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저널리즘토크쇼J] 세월호 5년, 그리고 '기레기'

KBS 입력 2019.04.14.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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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널리즘 토크쇼 J>입니다.
오늘 함께하실 분들 소개해드립니다. 먼저 저널리즘 전문가죠. 정준희 교수입니다.

[정준희] 안녕하세요. 정준희입니다.

[정세진] <저널리즘 토크쇼 J>의 고정 패널, 최욱 씨입니다.

[최 욱] 국민의 회초리 최욱입니다.

[정세진] 그리고 송수진 기자도 함께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송수진] 안녕하세요. 송수진입니다.

[정세진]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사무처장님 나와 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언경] 안녕하세요. 김언경입니다.

[최 욱] 우리 또 KBS 기자시죠?

[송수진] 네.

[최 욱] 이번에 강원도에 너무나도 큰 산불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재난주관방송사인 KBS가 특보 체제로 전환하지 않고 정규 방송을 내보내서 지금 말들이 엄청 많거든요. 오늘 어떻게, 회초리 맞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송수진] 안 그래도 저희 고성 산불에 대한 대응 관련해서 저희 쪽으로 비판 의견들이 쇄도를 했어요. 시청자 상담실 통해서도 100건 넘는 의견이 접수가 됐고요. 그래서 당시 어떤 상황들이었는지에 대해서 저희가 내부 취재를 좀 했습니다. 그래서 가감 없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최 욱] 알겠습니다. 오늘 호되게 한번 회초리질을 해보겠습니다.

[정세진] <저널리즘 토크쇼 J>는 KBS 1TV, myK, pooq, 유튜브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정세진] 지난 4일, 강원 지역에서 큰 산불이 났습니다. 저녁 7시 17분 무렵이었는데요. 강원도 고성의 한 도로변에서 난 불이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인근 야산과 속초 시내로 번졌습니다.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주택 400여 채와 임야 1,757 헥타르를 집어삼켰죠. 사망자도 나왔습니다. 이번 산불로 재난 방송 보도의 민낯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이런 비판이 나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KBS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정보 제공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강원 산불 보도, 무엇이 문제였는지 짚어보는 시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송수진 기자, 먼저 ‘KBS가 정규 방송을 끊고 특보로 전환한 시점이 많이 늦었다’ 이런 비판이었죠?

[송수진] 첫 특보가 밤 10시 53분에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계속 이어지지가 않았고 10분 정도 짧게 특보가 나가고 11시 5분부터는 <오늘밤 김제동>이 방송이 됩니다. 20분 정도 <오늘밤 김제동> 방송이 되다가 11시 25분쯤에 저희가 방송을 끊고 본격적인 특보 체제로 돌입을 하게 됩니다. MBC의 경우에는 드라마가 끝난 이후인 밤 11시 7분에 본격적인 특보를 시작하게 됩니다. SBS의 경우에는 11시 52분부터 특보를 하게 되는데 이때 당시 예능 프로가 방송되고 있었는데요. 6분 정도 특보를 이어가다가 또 중단하고 다시 예능 프로그램으로 돌아간 다음에 본격적인 특보는 그 다음 날인 5일 새벽 12시 46분부터 시작이 되게 됩니다. 당시 소방당국이 이미 밤 9시 44분에 화재대응 수준을 3단계로 격상을 시켰었고, 또 밤 10시가 됐을 때는 산림청까지 나서서 화재 경보 수준을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올리거든요. 그 기준을 놓고 비교를 해본다면, 산림청이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나서 1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지상파들이 본격적인 특보 체제에 돌입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언경] SNS를 통해서 저녁에 불이 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거예요. 그런데 ‘불이 번져가고 있다’, ‘지금 급박하다’는 글들이 시민들이나 이런 분들한테는 충분히 나오고 있는데 텔레비전을 보면 너무나 평온하게 방송이 계속되고 있어서 지상파 3사를 다 봐도 다 그런 상태였고요. 그런데 유난히 KBS가 좀 더 많이 비판을 받는 건, 저는 국민이 KBS에게 갖는 사실 재난주관방송사라든가 국가기관방송사 이런 말을 떠나서 그냥 KBS예요. KBS가 주는 가치가 있고 기대감이 있거든요. 그런데 KBS가 지금 엄청난 큰 산불이 났는데 한두 명이 아니고 굉장히 많은 시민들이 위험에 처해져 있는데 그냥 너무 일상적인 방송을 하고 있다는 거, 그거 자체가 굉장히 배신감? 그런 생각을 저는 갖게 했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최 욱] 근데 KBS에서 <오늘밤 김제동>을 튼 데에는 누군가 결정권자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한 이유가 뭐예요?

[송수진] 보도본부의 입장을 한번 들어봤는데요. KBS 방송, 재난방송 매뉴얼(manual)에 따르면 1단계에서는 스크롤(scroll)이라고 해서 화면 하단에 띠 형식으로 나가는 자막이 있거든요. 스크롤로 일단 방송을 해야 합니다. 2단계와 3단계로 격상이 되면 스크롤도 방송을 하고 거기다가 정규 방송을 끊고 방송을 하는 특보 형식으로 체제가 전환이 돼야 하거든요. 그런데 스크롤의 경우에는 우리가 9시 뉴스 전에 8시 53분에 1차로 내보냈고요. 그다음에 9시 뉴스 때 관련 기사가 3개가 있었고, 그다음에 9시 뉴스가 끝나고 나서도 스크롤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그리고 특보도 11시 이전에, 그러니까 10시 53분에 첫 특보를 내보냈거든요. 그러니까 이 매뉴얼의 대응대로 1단계에서 스크롤에서 그다음 2단계 특보, 또 3단계, 또 특보 이렇게 방송을 한 셈인 거죠. 그래서 ‘매뉴얼에 따른 대응이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준희] 이건 전형적인 관료의 답변이거든요. 관료의 답변은 뭐냐. ‘매뉴얼에 근거해서 했다. 따라서 면책된다.’예요. 면책을 바라는 겁니다, 면책. 그런데 지금은 면책이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예를 들면 개별의 어떤 기관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기대에 부응하는 게 문제잖아요. 그러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측면들이 먼저 나와야 하고 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게 됐는가에 대한 설명은 추후에 붙어야 하는 그런 상태인데 저는 그 부분에서 현재 입장문이라고 하는 것이 현재 국민들의 감정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다시 말하면 공영방송이 시민에 토대를 둬야 하는데 그 시민의 감정과 부응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봅니다.

[김언경] 정말 지금 국민이 위급해요. 그러면 빨리 이야기해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무슨 예능이나 드라마나 시사 프로그램이 무슨 의미가 있어요, 그 순간에.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꾸 매뉴얼을 바꾸자는 말을 하기 이전에 ‘기본적으로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그 개념과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 욱] 이번에 비판이 거센 이유 중의 하나는 ‘재난주관방송사’이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재난주관방송사’라는 것이 어떤 개념인지 그것 좀 정리해줄 수 있을까요?

[정세진] 좀 명확하게.

[정준희] 그러니까 우리가 구분해야 하는 게 ‘재난방송’과 ‘재난주관방송사’예요. 이거는 법상으로 규정이 돼 있기 때문에 상당한 구속력을 지닙니다. 방송법상으로는 재난방송을 수행하도록 되어 있어요, 재난시기에. 그리고 이 재난방송을 수행하도록 돼 있는 방송사들은 KBS뿐만 아니라, 지상파, 그다음에 사실 종편도 해당되고요. 그다음에 재난주관방송사는 그래서 ‘그중에 누가 가장 선도적인 책임을 질 것이냐?’를 차후적으로 규정한 거예요. 그러면 왜 생겼을까? 이것도 중요하거든요. 도대체 뭐가 달라지는 걸까? 재난주관방송사는 필요하면 관계있는 각 지역자치단체장에게 또는 관련기관에게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는 거, 이게 제일 큰 거고요. 그다음에 관련된 시행령에 따라서 이 재난방송을 효과적으로 실시하기 위한 다양한 종류의 대비책을 마련해 둔다는 의무가 들어간 게 또 한 가지의 핵심적인 내용인 거죠.

[송수진] 사실 지진이나 태풍 같은 경우에는 기상청하고 저희가 업무 협약이 체결이 돼 있어서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들어옵니다. 그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습니다. 그런데 ‘산불’같은 사회 재난의 경우에는 그런 게 지금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가 않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좀 추후 논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정세진] 지난 5일,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는 ‘강원도 산불, 재난민을 위한 재난방송을 하십시오.’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피해 상황, 피해 원인을 반복 보도하는 것은 재난민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재난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재난방송을 하세요.”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현재 300여 명이 동의한 상태고요. 한 달 안에 1,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관련 부서 책임자가 직접 답변을 해야 합니다.

[정준희] 일본 같은 경우에는 NHK가 재난주관방송을 하면서 시스템 상으로 다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기상청이나 이런 데서 바로 (정보가) 나오면 그게 국가기관을 거치고 방송사를 거쳐서 모바일, 휴대폰이나 이런 데까지도 다 연동돼서 한꺼번에 되게 짧은 기간에 정해진 메시지들이 나가도록 그렇게 만들어져 있어요. 그런데 이런 게 사실은 우리한테는 많이 준비가 안 돼 있기 때문에 사실은 굉장히 큰 문제였던 것 같고요. 한 가지 더 말씀을 드리면 우리나라 재난방송의 특징이 대단히 수도권 위주고요. 당사자 위주가 아닙니다. 그리고 사건사고 식으로 보도를 해요. 강 건너 불 구경식으로 보도한다는 겁니다. ‘지금 당장 이분들이 위험하고 이러니까 이러이러한 것들이 필요합니다.’라고 보도하기보다 ‘여기에 저런 일이 생겼네요.’라고 보도하고 있는 그런 형식들을 가지고 있어요.

[최 욱] 아, 맞아.

[정세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언론이 이런 재난방송에 있어서의 개선점, 지적해주시면요?

[정준희] ‘국가기간방송’이라는 명칭이나 ‘재난주관방송’이라는 명칭은 완장이 아니라, 되게 무거운 형벌에 가깝다고 저는 봅니다. 그러니까 굉장히 많은 자원을 거기에 투여해야만 사실 수행이 가능한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그 명칭을 그냥 어떤 완장처럼 받아들였는지 아니면 정말로 무거운 어떤 의무로 받아들였는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고요. 두 번째로는 사실 국가가 그런 것들을 부여했다면 거기에 걸맞은 지원이 당연히 필요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정보시스템도 그렇게 안 갖춰져 있죠. 그다음에 이것들을 수행할 때 보면 KBS가 어디 가서 뭔가 말 그대로 정보를 바로 받고, 그다음에 어디 가서 취재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 만한 시스템을 완비하도록 해주진 못하고 있는 상태라는 건 분명해요. 그렇기 때문에 KBS도 일부 억울한 측면들은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KBS 스스로가 태도를 개선해야 하고, 그다음에 국가도 단지 2,500원의 수신료라는 이름만으로 그냥 (지정)할 것이 아니라, ‘재난주관방송’이라고 하는 새로운 책무에 대해서 거기에 걸맞은 어떤 시스템을 완비하도록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세진] 최욱 씨. 쓴 소리, KBS를 향한.

[최 욱] KBS가 지금 굉장히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데, 다음번에는 그러지 않기를 바라면서 오늘 회초리는 제가 집어넣겠습니다.

[정준희] (웃음)

[송수진] 잘하겠습니다.

[정세진] 지금까지 강원도 산불에서 드러난 재난방송 특보의 문제점 짚어보는 시간 가져봤습니다. 송수진 기자 고생하셨습니다.

[송수진] (인사)

[정세진] 2014년 4월 16일이었습니다. 최악의 인재,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이제 5주기가 됩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 전반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는데요. '기레기'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고, 망가진 저널리즘의 현 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세월호 특집으로, 세월호 참사 당시 잘못된 언론 보도 되돌아보고요. 5년이 지난 지금, 언론은 그럼 과연 달라졌는지 짚어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의 김덕훈 기자 함께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김덕훈] 안녕하십니까? 김덕훈입니다.

[정세진] 김덕훈 기자는 5년 전에 팽목항에 있었다고요?

[김덕훈] 맞습니다. 당시에 전주총국에서 근무 중이었는데 사고 난 곳과 거리상으로 가까웠기 때문에 상당 시간 현장에 투입하는 현장 인력이었습니다.

[최 욱] 당시 제 기억으로는 MBC, KBS 기자들이 세월호 피해자 분들로부터 굉장히 많은 비난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어떻게 당시에 좀 혼나거나 그러지 않았습니까?

[김덕훈] 당시 현장에서 KBS 기자들에 대한 인식은 피해자들이 정부를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방송이라고 판단하셔서 일단 피해자들로부터 중요한 소스(source)들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실제로 뉴스들이 끝나고 나서는 저희 중계차에 오셔서 항의하는 일도 많았었기 때문에 굉장히 긴장감이 높은 상황이었습니다.

[최 욱] 그러면 KBS의 일원으로서 그럴 때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김덕훈] 자괴감이 많이 들죠, 솔직히. 그래서 이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답시고 이분들이 당시에 가지고 있던 감정, 이런 거만 뉴스로 소비하고 이분이 제기하는 문제점들은 거의 방송에서 제기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이분들의 이야기를 대변한다기보다는 이분들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생각이 저도 많이 들었어요.

[정세진] 세월호 참사 당일에 이어졌던 최악의 보도들은 아마 여러분이 생생하게 기억하실 겁니다. 세월호의 침몰 과정, 방송으로 실시간으로 방송이 되고 있었죠. 문제의 보도 내용 먼저 보고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전원 구조’ 오보 장면

-MBC 뉴스특보 앵커멘트 中 / 2014. 4. 16.
“아침부터 정말 놀란 분들 상당히 많으셨을 거 같은데 다행스런 소식입니다. 지금 현재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의 학생들 338명 전원이 구조됐다는 소식 들어 왔다는 것 다시 한 번 전해드립니다.”

-KBS 뉴스특보 앵커멘트 中 / 2014. 4. 16.
“경기교육청 대책반에 따르면 단원고 학생이 전원 구조됐다는 소식도 들어와 있습니다."//

[최 욱] 아, 이거는 진짜 볼수록 너무 화가 나는 그런 장면 아니겠습니까?

[김언경] 그 오보 때문에 우리가 말하는 골든타임(golden time)이라는 그 시간에 굉장히 많이 안심하고 약간 루즈(loose)해지는 그런 상황이 그때 벌어진 것이고, 그것 때문에 사람은 더 못 구했을 것이라는 속상한 생각이 들고, 굉장히 저 영상을 보기만 해도 막 울렁거리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뭐냐 하면 그 이후에 목포 MBC 등에서 ‘이것은 아니다, 이건 전원 구조일 수가 없다’라고 분명히 보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MBC 본사가 그것을 빠르게 정정하지 않았다는 거, 이것이 늦어졌다는 게 더 나쁘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최 욱] 도대체 이런 오보가 왜 나오게 된 거죠?

[김덕훈] 참사 당시 KBS의 상황부터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KBS의 경우에는 일단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 4분부터 특보 체제에 돌입을 합니다. 그 이후부터 해경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의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서 구조가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것처럼 낙관적인 보도를 일단 이어가는데요. 특히 10시 38분에는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던 해경 항공기의 부기장을 전화 연결했는데 이때 당시 부기장은 “지금 현재 선체 선수 부분 조금만 물위로 나와 있는 상황이고 지금 대부분의 인원들은 해경 함정, 지나가던 상선, 해군 함정 등으로 대부분의 사람이 구조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0시 47분부터는 <해군, “탑승객 전원 선박 이탈…구명장비 투척 구조 중”> 이라는 자막까지 내보냈습니다.

[정준희] 이게 고질적인 취재원 편향인데요.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이 내는 것들은 면책이 되기 때문에 그대로 받아쓰는 것이 굉장히 오랫동안 관행화 돼있었습니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저쪽 잘못이야’ 라고 해버리면 되잖아요. 두 번째로는 이게 좀 더 근본적인 문제인 것 같은데 사실 굉장히 위험한 내용이었잖아요. 그러니까 정말 실제라면 너무나 다행이지만 만약에 실제가 아니라고 한다면 굉장한 문제가 생기는 건데 이걸 과감히 속보 형식으로 터뜨렸다? ‘왜 그랬을까?’에 question mark(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럼 저는 심리적으로는 안심시키고 싶었을 것이라고 생각은 해요. 그런데 그 안심시키고 싶은 게 누구일까. 국민일까? 유족일까? 아니면 다른 어떤 국가일까? 정부일까? 다른 정치세력일까? 이게 제일 궁금한 점이고요. 저는 그런 의미에서 이 당시에 방송사들이 정책 당국에 대한 어떤 체계적인 편향들이 들어가 있었다고 보는 거죠.

[정세진] 언론은 구조 현장에 투입된 인력 규모도 확인 없이 받아쓰기를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일 KBS는 <육·해·공 총동원 입체수색>의 리포트를 통해서 사고 현장에 200여 명에 가까운 구조 인력이 투입됐다고 보도했는데 이 역시 오보였습니다.

[김언경] 사실 이게 가장 화가 났는데요.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고 국민 모두가 믿었던 거죠. 그런데 나중에 해경이 작성한 상황보고서 내용 중 일부가 공개가 됐는데요. 이에 따르면 침몰 첫날 잠수 요원은 해경 140명과 해군 42명 등 모두 182명으로 나와 있지만 이 가운데 9%인 16명만이 실제 수중 수색 작업을 했다는 것이에요. 그러면 16명밖에 안 들어갔는데 지금 방송에서 뭐라고 했나요? 이건 정말 거짓 방송이다. 그냥 한마디로 방송이 아니라는 그런 분노감이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정세진] KBS는 이미 생존자와 인터뷰를 통해서 해경의 구조가 원활하지 않다는 사실을 파악을 했는데 또 이를 방송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어떻게 된 일이었죠?

[최 욱] 이건 너무 심하네.

[김덕훈] KBS가 사고 당시에 학생 수십 명을 구조한 故김홍경 씨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KBS ‘뉴스9’ <“더 구할 수 있었는데…” 학생 20여 명 살린 용감한 승객들> 中 / 2014. 4. 17.

[기자] 위급한 순간 학생들을 구조한 숨은 영웅은 동영상을 촬영한 김홍경 씨 등 승객 4명입니다. 여러 생명을 구했지만 더 많은 사람을 살리지 못한 것이 가슴 아프다고 말합니다.

[김홍경] 마지막 학생 아까 여기 동영상에도 있지만 “야 물 올라오니까 빨리 올라가” 그러고 저도 올라갔는데 막 물이 올라오는 소리가 ‘쏴’ 소리가 나지….

[기자] 김 씨를 비롯한 4명은 20여 명의 학생을 구하고 침몰 직전에야 배를 탈출했습니다.//

[김언경] 김홍경 씨가 돌아가셨잖아요. 고인이 되셨는데

[정세진] 암으로

[김덕훈] 네, 방금 보신 것처럼 KBS는 아이들을 더 구해내지 못한 故김 씨의 안타까운 심경에 초점을 맞춰서 방송했습니다. 그런데 김 씨는 한 달 뒤에 참사 당시 KBS와의 인터뷰가 좀 자기의 이야기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한겨레와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내용을 잠시 살펴보면 “해경 구조대가 너무나 어설프게 대응해 더 많은 아이들을 구할 수 있었음에도 기회를 놓쳤다.” 또 “자신이 커튼과 소방호스를 밧줄로 삼아 아이들을 끌어올리는 동안 구조대원들은 이 모습을 곁에서 지켜만 봤다”는 내용을 증언했다고 합니다.

[최 욱] (탄식)

[김덕훈] 그래서 김 씨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KBS에 남아 있는 인터뷰 원본 영상을 통해서 찾아봤는데요. 해당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해당 내용도 한번 보시죠.

[최 욱] 오!

[정세진] 네, 들어보시죠.

KBS 뉴스 미방송분, 故김홍경 씨 원본 인터뷰 中 / 2014. 4. 17.

[김홍경] 해양 경비대가 왔어도 구조나 배에 한 사람도 안 들어오고, 맨 꼭대기에서 객실에 있는 승객들이 구조해서 올려준 애들만 옮기고 이런 게 참 안타까워서…. 구조대란 사람들이 갑판 위에 상부에 있어서 승객들이 올려주는 애들만 싣고 떠나는 그런 모습이 그 순간에도 안타까워서 제가 ‘아, 이건 찍어놔야겠다’ 해서 그 부분만 찍고, 나중에 물 올라오는 거 보고 “물 올라와 다 피해” 그런 소리를 질렀어요.//

[최 욱] 이거는 앞부분보다 뒷부분이 뉴스 가치가 더 있는 거 아닙니까, 사실?

[정준희] 미담의 주인공이 됐어야 하는 분인 거예요. 왜냐하면 사건 초기에 따뜻한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 돼서, 의인이 돼서 나타나줘야 하는 사람이 그 프레임(frame)의 바깥에 있는 이야기를 하는 거죠. 부담스러운 겁니다. 자기가 짜놓은 틀에 안 맞는 거예요. 두 번째는 지금까지 정부 발표나 자신들이 해왔던 것들, 구조가 잘 되고 있다는 것들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사실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그것들을 이야기하는 순간 분명히 좋게 말하면 패닉(panic)이 오는 게 두려웠던 거고, 나쁘게 말하면 (정부를) 보호하고 싶었던 거예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안심시키고 싶었던 게 국민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라는 거죠.

[정세진] 언론이 구조 작업 지연의 문제점이나 재난 컨트롤 타워 부재와 같은 이런 근본적인 문제는 제쳐두고 세월호 선장이나 또 유병언 일가에 대한 마녀사냥식의 보도에 앞장섰다, 이런 부분도 지적·비판이 많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대표적인 보도들을 좀 짚어보죠.

[김덕훈] 당시 세월호 선장이었던 이준석 씨. 이분의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해서는 충분히 비판할 수 있지만 이후에 언론들이 보인 태도는 이게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일, 그리고 사생활 캐내기 같은 보도들로 일관했던 바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중앙일보가 2014년 4월 25일에 쓴 <이준석 선장, 수감 초기부터 잘 먹고 잘 자>라는 기사가 있는데요. 내용을 살펴보면 “해경 측은 일반인이 처음 수감되면 대체로 불안에 사로잡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식사도 못 하는데 이 선장은 수감 초기부터 정상적으로 먹고 잤다”고 썼습니다. “24일 점심에는 김치찌개와 장조림·미나리초무침 등을 먹었다. 경찰서 구내식당에서 나오는 4000원짜리 식사다. 돈은 내지 않았다. 유치장 안에 설치된 TV로는 주로 드라마나 영화를 본다고 해경은 전했다”는 내용도 담았습니다.

[정세진] 그 언론 보도들을 좀 짚어보죠. 유병언 일가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한 언론 보도, 어느 정도였는지.

[김언경] 제가 2014년 4월 22일에서 28일까지 정부 비판 보도 대(對) 유병언 관련 보도량을 한번 그때 저녁 종합 뉴스만 본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정부 비판 꼭지가 KBS는 22건을 정부를 비판했어요. 그런데 유병언 관련된 보도는 34건을 했어요. 그러니까 유병언 관련된 보도가 훨씬 많아요.

[정세진] 왜 그렇게 구조가 안 됐는지를 끈질기게 물어야 하는 언론에서 오히려 이런 식의 보도들을 쏟아냈습니다. 이 사람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린 그런 기사라고 볼 수 있는 거겠죠?

[정준희] 그렇죠. 이거는 뭐, 아주 전형적인 시선 돌리기의 방식이고요. 이런 기사의 의도 자체가 기본적으로 ‘여기에서 누구에게 집중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서 사실 주인공들은 뒤로 빠져 있는 채, 실제로는 사실은 책임이 있으나 메인(main)의 책임이라고 볼 수 없는 사람들을 앞세우는 그런 식의 방식으로 가고 있었다는 거죠.

[최 욱] 지금 와서 제 자신한테 굉장히 화가 나는 게 언론이 이렇게 끌고 가는 대로 제가 다 질질 끌려갔던 기억이 있어요.

[정준희] 끌려갔죠. 네.

[최 욱] 이준석, 유병언, 거기에 완전히 저도 관심 갖고 그 두 사람에 대한 분노. 아직도 저는 기억이 생생하거든요. 그런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집니다.

[정세진] 언론은 또 드러내놓고 박근혜 대통령을 감싸는 보도를 내보냈는데요. 어떤 보도가 있었는지 영상 함께 보시고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감싸는 보도

- 박근혜, 진도체육관 방문 시 KBS ‘뉴스9’ vs JTBC ‘뉴스룸’ 보도 비교 / 2014. 4. 17.

[앵커] 박근혜 대통령이 여객선 침몰사고 현장을 방문해 구조 활동을 독려하고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했습니다.

[기자] 가족들은 탑승자 명단 확인이 안 되는 등 불만사항들을 건의하자 박대통령은 즉시 시정할 것을 지시했고, 가족들은 박수로 호응했습니다.

[박근혜] 누구보다도 이 가족 분들이 들으셔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 여기 스크린도 설치해서….

[해수부 장관]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박근혜] 모든 것을 자세하게 좀….

[앵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오후 세월호 사고현장을 찾았습니다. 실종자 가족들도 만났는데 격앙된 일부 가족들 사이에선 고성도 나왔습니다.

[기자]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의 초동대처와 구조작업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면서 격렬하게 항의 했습니다.

[유족] 우리 애들 살려내! 왜 이제 오느냐고!

[기자] 박대통령은 이들 가족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구조대책 마련을 약속했습니다.

[박근혜] 지금 오늘 여러분들하고 얘기한게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분들 다 책임지고 물러나야 합니다. 그럴 리가 없어요.

- ‘채널A 종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영웅’ 이름 부르다…끝내 눈물> / 2014. 5. 19.

[앵커] 박 대통령은 결국 세월호 침몰 당시의 의인들 이름을 일일이 부르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박근혜] 어린 동생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탈출시키고 실종된 故권혁규 군,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주고 또 다른 친구를 구하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어 사망한 故정차웅 군, 세월호의 침몰 사실을 가장 먼저 119에 신고하고도 정작 본인은 돌아오지 못한 故최덕하 군.

[기자] 학생들을 구하다 숨진 선생님들과 승무원들의 이름을 부를 때도 눈물은 그칠 줄 몰랐습니다.

[박근혜] 故 박지영, 김기웅, 정한선 님과 양대홍 사무장님, 민간 잠수사 故이광욱 님의 모습에서….

[기자] '얼음공주'라 불릴 정도로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생중계 도중 눈물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최 욱] 이거는 진짜 보기가 너무 힘드네요. 채널A 같은 경우에는 거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가족인 것처럼 지금 다루고 있지 않습니까? 이거는 진짜 와... 너무, 보기가 너무 힘듭니다. 저때가 이제 KBS랑 JTBC의 운명이 갈린 결정적인 장면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정준희] KBS 보도는요. 냉전시기 공산주의 언론들이나 했음직한 영상 조작 수준이에요, 이건.

[김언경] 그렇죠.

[정준희] 그리고 실제로 방송통신심의를 제대로 했었다면 객관성 조항에도 위배될 수 있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고요. 두 번째로 채널A 같은 경우에는 사실 언급하기도 싫은데 이거는 홍보기관 수준입니다, 말 그대로. 마사지를 하기 위해서 딱 짜놓은 대본이라는 게 너무 뻔히 보이잖아요.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전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막아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이 정부와 이 언론들이 생명을 같이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이 정도 수준까지 갔을 리는 저는 없었다고 봅니다.

[정세진] 박근혜 대통령 지키기에 나섰던 언론들이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해서는 악의적으로 보도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김덕훈 기자, 그 내용들 좀 짚어보죠.

[김덕훈] 2014년 5월 7일 MBC는 <분노와 슬픔을 넘어서>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서 민간 잠수부의 사망 소식을 전했었는데요. 그런데 리포트를 한 박상후 당시 전국부장이 “조급증에 걸린 우리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라면서 마치 피해자 가족들의 조급증이 결국 이 잠수사를 죽음으로 내몬 것 아니냐, 이런 식으로 보도를 해서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리고 2015년 1월 6일에는 역시 MBC가 <단원고 2학년 대입 특례…‘세월호 배·보상 특별법’ 최종 합의>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서 “여야가 세월호 생존학생들이 정원 외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면서 “피해가족 등의 여론을 수렴한 야당의 요구가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를 했습니다. 당시 유가족들은 특례 입학을 주장한 적이 없는데 보도에서는 마치 유가족들이 주장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게끔 보도가 되었습니다.

[정준희] 결과적으로 저는 두 가지 메시지를 담으려고 하는 의도가 보입니다. 하나는 ‘우리가 아는 피해자들은 또는 유가족들은 순수하지 않다’ 그렇죠? 그 다음에 두 번째로 ‘이것 때문에 생기는 또 다른 피해자, 더 큰 피해자가 있다’ 그게 예를 들면 다른 고3 학생이건 잠수사이건. 실제로는 그들을 전혀 걱정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앞에 있는 이 유가족이나 피해자들의 신뢰성을 깎아내리기 위해서 순수하지 않은 측면들과 그다음에 그걸로 피해를 보는 다른 사람들을 부각시키는 그런 방식을 쓰고 있다는 점에서 아주 악의적이고 비열한 보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덕훈] 박상후 전국부장의 기사가 나오는 날 본인들도 이 보도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이게 오후쯤 한 서너 시쯤 됐을까요? 아직 해가 있을 때, 팽목항에 나와 있던 MBC 기자들이 짐을 싸고 어디로 막 가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물어 보니까 ‘오늘 우리가 이런 보도가 나오는데 굉장히 큰 항의가 올 게 뻔하니까 일단 먼저 피한다.’ 거의 이런 취지로 이야기를 하면서 나가더라고요, 일단은.

[정세진] 지금까지 세월호 참사 당시 부끄러웠던 언론의 잘못된 보도 행태를 짚어봤습니다. 김언경 사무처장님 그리고 김덕훈 기자 고생하셨습니다.

<영상> 세월호 5주기가 우리에게 남긴 것

[정세진]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두고 세월호의 언론 보도 돌아보고 있습니다. 관련돼서 특별한 분들 몇 분 더 모시고 이야기 계속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예은 양의 아버지죠? 유경근 선생님 나와 주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유경근] 안녕하세요. 예은이 아빠 유경근입니다.

[정세진]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이명선 기자도 함께합니다.

[이명선] 셜록의 이명선입니다.

[정세진] 그리고 KBS 강나루 기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강나루] KBS 강나루 기자입니다.

[정세진] 유경근 선생님은 이 자리가 그렇게 쉽지 않은 자리일 텐데 나오시기로 결심하신 계기, 저희가 섭외 요청을 드렸을 때.

[유경근] 워낙 말하고 싶은 욕구가 많은데 잘 들어주는 데가 아직도 많진 않아서 이런 자리가 고맙고 반갑죠.

[정세진] 이명선 기자는 2년 전에 한 포털에서 <나는 왜 종편을 떠났나>라는 연재 글을 올려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채널A에 공채 1기 기자로 들어갔다가 3년 만에 퇴사를 했죠.

[이명선] 네. 채널A.

[정세진] 그 이유들을 블로그를 통해서 아주 상세하게 밝혔는데요.

[유경근] 저도 소식을 들었었어요. 그런데 굉장히 신선했고요. 먼저 앞장서셨으니까 그 뒤에 또 다른 기자들이나 언론인들이 같은 선택, 아니면 남아 있더라도 내부에서 변화시키기 위한 아주 구체적인 노력, 이런 것들이 좀 이어지겠구나! 이런 기대를 했었는데 사실 그러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이명선] 네. 일종의 이 연재가 반성문이었거든요. 제가 원래는 이 글을 쓰기 전에 세월호(참사)를 겪고 나서 ‘아, 기자는 하지 말아야겠다.’ 이런 생각으로 (강나루 기자 보며) 좀 그런 생각이 들었잖아요. 그때 세월호(참사) 터지고 나서 많은 기자들이 그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러고 나서 다시 기자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니까 일종의 반성문을 써야지만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채널A) 내부에서는 조금 반응이 안 좋았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좀 해보려고 하는데 왜 기 빠지게 여기서 글을 쓰냐. 후배들 기 살려주려면 네가 글을 멈춰야 한다.”는 식으로 저한테 메신저로 (메시지를) 보냈었어요. 그런데 거기에서 좀 화가 나더라고요. 사실 후배들 기를 살려주고 기자로서 일을 열심히 하고자 하면 사실은 더 좋은 보도를 하고 후배들이 원하는 보도를 하기 위해 선배들이 나서줘야 하는데 그 선배가 저한테 메신저를 보내고 나서는 ‘아, 이거 진짜 문제가 있구나! 개인들도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더 적극적으로 글을 썼습니다.

[정세진] 당시에 강나루 기자는 진도 현장에 있었죠?

[강나루] 네, 당일 저녁에 내려가서 그날 9시에 리포트(=보도)부터 했죠. 그런데 첫날 리포트는 그때 헬기 그림이라든지 이런 걸 통해서 리포트를 하고 그다음부터는 한 보름 정도 현장에 머물면서 계속 취재를 했었고요. 그때는 연차가 한 4년차 정도 됐는데 그 현장에서는 전체 상황을 들여다보기가 좀 어려워요. 그러다 보니까 현장에서는 그때그때 지시에 따라서 빨리 취재하고 보고하고 현장에서 바로 기사 처리하고 이런 것 때문에 좀 정신이 없었고 그게 계속 누적되고 그 리포트들이 나가는, 뉴스라는 건 배열에 따라서 그 톤(tone)이 달라지잖아요. 그러니까 나중에 저를 포함한 젊은 기자들도 우리가 생각했던 방향은 이렇지 않은데 나중에 9시 뉴스를 통해서 나갔을 때 뉴스의 첫 번째 뉴스라든지 아니면 그 인터뷰의 배열 방식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너무 저희가 생각했던 거랑 너무 다르니까 그때부터 절망감과 자괴감, 이런 것들이 쓰나미(=지진해일)처럼 밀려오면서 반성하는 이런 것까지 이어지게 된 거죠.

강나루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총회 발언 中 / 2014. 5. 14.

[강나루] (피해자) 가족들이 저희를 향해 눈을 흘리는 게 현장에서는 바로 느껴집니다. 데스크에서는 그걸 느낄 수가 없어요. 자식 살려달라고 하면서 대통령에게 정부가 빨리 (구조)해야 된다고 항의하는 목소리가 있었는데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분명히 그거는 원고에서 배제됐습니다. 그리고 박수 소리만 나갔어요. (피해자) 가족들이 실망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세진] 반성문을 그래서 쓰게 됐고 저렇게 앞에 나가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생겼던 거고요.

[강나루] 현장에서 유가족 분들한테 너무 죄송스럽고 현장에서 정말 뭐 '기레기'라든지 이런 표현을 들으면서 ‘이렇게 취재를 계속 이어가는 건 아니다’라는 문제의식 때문에 저를 포함한 젊은 기자들 10명 정도가 반성문을 같이 이렇게 올렸었던 거고.

[최 욱] 반성문을 언제 썼다는 거예요? 2014년이에요?

[강나루] 2014년 4월 16일 날, 그때 사고가 나고 저희가 반성문을 올렸던 건 한 보름 정도 지나고 5월 초에 올렸었습니다.

[정세진] 선생님 하고 싶으신 말씀 많으실 거 같은데.

[유경근] 그때 그 이야기를 들었어요, 바로.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누가. 누가 반성문을 썼다더라, 기자가. 그래서 솔직히 처음 생각은 웃기고 있네! 그랬어요.

[강나루] 충분히 그러실 수 있어요.

[유경근] ‘웃기고 있네, 또는 쇼하고 있네.’ 그랬습니다. 아마 참사 당시에 진도에 계속 계셨으니까 절실히 피부로 느끼셨겠지만, 저희 가족들이 집중적으로 비난하고 비판을 했던 방송사가 KBS하고 MBC였어요. 그 말은 뭐냐 하면 그만큼 기대가 컸다는 거죠. 특히 KBS 같은 경우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방송은 KBS였어요, 그냥. 뉴스는 KBS였고 KBS는 가장 정확하게 보도하는 그런 방송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저뿐만이 아니라 저희 또래 모든 엄마 아빠들이 다 그랬어요. 그런데 정작 KBS와 MBC에서 나오는 보도는 그렇지 않으니까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컸고 그래서 훨씬 더 비난이 집중됐었죠.

[정세진] 세월호 참사 당시 KBS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지난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죠. 재판부는 “세월호 참사 직후 이 전 수석이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보도 내용에 대해 항의하고 뉴스에서 빼달라고 요구한 것은 민주주의 질서를 흔들 수 있는 위험한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문제가 됐던 이 전 수석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전화 통화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녹취내용>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 -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 통화 中

- 2014. 4. 21.
[이정현] 온 나라가 어려운데 지금 이 시점에서 그렇게 그 해경하고 정부를 두들겨 패야지 그게 맞습니까? 지금 그런 식으로 9시 뉴스에 다른 데도 아니고 말이야 이 앞의 뉴스에다가 지금 해경이 잘못한 것처럼 그런 식으로 내고 있잖아요.

[김시곤] 이게 우리 보도가 무슨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지 않습니까?

[이정현] 어떻게 공영방송이 이런 위기 상황에서 아니 지금 누구 잘못으로 이 일이 벌어져가지고 있는데 목소리만 듣고 뛰어내리라고 했는데 안 뛰어내렸다고 그걸 가지고 조져대는 이런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김시곤] 아니, 이 선배. 솔직히 우리만큼 많이 도와준 데가 어디 있습니까? 솔직히.

[이정현] 아이 지금 이렇게 중요할 때 극적으로 좀 도와주십시오, 극적으로. 이렇게 지금 힘들고 어려울 때 말이요.

- 2014. 4. 30.
[이정현] 나 요거 하나만 살려주시오.

[김시곤] 네네. 뉴스라인 쪽에 내가 한 번 얘기를 해볼게요.

[이정현] 요거 하필이면 또 세상에 (박근혜 대통령이) KBS를 오늘 봤네. 아이 한 번만 도와주시오. 진짜 국장님. 나 한 번만 도와줘 진짜로.//

[유경근] 실제로 반성문 쓰시고 나서 바로 터진 게 김시곤 국장이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하고 비교하면서 “304명의 희생자 정도가 1년 동안 사망하는 교통사고 희생자 수에 비하면 별거 아니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면서 사실은 그것 때문에 저희가 KBS로 영정을 들고 왔었죠. 그러니까 아무리 반성문을 썼어도 ‘그거 봐, 똑같네. 어차피 똑같네!’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요. 영정을 들고 KBS에 왔다가 KBS에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문전박대(門前薄待)를 당하고 대통령이 또 명령을 하면 KBS가 사과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저희들이 그때 발길을 돌려서 청와대로 간 거였거든요. 그런데 청와대에서도 막혔죠. 그리고 밤샘 농성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다음 날 연락이 왔어요, 청와대에서. 들어오라고. 이야기를 하자고. 그래서 저하고 가족 몇이 들어갔는데 그때 만난 게 이정현 수석이었습니다. 굉장히 이야기를 잘 들어줬어요, 이정현 수석이. 굉장히 소탈해 보이잖아요.

[정준희] 스타일이 그렇죠.

[유경근] 그러니까 이런 사람도 있구나! 이렇게 착각을 할 정도로. 그러다가 어떻게 하면 좋겠냐? 그래서 KBS 사장이 와서 사과하고 그다음에 재발 방지 약속하고 그리고 그런 발언을 한 김시곤 국장은 해임해야 한다. 그게 우리가 바라는 거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더니 바로 KBS로 전화를 하시더라고요.

[강나루] 바로 왔죠.

[유경근] 그러더니 그 당시 KBS 사장하고 직접 통화를 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마치 들으라는 듯이 소리도 키워놓고 막 이야기를 하는데 거의 지시를 하다시피 해서 “당장 와야 한다, 와서 사과해라” 이렇게 하는 거예요. 우리는 얼마나 고마워요. “역시 청와대에 오니까 풀리는구나!” 그런데 이제 그 과정에서 그런 것들은 좀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데 “직원을 해임하고 어떻게 하는 건 아무리 청와대라도 이건 언론이다.” 그러니까 “청와대가 언론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걸 굉장히 강조를 해요. 굉장히 강조하더니 결국에는 통화하면서 보도를 빼라 마라, 고쳐라. 이걸 그렇게 요구를 하고 좀 나중에 보니까 그거였어요. 우리가 요구해서 김시곤 국장을 해임까지는 아니었지만 일종의 좌천처럼 된 거죠. 그런데 그게 우리가 요구해서 된 게 아니고, 그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 된 게 아니고 결국 청와대 말을 안 들으니까, 고분고분하게 안 들으니까 결국 조치를 취했던 거예요.

[강나루] 기자들도 엄청 침통했죠. 침통하고 특히 이런 통화가 어떤 정권이, 청와대가 KBS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아요.

[이명선] 기자들끼리 그런 이야기를 했었어요. 이게 KBS만의 문제는 확실히 아닐 것이다. 분명히 그냥 기자들 스스로나 아니면 그냥 언론사가 자발적으로 정권의 나팔수를 하는 게 아니겠느냐, 이런 추측이 나왔었거든요.

[정준희] 저는 사실은 이 사안이 나왔을 때 충격은 이 일도 충격이었지만, 이 일을 충격으로 안 느끼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게 충격이었어요. 그러니까 특히나 윗세대들. 주변의 학자들이나...

[강나루] 원래 그런 거 아니냐 (하는 반응들)

[정세진] 채널A에서 유대균 씨 관련해서 보도 내놨던, 단독을 달고 내놨던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는 보도 내용 잠시 보고 또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채널A 종합뉴스’ <유대균, 소심한 목소리로 뼈 없는 치킨 주문> / 2017. 7. 27.

[앵커] 유씨는 조용하고 소심한 목소리로 전화 주문을 했고 문도 잘 열어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계산은 무조건 현금으로 했습니다. 첫 소식, ○○○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유대균 씨는 은신을 하며 가끔 배달음식을 시켰는데 검거되기 하루 전인 24일 저녁에도 치킨을 시켜먹었습니다. 당시 배달을 갔던 가게의 직원은 수상한 점을 느꼈습니다.

[치킨집 주인] “남자가 전화했어요. 목소리도 조용해요. 말투는 그냥 평상시 말투보다 약간 소심하게…”

[기자] 직원은 치킨을 받은 사람이 현금으로 16,500원을 계산했고 덩치가 매우 컸다고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정세진] 당시 이야기도 좀 해주시죠.

[이명선] 그 당시에 저도 연차가 어느 정도 되지는 않았지만, 수습도 있었고 그다음에 1년차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들이 전국으로 흩어져서 유병언 일가가 어디 있고, 그다음에 이 사람들이 뭘 했는지 이런 것들만 취재를 계속 시켰던 거예요. 후배 기자들 같은 경우에는 이 사안의 사실 경중을 잘 모르거든요. 이게 안에 들어가 있으면 바깥이 안 보이기 때문에. 이 모든 사안을 단체 대화방에 이걸 올리게 되는데요. 그 친구는 이 뼈 없는 치킨에 대한 것을 그냥 썼던 것뿐인데 데스크에서는 “야, 이거 재미있다. 이거 단독 달고 얘 입봉시킬 겸 기사 내보내자” 이런 식으로 기사가 나가버린 거죠. 그리고 나서 좀 더 비참한 일은 인천지검에서 기자들이 (검사에게) 물어봤었어요. 그러면 정말 유대균 씨가 치킨을 먹었습니까? 뼈 없는 치킨을 먹었습니까? 라고

[정세진] 그걸 물어봤다고요?

[이명선] 네, 다른 기자가 물어봤던 겁니다. 그런데 거기서 우스갯소리로 검사가 뭐라고 했냐 하면 “아니다, 치킨 싫어하고 해산물 좋아한다.” 그렇게 이야기를 했었고, 실제로 ‘유대균 해산물 좋아한다’가 기사로 나왔습니다.

<자료화면> TV조선 ‘뉴스7’ <유대균 “배달음식 시킨 일 없다”> / 2014. 7. 29.
[앵커] 대균 씨는 검찰 수사에서 “치킨 등 배달음식 시켜 먹은 적이 없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덧붙이자면, 본인은 닭은 싫어하고, 해산물을 좋아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명선] 그 당시 종편에서는 시청률이 높기 때문에 분위기가 약간 들떠 있었어요, 되게 아이러니하게도.

[정세진] 조선일보, 2014년 7월 28일. <유대균 붙잡힌 날 ‘뉴스쇼 판’ 시청률 지상파 뉴스에 육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유병언 씨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난주 TV조선 ‘뉴스쇼 판’ 등 종합편성채널 메인뉴스 시청률이 지상파 뉴스에 육박하며 강세를 보였다.”면서 “이는 대형사건 국면에서 시청자들이 갈수록 종편의 보도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 기사를 냈습니다. 또 같은 날 동아일보는 <채널A 종합뉴스 시청률 5% 돌파>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는데요. “‘채널A 종합뉴스’ 시청률이 25일 개국 2년 7개월 만에 5%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유대균 씨 체포 소식에 초점을 맞춰 관련 뉴스를 다각도로 조명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썼습니다.

[유경근] 유대균 씨 검거한 날이 제가 아주 정확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2014년 7월 25일이에요. 제가 왜 이 날을 기억하냐면 그 7월 25일 날, 목포지방법원에서 저희들이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수거가 된 CCTV DVR과 노트북 한 대, 그것을 저희들이 억지로 해경에서 뺏다시피 해서 법원의 명령을 받아서 복원을 했어요. 그런데 그 내용이 뭐냐 하면 국정원이 그 노트북 안에 ‘국정원 지적 사항’ 이렇게 돼가지고 휴지걸이의 위치 심지어 그 안에는 직원들의 상여금과 관련된 내용까지. 뭐 CCTV의 위치까지 다 지정을 하고 “이런 것까지 국정원이 지적을 하고 했을까?” 이런 것들이 나온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문제제기를 하는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던 거죠. 기자회견을 한다고 딱 예고를 했는데 그날 유대균이 검거가 됐습니다. 그리고 모든 언론의 기사가 유대균 검거 소식으로 뒤덮여요. 저희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던 그 기자회견 내용은 다 묻혀버렸죠. 이게 과연 우연일까?

[이명선] 그런데 그 전에도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인천지검에서 유병언 관련된 백브리핑이(press gaggle)라고 하죠? 약간 비공식적으로, 카메라는 못 걸지만 기자들만 불러서 이야기하는 건데 그 백브리핑을 27번이나 해요. 그런데 백브리핑을 정말 이례적으로 한두 번 할 수는 있는데 27번에 걸쳐서 백브리핑을 하기 때문에 기자들은 그걸 그대로 받아다가, 특히 종편에서는 그걸 부풀려서 계속 보도를 하는 거죠. 그러면 거기서 나온 소스를 가지고 다시 또 저연차의 후배들을 시켜서 또 기사를 만들어내고 이걸 반복했었거든요.

[정세진] 세월호 4주기였던 지난해 4월 16일, 조선일보는 이런 기사를 실었습니다. 사설을 실었습니다. <세월호 4주기, ‘정치 이용’은 할 만큼 하지 않았나>라는 제목의 사설이었는데요. “국민 세금으로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좌파 운동가들에게 자리와 월급을 주기 위한 용도로 변질됐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라는 내용을 실었습니다.

[유경근] 그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저희들이 총 세 차례 새누리당 지도부하고 만나서 특별법 논의를 하기 위해서 세 차례 만났거든요. 우리한테 대놓고 물어봤어요. “그러니까 진상규명 자꾸 그렇게 이야기를 하시는데 도대체 진짜 원하시는 게 뭐예요?”

[최 욱] (탄식)

[유경근] 이걸 대놓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때 국회 그다음에 정부에서 나왔던 이야기가 ‘순수 유가족’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순수 유가족’이라는 말이 나왔어요. 뭐 더 말씀 안 드릴게요.

[정세진] 이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세월호 참사 같은 사건이 다시 일어난다면 언론은 과연 다른 모습을 보일 수가 있을까에 대한 의견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이명선] 저는 좀 회의적인 게 제가 그때 ‘채널A’를 나왔을 때 전혀 잡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갈아 끼울 수 있거든요, 얼마든지. 제가 지금 퇴사한 지 벌써 5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5년이 좀 안됐지만. 정말 많은 기자들이 퇴사를 했거든요. 하지만 그 기자들의 빈자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기자들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사실 채널A 자체 그리고 보수 종편이 바꿀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뭐 시청률에 따라서 광고비를 더 수거한다거나 이게 만약에 계속 고착화된다면 굳이 좋은 기사들을 만들어낼 이유가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굉장히 회의적으로 봅니다.

[정세진] 강나루 기자는 어떠세요?

[강나루] 사실 오늘 오면서도 좀 마음이 무거웠던 게 주말에 산불 화재 때문에 저희가 또, 저희 조직이 지금 계속 국민들에게도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세월호 5주기이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것도 대형재난이었는데 적절히 재난 대응을 못한 거고 그리고 저희가 파업을 비롯한 여러 가지 쇄신, 변화의 모습을 한다고는 했지만 “KBS가 지금은 잘하는구나!”라고 박수 받거나 칭찬 받거나 그런 상황이 아니란 말이죠. 그러니까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겠지만 비슷한 사고가 났을 때 과거에 비해서는 기자들이 훨씬 더 선의(善意)를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 선의, 악의(惡意) 이런 부분뿐만 아니라 어떤 매뉴얼이라든지 제도적으로 이런 것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역량이 좀 받쳐져야 된다고 보는데 저희 조직의 어떤 근육이랄까? 이런 대형 참사에 대응하는 KBS의 그 근육이 아직 좀 잘 붙지 않았다, 부족하다. 이런 생각이 좀 계속 들더라고요.

[정세진] 최욱 씨는 어떨 거 같아요?

[최 욱] 뭐 어떨 것 같은지는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만, 우리 아버지도 나와 계신데 지금 5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밝혀진 게 거의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반성하는 차원에서라도 그나마 또 KBS에 대한 기대감은 아까 보여주셨으니까 진실을 좀 밝히는 데 KBS가 좀 앞장서줬으면 좋겠습니다.

[강나루] 네, 노력하겠습니다.

[최 욱] 그 부분에 대해서 꼭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정준희] 시스템의 변동은 단기간에 일어나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개인 기자들이 개인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민들하고 직접 만나는 뭔가를 해야 해요. 되게 비록 작은 거라고 하더라도. 저는 그런 개인적인 선택들이 계속되는 게 거의 유일한 탈출구라고 생각을 합니다, 현재로서는. 마지막으로는 사실 시민들께 말씀드릴 수밖에 없는데 시민들이 냉소하고 트라우마(trauma)를 겪은 것에 대해서 저는 충분히 이해하고 인정을 합니다. 그리고 현재의 KBS에 대해서 또 공영미디어에 대해서 보이는 더 깊은 실망감 같은 것들은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데요. 사실은 그게 대안을 찾는 데 더 큰 장애가 된다는 그런 측면들이에요. 비록 냉소하고 비판하고 하더라도 바탕에서는 뭔가 그것에 대한 신뢰의 끈을 좀 놓지 않고 일정 기간 동안 지원하려고 노력하는 그런 태도가 필요한 거 같고, 그게 이제 공영매체에 대한 사실 대개의 관심이거든요. 안 그러면 사실은 의회나, 지금 보시겠지만 여러 가지 정치적인 놀음에 의해서 되게 쉽게 조작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게 장기적으로 독립성을 가지고 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데 있어서만큼은 시민들이 정말 관심을 가져주셔야 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정세진] 고인이 된 예은이 아버님, 유경근 선생님은 2017년 공영 방송 파업 당시 이런 지지 연설을 하셨습니다.

‘돌마고 불금파티’ 공영방송파업 지지연설 中 / 2017. 9. 8.

[유경근] 진도체육관에서, 팽목항에서 나를 두 번 죽인 건 여러분들의 사장이 아니고 (현장에 있던 바로 여러분들이었습니다.) 제가 여러분의 파업을 열심히 지지하는 건, 내가 언론 때문에 또 다른 고통을 받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여러분들의 힘으로 여러분들이 바라는 그 언론을 따내야만 여러분 속에) '기레기'가 단 한 마리도 숨어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세진] '기레기'라는 말, 언제쯤 사라질 수 있을까요? 지금 현 상황들을 보시면서.

[유경근] 지금 저희들이 가장 핵심적으로 꼽고 있는 과제가 ‘진상규명’인데 진상규명의 방법인 거예요. 어떻게 할 거냐. 특조위가 지금 하고 있지만, 잘 아시다시피 이미 우리가 요구했던 수사권이 특조위에 없기 때문에 한계는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상당히 많은 것들을 밝혀내고 있거든요. 근데 문제는 우리가 궁금해서 알려고 하는 게 아니라, 책임이 있으면 처벌을 해야 하잖아요. 기소를 해야 하고. 그러려면 검찰의 힘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특별수사단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하고 청원도 받고 하고 있는데, 참 재미있는 게 우리가 국민 청원을 받습니다. “도와주세요!” 그러면 언론사라든가 뭐 인터넷 언론도 마찬가지고 “우리는 이런 것들을 같이 공유 못 합니다” 하는 거예요. “왜요?” 그랬더니 “너무 정치적이에요.” 이렇게 되는 거죠.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저희들이 듣는 대답은 항상 똑같아요. 왜 도대체 유가족들은 국민 청원을 통해서라도 검찰에 수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인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함께 좀 들여다보고 그 의견들을 전달을 해주고 필요하면 토론을 하고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그건 유가족들의 주장이라고만 보는 시각이 언론사 내에 굉장히 크다. 그러면서 “도대체 무엇을 반성한다고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안 할 수가 없는 거죠.

[정세진] 앞으로 언론인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이제 ‘기레기’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분명히 마음가짐이 서셨을 거 같아요, 이명선 기자님?

[이명선] (눈물)

[정세진] 왜 그러세요, 왜, 왜, 왜.

[이명선] 사과를 드리고 싶다는 말씀을...(눈물)

[유경근] 참 웃기죠? 진짜 나와서 반성하고 사과해야 할 사람들은 지금도 뻔뻔하게 자기는 잘못 없다고 하고 있어요. MBC 박상후 전국부장 같은 사람은 지금 따로 나가서 유튜브로 뭐 하잖아요. 그러면서 자기가 잘못한 거 없다고 더 오히려 이상한 이야기들만 하고 있는데 정작 용기를 내서 결단을 하신 분들은 저희한테 와서 사과를 하고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이시거든요.

[이명선] 어쨌든 위에서 시켰든 아니면 자발적이든 간에 제 이름으로 나간 기사이기 때문에 그건. 과거에 '기레기'였던 저를 용서하고 싶지는 않아요. 아까 말씀 들어 보니까 되게 간단한 거 같아요. 잘못했다. 그거를...

[정세진] 앞으로 해주셔야 할 역할을 해주시면 됩니다. 강나루 기자도.

[강나루] 반성이라는 말로 계속 반복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정확히 어떻게 구체적으로 취재해서 잘 보도하는지, 그 세월호의 진상 규명을 포함해서 이런 것들을 취재 결과물로 말씀드려야겠다. 저도 초심으로 돌아가서 결과로서 보여드려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최 욱] 대부분 세월호 하면 다 너무 슬픈 우리의 기억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걸 대면하는 게 두려움 같은 게 좀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거를 저부터도 좀 깨야지 좀 더 우리가 발전하는 쪽으로 갈 수 있을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정준희] 사실은 저는 아까 아버님도 말씀하셨지만...(눈물)

[정세진] 왜 그러세요, 또. 다 마지막에 왜 그러세요, 다... 교수님. (눈물) 죄송해요.

[유경근] 저만 오면 자꾸 분위기가 이렇게 돼서 이게 참

[정세진] 교수님 마무리.

[정준희] 조금이라도 괜찮은 분들이 '기레기' 소리를 듣는 게 제일 안타까워요. 사실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다 생애가 걸려 있고, 솔직히 조직 안으로 들어가서 개인이 된다고 하더라도 저널리즘 활동을 수행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또 일이긴 하거든요. 그 안에서 이제 자기의 일밖에 못 보기 때문에 성찰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죠. 그런데 그 성찰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염치없음을 기억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세진]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 4월, 벚꽃 피는 풍경을 별로 안 좋아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었는데요. 어려운, 여의도 벚꽃 풍경을 보시면서 또 이 자리에 나와 주셨을 것 같습니다. 어려운 걸음 해주시고 또 쓴 소리 해주셔서 감사드리고 계속 잊지 않도록 저희가. 매번 지적해 주셔야 합니다.

[유경근] 네 알겠습니다.

[정세진] 역할을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나와 주신 유경근 선생님 그리고 이명선 기자, 강나루 기자 고맙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방송은 KBS 1TV, myK, pooq, 유튜브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언론의 관행은 여러분이 바꿀 수 있습니다. 다음 주도 일요일 밤 10시 30분에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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