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원 편의점도시락·1000원 커피..요즘은 '싼게 꿀떡'

이한나,이유진,강인선 2019. 4. 1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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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1덕목 떠오른 '가성비'
비싼 외식 대신 간편 도시락
CU편의점 커피 매출 42%↑
소주는 640㎖ 페트병 잘팔려
창고형 마트서 공동 쇼핑후
대용량 제품 나눠쓰기 인기

◆ 불황이 바꾼 소비 ◆

평일 오후에도 붐비는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 모습. 트레이더스 월계점은 지난달 14일 개장해 6일 만에 20만명이 방문했다. <김호영 기자>
12일 점심 무렵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에는 2~4명이 조를 이뤄 한 카트를 끄는 쇼핑객이 많았다. 대용량 상품을 함께 쇼핑해 필요한 만큼만 나누기 위해서다. 이날 1.3㎏에 1만9980원에 판매한 양념토시살구이 코너 앞에서는 사진을 찍어 단체카카오톡 창에 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실시간으로 가격을 공유하는 것이다. '저렴한 한 끼'를 판매하는 푸드코트도 붐볐다. 오전 11시 30분께에는 매장 옆 푸드코트에 50~60명이 금세 찼다. 사람들은 매장에서 산 치킨과 초밥을 먹거나, 한 판에 1만5000원짜리 피자를 사서 서넛이 나눠 먹었다.

공동구매와 식음료(F&B) 덕분에 불황기 새로운 오프라인 유통 강자에 오른 창고형 할인점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다. 균일가 생활용품점을 운영하는 아성다이소도 1997년 1호점을 연 후 꾸준히 성장했다. 다이소는 지난해 매출액 1조9785억원, 영업이익 1251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6.5% 줄어든 것은 지난해 신규 매장을 90여 곳 열면서 시설 상각비와 인건비가 증가한 요인이 컸다. 다이소는 합리적 가격과 높은 품질의 제품 조달로 차별화한다는 전략으로 40대 여성층은 물론 10대 마음까지 얻었다. 아성다이소 관계자는 "최근 1년간 특히 물티슈, 종이컵, 건전지, 마스크 등 저렴하지만 활용도 높은 생활용품들의 매출 신장률이 높았다"고 지적했다.

철 지난 유명 브랜드 상품을 싸게 구매하려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주요 아웃렛 업체들도 1년째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격 할인은 기본이고 문화 체험 콘텐츠를 강화하면서 가족 단위 고객들이 간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오프라인 유통 매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증거다.

국내 최대 도심형 아웃렛인 마리오아울렛은 지난해 대규모 리뉴얼을 거친 후 매 분기 방문 고객 수와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 마리오아울렛 관계자는 "최근 비교적 한산했던 월~수요일에도 방문객이 늘어 식당가 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아웃렛 매출(기존점 기준)이 지난해 2분기(6.2%), 3분기(14.6%), 4분기(5.3%)에 이어 올 1분기 15.4% 늘어났다. 올 1분기 백화점 전 점 매출이 8.6%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의 성장세다. 현대아울렛도 매출 신장률이 지난해 2분기(22%)부터 올해 1분기(20% 이상 추정)까지 고공 행진하고 있다. 특히 서울과 가까운 김포점은 매주 토요일 불꽃축제를 벌여 가족 단위 고객 발길을 모은다. F&B 매장을 강화하고 어린이 놀이터와 분수광장 등 가족 고객이 쉽게 누릴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불황에 중고품 거래도 더욱 활발해졌다.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거래액은 2년 만에 4배나 증가했다. 2016년 모바일 앱을 출시한 첫해 거래액은 881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3421억원까지 급증했다. 같은 기간 앱 다운로드 수도 250만건에서 550만건으로 두 배 뛰었다.

중고나라가 앱과 함께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는 지난해 거래액 2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카페 회원만 1700만명이다. 매일 중고 상품 23만개가 등록되고 있어 1초당 3개가 올라오는 셈이다.

'가성비'의 위력은 개별 상품에서도 나타났다. 적은 돈으로 최대의 만족을 얻겠다는 심리가 강해지면서 '비싼 밥' '비싼 커피'를 대체하는 편의점 상품이 인기다. 대표적인 가성비 상품은 3000~5000원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도시락이다. 편의점 CU에서는 2016년 도시락 매출이 편의점 인기 상품인 소주, 바나나우유 매출을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도시락 매출은 전년 대비 19.3% 증가했다. '애들이나 먹는 도시락'이라는 인식도 바뀌고 있다. CU에서는 2014년 27%였던 40대 이상 도시락 구매 비율이 지난해 34%로 높아졌다. 삼각김밥(12.2%), 샌드위치(37.5%) 매출 증가율도 고공 행진 중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1000원대 편의점 커피로, 마니아층이 두껍다. CU의 즉석원두커피 매출 증가율은 2017년 33%, 2018년 42%를 기록했다.

3000원대 편의점 디저트도 커피전문점이나 베이커리 디저트의 대체재로 부상했다. CU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일본에서 직수입해 판매한 모찌롤이 올해 초 기준 700만개 이상 판매됐다. 디저트 전체 매출도 지난해 대비 4배 가까이 커졌다.

김석환 BGF리테일 MD운영팀장은 "장기적인 내수 침체와 고물가 영향으로 가격 대비 품질 만족도가 높은 편의점 상품의 대체 소비가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서민 주류인 소주는 대용량 제품 소비가 유독 많다. GS25에 따르면 1~3월 640㎖ 페트 소주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나 더 판매됐다. 표준 용량인 360㎖(11%), 200㎖ 팩소주(0.9%)보다 높은 신장률이다. 대용량으로 구매할수록 ㎖당 가격이 저렴해지기 때문이다.

'반값 피자'로 시그니처 메뉴가 된 이마트 트레이더스 피자는 지름 18인치 초대형 피자를 판매한다. 지름 13~15인치 일반 브랜드 피자보다 지름은 3~5인치 더 크면서 한 판에 1만2500~1만5000원으로 가격을 낮춰 가성비로 승부한 제품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불황기에는 중간이 없어지고 소비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측면이 있지만 반드시 초저가 마케팅만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며 "종업원 서비스를 빼고 셀프 서비스화한 매장은 오히려 효율적으로 충성고객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한나 기자 / 이유진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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