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 美, 항모 몸집 줄였지만 전투력은 UP..동북아 바닷길 격랑 예고
美, 예산절감 위해 항모전단 축소..경항모로 전환 추진
최신 아메리카함, 日에 상시 배치해 中 항모확대에 대응
고성능 전투기 F-35B 배치로 70년대 제해함 사실상 부활
한국도 독도급 3번함 건조해 수직이착륙기 도입할 수도
주목할 대목은 극동 지역 미 해군의 전력은 보다 강력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 중국 해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미 해군은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을 일본 사세보항에 배치할 계획이다. 동북아 해역에서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삼은 도널드레이건호와 더불어 아메리카급을 운용함으로써 ‘항모+준항모 2척 항시 배치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정규항모 1척을 상시 배치하는 상태에서 필요에 따라 항모 전단을 추가 배치해왔다.
특히 한국과 일본도 미 해군의 항모 및 타격 전력 재배치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이미 이즈모급보다 훨씬 대형인 상륙함(경항공모함)을 건조할 계획이다. 한국 해군이 이런 추세 속에서 독도급 3번함을 어떤 규모로 언제 건조할지 주목된다. 독도급보다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독도급 3번함이 현실화하면 40대가 도입될 F-35A 전투기에 더해 F-35B 전투기가 추가 도입될 가능성도 높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경항공모함이 미국의 제해함 설계안에 영향을 받았다. 영국의 스키점프대를 갖춘 중형 항공모함도 마찬가지. 특히 포클랜드전쟁에서 영국 항모들이 해리어 전투기로도 역할을 해내자 중형 항모 건조에 불이 붙었다. 미국은 제해함 대신 상륙함의 덩치를 키웠다. 1960년대 초반부터 7척을 건조한 이오지마급 상륙함은 1만8,474톤이었으나 제해함 프로젝트가 무산된 후인 1976년부터 취역한 후속함 타라와급 상륙함(5척)의 만재배수량은 4만4,056톤으로 커졌다. 1989년부터 8척이 취역해 현역으로 뛰고 있는 와스프급도 마찬가지. 만재배수량(4만1,150톤)이 줄었어도 길이는 오히려 늘어났다.
◇미 해군, 걸프전에서 경항모로 활용=미국을 제외한 나라들의 강습상륙함이 ‘대형’이라고 해봐야 7,000∼2만톤 이내, 경항모에서 상륙함으로 개조한 함정도 2만4,000톤 안짝이던 시대에 미국이 어떤 의도로 상륙함을 4만톤급 이상으로 키웠는지 걸프전에서 확인됐다. 통상 헬기 19 ~26대와 해리어 전투기 6대를 탑재한다고 알려진 미국의 와스프급 강습상륙함 본험리처드함은 해리어 전투기 25대를 탑재하고 항공근접지원에 나서 128톤의 폭탄을 퍼부었다. 제공권을 장악한 가운데 실시된 작전이었지만 언제든지 강습상륙함을 항모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실전에서 증빙된 것이다.
◇상륙함이라 쓰고 경항모로 읽는다=평소에는 많아야 전투기 5~6대를 싣던 와스프급 상륙함에 10대 이상을 적재해 작전지역에 투입하는 사례도 최근 늘고 있다. 전투기 기종도 달라졌다. 개량형 해리어에서 F-35B로 전환한 것. 미 해군이 멀게는 2차 대전부터 짧게는 제해함을 추진하던 시절부터 구상해온 보조 항공모함 또는 경항모 운용 전략이 F-35B 전투기의 배치로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최신 상륙함인 아메리카급에는 상륙용 주정을 탑재할 공간을 아예 만들지 않았다. 경항모로 운용한다는 설계 사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건조 중인 아메리카급 3번함 부겐빌호에는 상륙주정 탑재 시설이 들어갈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해군과 해병대는 추가 건조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이 동일한 함재기와 비슷한 경항공모함을 갖춘다면 그 지향점은 한 곳이다. 중국. 미국이 상륙함을 경항모로 운용하고 동맹국까지 합세하는 그림이 중국에는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미국 입장에서 주 견제 대상은 아니지만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일한 항공모함 아드미랄쿠즈네초프가 시리아 내전 지원에 투입된 후 크고 작은 문제를 드러내 오는 2021년에야 재취역이 가능한 상황이다. 아예 항모를 대체 전력 없이 포기하고 중국이나 인도에 매각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쿠즈네초프가 어디로 가느냐가 주목된다. 중국은 항모 이외에 4만톤이 넘는 075급 3척을 건조 중이지만 함재기가 적당하지 않아 서방진영처럼 경항모로 운용하기는 어렵다.
미국과 다르게 가는 나라도 있다. 영국과 프랑스·중국은 정규항모를 늘릴 계획이다. 프랑스는 최근 핵추진 항공모함 샤를드골 2번함 건조계획을 밝혔다. 정규항모를 확충하려는 국가들과 항모 축소를 공론화하며 동맹국의 경항모까지 규합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언제 어떤 지점에서 만나고 수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바야흐로 세계의 바다가 구조와 질서 재편의 격랑을 맞이하고 있다.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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