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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물질 '9억 베크렐' 방출 "폐로 상상도 어렵다"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이동준
입력 2019. 4. 1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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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작업자들. CNN 캡처
동일본대지진 발생 8년이 지났지만 피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폐로가 진행 중인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방출하는 방사성물질은 2018년 1월 기준 4억 7100만 ‘베크렐(Bq·방사능 물질이 방사능을 방출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방사능 국제단위)’에서 올해 1월 9억 3300Bq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원전 폐로를 담당하는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 컴퍼니(이하 기업)’ 대표 오노 아키라는 “현재 폐로는 상상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암울한 미래를 전망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모습(외부). NHK 방송화면 캡처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 ‘난항’
 
최근 NHK 등 현지 언론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원자로 3기가 ‘멜트다운 현상(원자로 냉각장치가 정지돼 내부의 열이 이상 상승해 연료인 우라늄을 용해함으로써 원자로의 노심부가 녹아버리는 현상)’으로 핵연료와 구조물이 섞인 ‘연료파편(퇴적물)’이 약 880톤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피해가 날로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원전이 방출하는 방사성물질은 1년 전보다 크게 증가한 9억 3300Bq로 조사돼 폐로는 오염된 퇴적물 처리 작업은 오는 2021년을 넘길 거로 전망됐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퇴적물이 원자로에 그치지 않고 외부 격납 용기까지 넓게 퍼져 처리에 어려움이 따르고, 퇴적물을 보관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근심이 크다.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서 보관중인 오염수. 약 110만톤을 보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환경금융연구기구 캡처
원전에서 발생한 방사성 물질 오염수 처리도 골치다.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와 주변에는 고농도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오염수를 보관하는데, 오염수 양은 110만톤에 육박한다.
 
도쿄전력은 오는 2020년 말까지 137만톤의 오염수를 보관할 부지를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오염수를 어떻게 처분할지는 정하지 못했다.
 
날로 늘어나는 오염수에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해양 방출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지 어업자뿐 아니라 주변국의 반대가 거세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다.
 
◆원전 폐로 불가능한가?
 
폐로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다만 폐로에 천문학적인 비용과 긴 시간이 걸린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의 폐로는 ‘원자로 시설 해체 등 공정이 종료’되는 시기를 약 40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원자로 시설이 모두 해체됐다고 해서 폐로가 끝나는 건 아니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폐로와 관련한 기준(개념)은 일본 정부와 폐로를 진행하는 도쿄전력, 사회각계 전문가 등이 서로 다른 기준과 입장을 내세워 폐로가 완료되는 시점과 관련한 전망이 각기 다르다.
 
고체 폐기물 저장고. 원전 방사선 관리 구역 내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보관하고 있다. 간사이전력 캡처
도쿄전력의 경우 “건물 해체해 철거한 후 원전 부지가 완벽한 공터가 되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 이는 ‘오염된 시설과 구조물을 모두 철거해 최종적으로 부지를 제한 없이 사용 가능한 수준으로 방사능 준위를 낮춘다’는 의미다. 그러나 기업 대표는 “제염작업 후 발생한 폐기물과 폐로 과정에서 발생한 퇴적물 그리고 원전 오염수를 어디서 처리할지는 결정된 게 없다”고 우려했다.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를 감시하는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후게타 토요시 위원장은 “폐로에 걸리는 40년이라는 시간은 기술적인 면만 고려한 것”이라며 “연료 파편 처분 문제 등 사회적 의사 결정에 필요한 시간은 예측이 어려워 폐로 완료 시점을 전망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후쿠시마현 “다른 현에서 처리하라”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발생한 폐기물 처리를 두고 후쿠시마현은 연료 파편과 폐기물 등을 다른 곳에서 처분할 것을 요구했다. 후쿠시마현 지사는 “폐로 후 진정한 마을 부흥을 이룰 수 있도록 (폐기물을) 정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폐기물을 외부에 저장하는 건 쉽지 않다’는 게 도쿄전력 등 관계자의 일치된 의견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9년째인 지금 폐로 작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이와 관련 NHK는 “ 원전 사고와 폐로를 책임지는 도쿄전력이 어려운 논의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진정한 부흥’을 이루길 바란다는 후쿠시마현 요구에 사회가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모습(내부). NHK 방송화면 캡처
한편 일본 후쿠시마 원전 피해는 일본 열도를 넘어선다.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 물질은 △미국 서부 연안과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태평양 수역 △알래스카만에서 발견된 바 있다.
 
방사성 물질이 바다를 타고 확산하면서 “세계를 위해 원전 폐로가 신속히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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