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6만7000년 전 신종 인류 '호모 루조넨시스' 발견

윤신영 기자 2019. 4. 11.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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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북부 섬에서 약 5만~6만 7000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종의 인류 화석이 발견됐다.

유라시아 지역에 현생인류(호모 사피엔스)가 이미 살던 때로, 이 시기 아시아 지역에 기존에 생각하던 것보다 더 다양한 인류가 공존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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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진화 역사 다시 쓰게 될지도
필리핀 북부 섬인 루존 섬 칼라오 둥굴의 풍경이다. 연구팀은 이 동굴에서 연대가 최대 6만 7000년까지 내려가는 지층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던 복합적인특성을 지난 뼈화석이 발굴됐다. 사진제공 파리자연사박물관

필리핀 북부 섬에서 약 5만~6만 7000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종의 인류 화석이 발견됐다. 유라시아 지역에 현생인류(호모 사피엔스)가 이미 살던 때로, 이 시기 아시아 지역에 기존에 생각하던 것보다 더 다양한 인류가 공존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편 이 인류가 현생인류에 가까운 신체적 특징과, 200만~300만 년 전에 살던 아프리카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류와 비슷한 특징을 동시에 지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유라시아에 처음으로 진출한 인류가 호모 에렉투스이며 다른 인류는 그 후손이라는 인류진화의 기존 ‘정설’에 의문이 제기됐다.

필립 파이퍼 호주국립대 고고인류학과 교수팀은 필리핀 북부 루존 섬의 칼라오 동굴에서 발굴한 치아와 손가락뼈, 다리뼈 등 인류화석 13점을 분석해 그 결과를 학술지 ‘네이처’ 10일자에 발표했다. 파이퍼 교수팀은 일곱 개의 치아와 손뼈 두 개, 발 뼈 세 개, 그리고 넓적다리 뼈 하나를 발굴해 각각의 특성을 분석했다. 이들은 성인 두 명, 어린이 한 명에게 나온 뼈며, 형태와 크기, 특징이 호모 사피엔스나 호모 에렉투스 등 비슷한 시기에 아시아 지역에 살던 인류와 달랐다. 연구팀은 이 화석의 주인공에게 지역 이름을 따서 ‘호모 루조넨시스’라는 이름을 제안했다. 

이상희 미국 UC리버사이드 인류학과 교수는 “치아와 손가락뼈, 발가락뼈만 가지고는 신종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기에 새로운 종인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며 “동남아시아 인류가 보이는 놀라운 다양성이 충격적이고 흥분된다”고 말했다. 

호모 루조넨시스는 독특한 혼합(모자이크)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손가락과 발 뼈는 굽어 있어 나무를 타기에 좋은 특성을 보였다. 이는 약 300만 년 전에 살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등의 특징과 닮았다(본원적 특성). 반면 어금니의 모양이 비교적 단순하고 크기가 작은 것은 현생인류(호모 사피엔스)의 특성과 좀더 닮았다(파생적 특성). 그러니까 하나의 종 안에 약 200만~300만 년의 차이가 나는 인류의 특성이 모두 담겨 있는 것이다(모자이크 특성). 

이런 모자이크 특성의 발견으로 인류 진화사의 ‘정설’이 위협 받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정설에 따르면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다양한 종으로 진화했으며, 그 가운데 신체가 현생인류만큼이나 강건하게 발달하고 두뇌도 현생인류의 3분의 2 수준으로 커진 호모 에렉투스가 약 200만 년 전에 아프리카 밖으로 처음 진출해 유라시아 전역으로 퍼졌다. 

이번에 발굴돼 연구된 위턱 쪽 치아들이다. 특성 분석 결과 치아는 현생인류와 비슷한 면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제공

이들은 모두 오스트랄로피티쿠스 정도로 체구와 두뇌가 작은 인류였다. 기존 정설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최초로 아프리카 밖으로 나가 전세계로 퍼진 호모 에렉투스로부터 진화했어야 한다. 하지만 플로레스인과 루조넨시스 모두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가까운 신체 특성이 있다. 아프리카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부터 직접 진화한 후속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매튜 토체리 캐나다 레이크헤드대 인류학과 교수는 ‘네이처’ 기고문에서 “만약 (호모 에렉투스가 아시아에서 처음 발견된) 1890년대에 에렉투스가 아니라 플로레스인이나 호모 루조넨시스 화석을 발견했다면 얘기가 달라졌을 것”이라며 “아시아에서의 호미닌 진화가 한층 복잡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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