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용 손가락 떼간 美 청년 '심리무효' 평결에 중국 부글부글

유상철 입력 2019. 4. 11. 13:57 수정 2019. 4. 1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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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중인 병마용 왼쪽 엄지 손가락 훔친 로하나
친구들에 자랑하고 SNS 통해 사진 전송하기도
배심원 12명 중 7명이 술김의 장난으로 판단
중국에선 미 예술품 오면 보복하겠다 분노
흙을 구워 만든 진시황의 호위무사 병마용(兵馬俑)의 손가락을 떼간 미국 청년에 대해 미 법원이 ‘심리 무효’ 평결을 내리자 중국이 아연한 모습이다.
11일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와 AP 통신 등에 따르면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법원은 지난 9일 마이클 로하나(25)의 병마용 손가락 절취 사건에 대해 심리 무효를 선언하고 배심원단을 해산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프랭클린 재단에서 전시 중이던 병마용의 왼쪽 엄지손가락이 떨어져 나간 모습.[AFP=연합뉴스]
구두 판매원인 로하나는 지난 2017년 12월 21일 필라델피아의 프랭클린재단에서 주최한 파티에 참석한 뒤 재단 내 박물관의 병마용 전시실에 들어가 병마용의 왼쪽 엄지손가락을 훔쳐 달아났다.
병마용의 손가락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던 마이클 로한나. 지난 2일 필라델피아의 법원을 떠나고 있다.[AP=연합뉴스]
당시 술에 취해 있었다고 주장한 로하나는 병마용 손가락을 훔친 뒤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자랑하는 한편 SNS 등을 통해 병마용과 함께 찍은 자신의 사진을 보내기도 했다. 박물관은 사건 발생 2주 만에 도난 사실을 확인하고 미 연방수사국(FBI)에 수사를 의뢰했다.
FBI는 CCTV 화면 등을 분석한 뒤 지난해 2월 용의자 로하나의 집을 수색해 병마용 손가락을 회수했다. 로하나는 ‘문물 절도와 은닉’ 혐의로 기소됐으나 재판에서 12명의 배심원 중 7명이 무죄라고 인정해 심리무효 평결을 받았다.
왼쪽 엄지 손가락이 완전한 형태인 병마용(왼쪽)과 손가락이 떼어져 나간 뒤의 병마용 모습 [SCMP 캡쳐=연합뉴스]
미 검찰은 “만일 어떤 사람이 미 독립기념관에 들어가 ‘자유의 종’ 일부를 훔쳐 달아났다면 어떻겠느냐”는 논리를 폈지만 “로하나가 닌자 복장을 하고 의도적으로 문물을 훔친 게 아니다. 그저 술에 취한 한 젊은이의 실수”란 변호인단의 주장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당시 프랭클린재단은 병마용 10기를 빌려 2017년 9월부터 6개월 기한의 ‘병마용: 진시황의 영원한 호위무사’ 전시회를 열고 있었으며 훼손된 병마용은 수천 기 병마용 중 완전한 모습을 갖춘 것으로, 450만달러(약 51억원) 상당의 가치로 평가되고 있다.
왼쪽 엄지손가락 훼손은 15만 달러 상당에 달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훼손된 유물은 복구를 통해 원래대로 만들기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천뤼성(陳履生) 전 중국 국가박물관 부관장은 “이런 결과는 감정적으로 매우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중국 네티즌 사이에선 “황당한 미국, 황당한 미국 배심원, 황당한 미국 가치관” “다음에 미국 예술품이 중국에 오면 그걸 훼손한 뒤 그때 미국인들이 뭐라고 하는지 보자” 등과 같은 격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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