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낙태' 수술비 10만원대로 내릴까.."건보 적용해야" 주장

김혜지 기자 입력 2019.04.1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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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적용 땐 수가·자기부담 책정 '난제'
미프진 등 음성유통에 의약계 합법도입 요구
(자료사진) 2018.8.26/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인공임신중절(낙태)을 처벌토록 한 현행법 조항이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면서 정부가 '사회경제적 이유'로 인한 인공임신중절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할지 주목된다.

이미 모자보건법 상 허용된 합법적 인공임신중절 수술은 의료보험 혜택과 함께 정부 관리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사회경제적 인공임신중절의 급여화가 필수라는 입장이나, 여기에는 본인부담률·수가 책정 등의 난제가 산적해 있다.

인공유산을 유도하는 '먹는 낙태약' 허용 여부도 정부가 중지를 모을 문제다. 여성계는 헌재 결정 이전부터 도입을 요구하고 있었고, 이미 미프진 등의 제품은 음성적으로 유통되고 있어 정부 관리 아래로 양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1일 헌재의 '낙태 처벌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그 요지를 분석하고 이를 법제도 등에 온전히 반영하기 위한 후속조치에 착수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7명이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인공임신중절을 한 여성과 이를 도운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중 3명은 낙태죄 조항이 지금 당장 효력을 상실해도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단순위헌' 의견을 냈다.

공을 옮겨받은 국회와 정부는 내년 말까지 관련 법을 손질하고, 그에 따라 정책과 제도도 손봐야 한다.

특히 헌재가 기준으로 제시한 '임신 22주' 내외의 인공임신중절을 어디까지, 어떻게 허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껏 관리해온 합법 수술과 정책상 완전히 동일한 의료적 혜택을 부여할 것이냐가 화두다.

기존 제도에서 합법 임신중절수술은 건보 적용에 따른 수가를 지급한다. 임신 8주 이내는 약 10만원, 8주 초과 12주 미만은 13만원, 12주 이상 16주 미만은 16만원, 16주 이상은 20만원을 넘는 수준이다. 환자 본인부담률은 20%(입원) 또는 30%(외래)다.

지난 2월 나온 정부 연구용역(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그간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들이 지출한 비용은 30만~50만원이 가장 높은 비율(41.7%)을 차지했으나 50만~100만원(32.1%)도 그에 못지않았다. 30만원 미만은 9.9%뿐이었다.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인공임신중절에는 건보 적용을 달리 할지, 아예 구분없이 동일한 보험 혜택을 줄지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환자 건강이나 보건 상 이유가 아닌데도 건강보험을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논리다.

반면 사회경제적 사유에만 본인부담률을 높이거나 수가를 달리 한다면 여성계나 시민사회 비판이 따를 수 있다. 또 건보를 적용한다면 의료진과 환자에게 관련 교육·훈련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모아 내용을 고안해야 한다.

모형 낙태약 자판기. (자료사진) 2017.11.19/뉴스1

낙태약 허용 여부도 주목된다. 대표적 먹는 낙태약인 미프진은 국내 여성단체가 헌재 결정 이전부터 도입을 촉구한 제품으로, 임신 초기에 자궁수축을 유도하고 호르몬 생성을 억제해 인공유산을 유도하는 미페프리스톤 성분 경구용 의약품이다.

1980년대 프랑스에서 개발해 유럽국가 대부분과 미국 등 전 세계 69개국에서 대체로 임신 9주까지 허용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수술적 임신중절법인 소파수술(자궁내용물 제거술)보다 간편해 환자 선택권 보장에 유효하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 약사단체인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도 "임신중절의 합법화와 함께 미프진의 빠른 도입을 바란다"는 논평을 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불법 낙태약'으로 취급되는 탓에 주로 온라인을 통해 무분별 유통되고 있다. 정품 여부는 물론 같은 성분인지조차 확실치 않다. 게다가 적절한 복용법 교육이나 전문가의 진료·지도 없이 접하게 돼 산모 건강에 대한 우려가 많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의사 처방과 복용 이후 관리'가 필요한 조건으로 미프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의약품을 담당하는 복지부와 식약처는 이번 헌재 결정이 아직 법 개정으로도 이어지지 않은 상태라 낙태약 도입을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를 논하려면 우선 낙태죄 조항을 고쳐 위법성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보 적용도 마찬가지다.

이 외에 인공임신중절 전 상담제도 마련, 숙려기간 지정, 관련 교육 등 제도적 지원도 앞으로 정부가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단순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3명은 "이른바 '안전한 낙태'를 위해서는 임신 제1삼분기(임신 14주 무렵까지)에 잘 훈련된 전문 의료인의 도움을 받아 낙태가 시행되고, 낙태 전후로 적절한 의료서비스와 돌봄이 제공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한 낙태에 관한 정보가 필요한 시기에 적절하게 제공될 필요도 있다"고 결정요지를 통해 밝혔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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