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김정은, 김일성도 못한 '나는' 표현 사용..절대 권력굳혀· 최룡해 힘빠져"

박태훈 입력 2019. 4. 15.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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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나는~"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명실상부한 '1인절대권력'체제를 구축했음을 선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된 최룡해에 대해선 2인자를 굳힌 것이 아니라 오히려 힘이 빠졌다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태 전 공사는 15일 자신이 운영중인 블로그 '태영호의 남북동행포럼'에서 지난 한 주간 북한 동향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 김정은, 국회에서 최고지도자 간접선거하는 방식 택해 
 
태 전 공사는 "북한에서 9일 당정치국 확대회의, 10일 당 전원회의, 11일 최고인민회의 첫날 회의, 12일 최고인민회의 둘째날 회의 등 중요한 회의들이 연속 진행됐다"며 
 
주목할 점은 "김정은이 북한을 정상국가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정치구조개편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정은이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계기로 수령이 대의원직을 먼저 차지하고 최고인민회의선거를 통해 국가수뇌직으로 오르던 전통을 없애버렸다"며 국가지도기관을 선거하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첫날 회의에 참가하지 않음으로써 북한역사에서 수령 참가 없이 대의원들만 모여 앉아 국가지도기관을 선거하는 모습을 처음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는 "북한도 국가수반(정상)을 국회에서 간접적으로 선거하는 간접선거제에 기초한 정상국가라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려는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 김정은 시정연설서 "나는~"표현, 김일성도 못한 말
 
 
태 전 공사는 "북한에 있어 ‘제 2인자’도, ‘김정은-최룡해-박봉주’ 3인 체제도 없는 ‘김정은 유일지도체제’가 더욱 굳게 자리 잡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계기로 외형상 북한이 정상국가에로 좀 다가갔다고 볼수 있으나 내용적으로는 김정은의 ‘일인 절대권력구조’가 더 강화됐다"고 했다. 
 
그 이유로 "김정은이 시정연설에서 ‘나는’ 이라는 표현을 여러번 사용했다"며 "북한의 당과 국가를 대표하여 정책방향을 밝히는 시정연설에서 ‘우리는’, ‘우리 당과 공화국정부는’ 라는 기존 공식표현들 대신 ‘나는’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김일성도 ‘나는’이라는 표현을 내부 회의에선 사용했으나 당대회 보고서나 최고인민회의 앞에서 하는 시정연설에서 사용한 적은 없었다"라는 점을 들었다. 
 
◆ 대통령 당선자처럼 둘째날 나타나 시정연설, 국가원수=국무위원장의 헌법 수정된 듯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국무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 받은 뒤 최고인민회의 둘째날  나타나 시정연설을 하는 장면은 대통령으로 간접 선거된 당선자가 대통령 취임연설을 하는 모습을 방불케 했다"며 "29년만에 할아버지 김일성이 사용하던 ‘시정연설’이라는 표현도 다시 나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14일 북한노동신문이 김정은을 ‘조선인민의 최고대표자’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것으로 보아 최룡해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직이 아니라 김정은의 국무위원장 직이 대외적으로도 북한을 대표하는 것으로 헌법이 수정된 느낌이 든다"고 했다. 
 
보다 정확한 것은 "해외주재 북한 대사를 임명하는 신임장이 누구 명의로 나가는가, 국가 훈장이나 영예칭호가 나갈 때 누구 명의로 발표되는지 보면 알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헌법상으로 국가수반이 된다고 해 외국 전권대사 등 외교사절들을 다 만나 준다는 것은 아니며 김일성 주석 때도 건강이 좋지 못할 경우 임춘추, 박성철 등 부주석들이 김일성을 대신하여 외국 대사들의 신임장을 받았다"라는 점을 거론했다. 
 
따라서 "한동안 최룡해 상임위원장이 김정은을 대신하여 외국대사의 신임장을 받는다고 해도 이상할 일이 아니다"고 했다.
 
 
 
◆ 김정은 하노이 실수 간접 인정, 상반기 중 움직이지 않고 재선 노리는 트럼프 초조감 이용할 듯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은 하노이회담결렬 43일만이 회담결렬에 대한 공식입장을 주민들에게 알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지금 이 자리에서 생각해보면 그 무슨 제재해제문제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라고 언급함으로써 하노이에서 해제를 강하게 요구한 것이 결과적으로 북한의 약점을 노출시키는 전략적 실수로 되었다는 점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이제는 일반 주민들도 현 흐름을 다 알게 되어 앞으로 미북정상회담이든 남북정상회담이든 미국이나 한국이 북한의 요구에 맞게 좀 변했다는 것을 보여줄수 있는 내용이 사전에 인지 되어야 김정은도 정상회담에 나올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는 시정연설에서 "김정은이 미북정상회담과 남북정상회담재개의 조건부를 너무 높이, 명백하게, 그것도 공개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며 "우리 정부에는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고 제 정신을 차리라고 불만을 표시했고 미국에는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오면 대화하겠다면서 올해말까지라는 시간표까지 정해 놓았다"고 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미북정상회담을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 고 하면서도 ‘장기전’이라는 표현과 ‘올해 말까지’라는 표현을 혼용한 것은 적어도 상반년에는 움직이지 않겠다는 의미다"며 "(또) 2020년 미국대선에서 재선이라는 정치일정에 쫓기고 있는 트럼프가 종신집권자인 김정은보다 ‘장기전’에 더 불리하다는 점을 알리려는데 목적 있다"고 분석했다.
 
◆최룡해 2인자 아닌 뒷전으로, 실권은 조용원에게 
 
태 전 공사는 "북한 인사변동을 통해 북한은 ‘제 2인자’도, ‘김정은-최룡해-박봉주’ 3인 체제도 없는 ‘김정은 유일지도체제’로 더욱 굳게 자리 잡았다"며 "최룡해는 당조직지도부를 담당했던 당 부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청사로 이사"한 사실이 그 점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즉 "북한에서 권력은 서열순위가 아니라 해당 인물에게 ‘간부권(인사권), 표창권, 책벌권 이라는 3가지 권한’이 있는가와 ‘수령에 대한 접근성’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정해진다"며 "‘3가지 권한’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은 절대로 그 자리에 오래 앉아 있을수 없고 부단이 교체된다"고 알렸다. 
 
최룡해의 경우 "북한의 모든 실정을 장악통제하는 당 조직지도부 청사를 떠나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외국사절외에는 별로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청사로 이사했다는 것은 그만큼 힘이 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허울뿐인 2인자에 불과하다고 했다.
 
더불어 "앞으로 1-2년 정도는 당 부위원장으로 올라 앉은 리만건이 당조직지도부를 이끌 것이지만 실권은 김정은을 측근 거리에서 보좌하는 조용원 제1부부장에게 많이 쏠릴 것이다"고 내다봤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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