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항공기 90%가 리스..유동성 위기 주범

강기헌 2019. 4.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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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 비용만 1년에 2조5000억원
통상 50% 수준, 대한항공은 16%
취항노선 관리도 실패, 적자 늘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재계에선 박삼구 회장이 머무는 한남동 자택까지 담보로 잡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연합뉴스]
7조979억원.
지난해 연말 기준 아시아나항공 부채(연결기준)다. 자본금이 1조931억원이니 부채 비율은 649%에 이른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이 회사를 넘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그룹) 전체의 유동성 문제로 번지고 있다.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은 사면초가다.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가 잇따라 금호그룹이 낸 자구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힘에 따라 새로운 자구안을 내놓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재계에선 박 회장이 머무는 한남동 자택까지 담보로 잡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호그룹의 실타래 어디서부터 꼬였을까. 재계에선 대한항공과 비교해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리스에 주목한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는 총 84대로 이 중 리스 항공기는 전체의 60%인 51대에 달한다.

지난 9일 착륙 과정에서 앞바퀴가 파손된 아시아나 여객기가 광주공항 활주로에 멈춰서 있다. 사고 당시 승객 111명이 타고 있었는데 부상자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는 금호그룹 전체로 퍼져가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도 항공기 21대를 리스로 운용하고 있다. 이를 포함하면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리스 비중은 70%로 높아진다. 이와 비교해 항공기 165대를 도입한 대한항공의 경우 리스 비율은 전체의 16%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 항공사의 리스 항공기 비율은 50% 수준이다. 이에 대해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리스는 리스회사가 항공사에 항공기를 대여하는 운용리스와 리스회사가 항공사에 자금을 대여해주는 금융리스로 나뉜다”며 “아시아나항공이 금융리스로 운용하고 있는 항공기 21대를 포함하면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전체 항공기의 90% 가까이가 리스 항공기”라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항공기 리스는 아시아나항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3월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감사의견이 ‘한정’으로 나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삼일회계법인은 리스 항공기의 정비 비용을 매년 나눠 부채로 잡아야 한다고 봤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정비채무가 발생한 경우 한 번에 처리하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이 한 해 부담해야 하는 리스 비용은 2조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6조8500억원)과 비교하면 적지 않는 금액이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선 리스 항공기를 줄여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취항 노선이 감소해 매출이 줄어든다. 이는 아시아나항공, 나아가 금호그룹이 직면하고 있는 딜레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도이칠란트자산운용에 4180억원을 받고 광화문 사옥을 팔았지만, 적자를 면치 못했다.

지난 4일 오후 중국 상하이 쉐라톤호텔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참가한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 박 회장은 그룹 유동성 위기에 최근 경영권 포기를 선언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취항 노선 관리 실패도 뼈저리다. 아시아나항공은 경쟁사인 대한항공에 비해 미국,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이 적다. 최근 들어 여객 수요가 급증하는 중동 노선은 전무하다. 여기에 저비용 항공사와 노선이 겹치면서 적자가 심화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다. 올해 초 ‘황금 노선’으로 불리는 몽골 노선 운수권 확보에 사활을 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권이 “노(No)”를 외친 상황에서 금호그룹에는 어떤 미래가 놓여 있을까.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운용리스 비용을 포함한 차입금은 1조 7000억원에 이른다"며 “에어부산・에어서울 등 계열사 매각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재무제표 수정하면서 부채비율이 올라 유동성 리스크가 커진 올해가 제일 위험한 상황”이라며 “채권단이 50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하면 내년까지 자금 흐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헌・곽재민・오원석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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