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日수산물규제 승소..한국 어떻게 WTO 판단 돌렸나

김상윤 2019. 4. 1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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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에서 패소..유례없이 뒤집은 WTO 분쟁
시민단체도 "뜻깊은 판결..노력한 정부 감사"
"수산물 세슘 검출치 한계" 인접국 특성 강조
정하늘 과장..통상분쟁 전문가 영입도 주효
일본이 제기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제소 사건에서 한국이 예상을 깨고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에서 승리한 가운데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윤창렬 사회조정실장 등이 판결결과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매우 뜻깊은 판결이다. 1심 패소라는 불리한 상황을 뒤집기 위해 노력한 정부에 감사하다.”

패소 가능성을 점쳤던 시민단체들도 깜짝 놀랐다.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가 일본이 제기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제소 사건에 대해 한국의 조치가 타당한 것으로 최종 판결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해서다. 시민단체들은 WTO 패소 판정 이후 정부가 어떻게 일본 방사능 오염 수산물 수입을 막을지 대책을 촉구할 채비를 마친 터였다. 하지만 결과는 180도 달라졌다.

◇“수산물 반영된 세슘 검출치 한계..인접국 특성 감안해달라”

WTO 상소기구는 11일(현지시간) 일본이 제기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제소 사건 한국의 조치가 타당한 것으로 최종 판결했다. 지난해 2월22일 1심 격인 분쟁해결기구(DSB) 패널의 판정을 뒤집은 ‘역전승’을 거둔 셈이다.

WTO 상소기구는 1심 당시 일본 측이 제기한 4개 쟁점(차별성·무역제한성·투명성·검사절차) 중 일부 절차적 쟁점(투명성 중 공표의무)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쟁점에서 1심 패널 판정을 파기하고 한국의 수입규제조치가 WTO 협정에 합치한다고 판정했다.

지난해 2월의 경우 WTO 분쟁해결기구(DSB) 패널이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1심 패널은 한국 정부의 일본 수산물 금수 조치가 ‘WTO 위생 및 식품위생(SPS) 협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SPS 협정 2.3조에 명시한 ‘동일하거나 유사한 조건일 때는 (검역조치를) 차별하면 안된다’는 조항을 내밀며 한국의 금수조치가 일본에만 차별 적용했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의 금수조치가 왜 합당한지 법적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실제 후쿠시마 수산물 금수 조치 이후인 2014년 당시 박근혜 정부는 일본 수산물 위험성에 대해 두 차례의 현지조사를 벌였지만 별 다른 이유 없이 중단해 조사·평가 절차를 완료하지 못했다. 시민단체들도 이 점을 꼬집으며 한국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최종심에서는 1심 패널의 판단에 오류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방사능 오염 등 식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본의 특별한 환경적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1심 패널이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고 생략한 부분들이 많았다고 판단했다.

최종심에서 기각한 1심 패널의 판단은 또 있다. 1심 패널은 SPS 협정 5.6조의 ‘과도한 무역제한’ 부분과 관련해 일본이 한국의 금수 조치 이후 충분히 만족시킬만한 대안을 제시했는데도 한국이 과한 조치를 계속 유지한 것은 잘못이라고 봤다.

하지만 최종심에서는 “1심 패널의 판정 중에는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기준을 적절히 고려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서 이를 뒤집었다.

1심 패널 판정을 돌린 데에는 정부가 당장 드러난 식폼 오염도뿐만 아니라 일본의 특별한 환경적 요인까지 따져야 한다는 점을 파고 든 게 주효했다. 현존하는 위험을 넘어 잠재적 위험에 무게를 둔 셈이다.

1심의 경우 일본 수산식품 표본검사에서 세슘의 수치가 위해기준치를 높지 않으면 다른 방사성 물질의 농도도 높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은 후쿠시마 수산물에 나오는 세슘 수치가 다른나라 수산물보다 높지 않기 때문에 한국의 조치는 지나치다고 주장했고, 1심은 일본에 손을 들어줬다. 현존하는 위험에 방점을 둔 셈이다. 우리 정부는 세슘 기준으로 국제수준보다 10배 강화된 100베크렐(㎏당) 이하인 것만 통관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종심은 세슘검사만으로는 다른 방사성물질인 스트론튬 등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잠재적 위험성을 고려해야한다고 판단했다. 원전 사고 이후의 바다 환경은 잠재적인 위험요인이 있기때문에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주장이 반영된 셈이다.

정해관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협력관(국장)은 “1심 패널의 경우 식품에 반영된 세슘에 대한 검출치만 고려해야지 지역의 환경적인 요소는 고려대상이 아니다고 했지만 우리는 인접국인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면서 “상소기구가 판정한 결론 부분은 우리측이 주장한 내용과 대동소이할 정도로 우리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하늘 통상분쟁대응과장
◇민간에서 온 통상전문가 영입도 주효

이번 WTO 최종심에서 승소를 거둔 데는 민간 출신 통상전문가를 영입해 최강의 통상대응팀을 꾸린 것도 주효했다. 정하늘 산업부 통상분쟁대응과장이 주인공이다. 그는 법무법인 세종 출신으로 워싱컨DC에서 통상전문 변호사자격증을 획득한 전문가다. 연봉은 줄어들었지만 국가의 이익 위해 일해보고자 지난해 4월 산업부에 특채돼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됐다.

그는 반덤핑,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등 무역구제조치와 국제투자·투자관련분쟁, 기타 다양한 유형의 국제상거래 분야 전문가이다.

통상분쟁 전문가인 정 과장은 1심이 일본 식품 자체의 유해성만을 근거로 판결을 내린 점이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역량을 집중했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후 환경이 일본 식품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성을 검역과정에서 걸러내는 것이 우리 정부의 정당한 권리임을 부각시켰다.

정 국장은 “민간 (로펌 등)인력까지 포함해 팀을 강화하면서 대응했다”면서 “쉽지 않은 소송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도 상정을 하면서 저희가 준비를 해 왔던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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