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재벌 3, 4세들 클럽 뜨면 술·마약 세팅..오피스텔 빌려 뒤처리까지"

조동주기자 입력 2019.04.12. 19:09 수정 2019.04.12.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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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King)이 떴다!”

서울 강남 일대 클럽에 재벌가 3, 4세가 등장하면 영업직원(MD) 사이에서는 이런 은어가 오간다. MD들은 ‘킹’을 위해 클럽에 파티션을 쳐 은밀한 공간을 만든다. 실장이나 이사 등 클럽 간부는 메이크업 박스나 007가방에 담긴 대마와 엑스터시 등 마약을 테이블 위에 ‘세팅’해둔다. 킹 일행은 주로 미국에서 대학을 함께 다니며 가까워진 재벌가 3, 4세들이다. ‘로열패밀리’들이 클럽에서 마약을 즐긴 뒤 성매매를 위해 인근 호텔로 향하면 클럽 매출은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대를 찍는다. 강남 일대 클럽에서 여러 킹을 직접 봤다는 전직 MD인 A 씨가 본보에 털어놓은 재벌가 마약 파티의 얘기다.

● 하루에 억대 쓰는 재벌가 3, 4세

A 씨는 2016년부터 강남 일대에서 MD로 일하는 동안 킹이 클럽을 찾을 때마다 ‘비상’이 걸렸었다고 한다. A 씨에 따르면 유흥주점에서 1차로 술을 마신 킹 일행이 2차로 클럽 개장시간에 맞춰 온다는 연락을 받으면 MD들은 검은 가벽을 급히 설치하고 파티션까지 쳐 킹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공간 내부는 거울미로처럼 복잡하게 구성했다. 입구엔 가드 2, 3명이 지키며 무전이나 2G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A 씨는 킹 일행의 테이블에 양주 샴페인과 함께 고급 대마초와 필로폰 엑스터시 등이 깔리는 걸 수차례 목격했다고 했다. 술값이 1000만~2000만 원이고 마약이 추가되는 ‘2차 세팅’을 하면 가격이 5000만~6000만 원으로 치솟는다. 킹의 방문 횟수는 매출과 직결되기에 클럽 측은 “유학생들이 하는 것과는 급이 다른 제품이다”이라고 강조한다. 킹 일행이 마약을 두고 “우리 건 평민들 거랑 다르다”고 자랑하는 걸 듣기도 했다고 A 씨는 말했다.

킹이라고 전부 남성은 아니다. 재벌가 3, 4세 여성들이 클럽에서 마약에 손을 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클럽 측은 남성 킹이 오면 클럽 여성을, 여성 킹이 오면 클럽 남성을 데려다 앉힌다. 간혹 남녀가 함께 온 킹 일행은 그들끼리 마약 파티를 즐긴다고 한다. 그러다 클럽이 마련해둔 인근 오피스텔이나 호텔로 자리를 옮긴다. 주로 클럽 측이 성매매 여성 또는 남성을 사전에 섭외해둔다고 한다.

클럽 측은 재벌가 3, 4세들의 ‘안전한 마약파티’를 위해 특화된 뒤처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MD들은 클럽이 단기로 빌린 강남 일대 오피스텔 숙소로 ‘마약 쓰레기’를 가져와 철저히 없애준다. A 씨는 주사기는 구두로 밟아 으깨고 남은 마약이나 대마 꽁초 등과 함께 태우는 작업이 일상이었다고 털어놨다. 이른바 ‘소각’으로 불리는 이 작업을 할 때는 화재감지기를 껐다. 소각 잔해물은 서울 중랑구나 경기 고양시 등 외곽지역 지방자치단체의 쓰레기봉투에 담은 뒤 이 지역으로 가져가 버렸다고 한다.

A 씨는 한달에 한번씩 오피스텔을 옮겨가며 소각 작업을 했다고 했다. A 씨는 “재벌가 3, 4세들이 이전에는 주로 유흥주점에서 마약 파티를 즐겼는데 이들을 유치하려는 강남 클럽들이 고급 마약을 안전하게 제공해준다고 홍보하면서 트렌드가 바뀌는 추세”라며 “최근에는 강남 클럽에 대한 마약 수사가 확대되면서 재벌가 3, 4세들도 자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1시간 만에 필로폰 받을 수 있어”

부유층과 유명인들이 마약을 구하는 또 다른 창구는 인터넷이다. 방송인 로버트 할리(한국명 하일·60)와 SK그룹 창업주 손자 최모 씨(32)도 인터넷을 통해 마약을 샀다가 최근 경찰에 붙잡혔다. 현대그룹 창업주 손자 정모 씨(30)도 인터넷을 통해 액상대마를 구매한 혐의로 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마약 판매상이 알려주는 계좌로 무통장 입금을 하면 판매상은 우편함이나 지하철 물품보관대 등에 마약을 숨겨두고 찾아가게 한다. 일명 ‘던지기’ 수법이다. 이런 방식으로 거래를 하면 판매상과 구매자가 서로의 신원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본보 취재팀이 10일 인터넷에서 마약을 가리키는 은어를 검색해보니 대마초 필로폰 코카인 엑스터시 등 여러 마약이 버젓이 팔리고 있었다. 취재팀이 보안성이 좋은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서울인데 아이스(필로폰)를 사고 싶다’고 연락하자 판매상은 ‘1g당 70만 원이고 1시간 안에 받을 수 있다’며 대포 통장으로 보이는 무통장 입금용 계좌번호와 송금할 때 사용하라며 차명인의 주민등록번호까지 보내왔다. 그는 텔레그램 ID와 날짜를 적은 종이, 현재 시간을 나타내는 시계를 배경으로 필로폰 실물을 찍어 ‘인증샷’까지 제공했다.

취재팀이 다른 판매상에게 알약 형태의 마약 엑스터시를 사고 싶다고 문의하자 1정당 18만 원이라는 답과 함께 무통장 입금을 하면 마약이 있는 곳의 주소를 알려준다고 했다. 그는 과거 다른 고객과 거래했던 증거라며 서울 강남의 한 빌라 우편함 사진이 나오는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캡쳐해 보내왔다. 코카인과 필로폰을 판다는 또 다른 판매상은 “아이스는 순도 높은 북한산”이라며 “서울 구로에 이미 드랍해(떨어트려) 놓은 곳이 있다”고 했다. 자택 아파트 경비실로 배달해준다는 판매상도 있었다.

최근 경찰의 마약 단속이 강화되면서 함정 수사를 의심하는 판매상도 있었다. 한 엑스터시 판매상은 취재팀이 ‘무통장 입금을 하면 장소를 결정하느냐’고 묻자 “오늘만 이런 질문하신 분이 5명이 넘는다”며 “다 경찰 프락치인 거 같은데 계좌만 따고 계좌 죽이려고 하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재벌가 3, 4세와 유명 연예인들은 신원 노출을 극도로 꺼려 구매 중간책으로 지인을 이용하기도 한다. 경찰에 따르면 SK가 3세 최 씨와 현대가 3세 정 씨는 지인 이모 씨에게 현금을 전달했다. 그러면 이 씨는 현금을 비트코인으로 바꿔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을 사 이들의 집으로 보내줬다. 래퍼 씨잼(본명 류성민·26)은 연예인 지망생 고모 씨에게 수백만 원을 송금하면 고 씨가 한국계 미국인에게 대마초를 사와 전달했다.

●LCD 모니터에 필로폰 숨겨 대거 밀수

국내에서 인터넷으로 팔리는 마약은 주로 해외 유학생 등의 운반책이 몸이나 짐에 몰래 숨겨 들어오거나 국제우편으로 배송된다. 밀수범은 세관과 머리싸움을 벌인다. 특히 국내로 배송되는 모든 국제우편을 X-레이로 검사하는 관세청의 검열망을 뚫기 위해 각종 수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만 폭력조직 죽련방 일당은 지난해 7월 시가 3700억 원 어치 필로폰 112kg을 나사제조기에 숨겨 태국에서 부산항을 통해 밀반입했다가 경찰에 덜미가 붙잡혔다. 두꺼운 철판으로 구성된 나사제조기 안에 마약을 넣어 감시망을 피했다. 이들은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 액정 안에 필로폰을 숨겨 X-레이 검사를 피하는 수법도 썼다고 한다. 비닐에 싼 필로폰을 넣고 빵을 구워 X-레이 검사에서 앙꼬처럼 보이게 하는 수법도 발견됐다.

치약과 연고도 단골 메뉴다. 겉으로만 보면 새 제품처럼 개봉도 안 돼 있지만 안에 마약이 들어있다. 인형 눈이나 빨대에 알약을 채워 들여오기도 한다. 땅콩잼이나 고추장통 안에 비닐로 싼 마약을 숨겨오는 건 고전 수법이다. 주한미군용 국제우편도 마약 거래에 이용된다. 현대가 3세 정모 씨(34)는 한국계 미국인 최모 씨가 주한미군용 국제우편으로 밀수한 대마초를 전달받아 피웠다가 적발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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