동안 핵폐기장 부지선정을 위한 정부 정책이 처음에는 정부 주도형이었지만 이후 유치 신청지역 지역자원사업 제시 → 부지공모 형식 → 사업자 주도형 → 유치공모 방식 → 공론화로 이어지고 있다.

핵폐기장 건설계획이 번번이 주민 저항에 부딪치자 공론화+지원금을 제시하면서 성사시킨다는 지적이다. 
 
스웨덴의 경우 1991년부터 9년에 걸쳐 핵발전소 8개 지역 타당성 조사를 완료했고 이 조사를 통해 지질학적 부적합지와 주민 거부지역은 제외하고, 두 지역을 최종처분장 후보지로 정했다.

하지만 스웨덴 환경법원은 핵폐기물 보관용기가 부식될 우려가 있다며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아 최종처분장 건설허가 신청을 거부했다.
 
핀란드는 1983년 방사성폐기물 정부원칙 수립 후 327개 지역 환경영향평가 진행, 1987년 5개 지역 부지특성조사 진행, 1993년 7년 동안 부지 상세조사 진행, 2000년 온킬로오토가 최종 후보지로 선정, 2016년부터 처분장 건설을 시작했다.

핀란드는 20년 동안 진행한 부지조사와 부지선정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했고 지하 500미터 화강암반 동굴에 핵폐기물을 심지층 처분할 계획이지만, 처분 용기인 구리 원통의 부식 가능성, 화재와 폭발 위험, 지하수 유입 등의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정확한 해법은 없는 셈이다.
 
따라서 모든 국민이 고준위 핵폐기물 위험성과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방안 없음을 알면 탈원전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시민사회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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