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아니 한화가"..재계는 지금 아시아나 '양보戰'

우경희 기자 2019. 4. 1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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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M&A 큰 장 앞두고 표정관리.."분장 진한데는 이유 있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그룹이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방안 등을 포함한 경영 정상화 자구계획 수정안을 의결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그룹은 지난 9일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채권단에 5,000억 원 지원 요청 등 자구안을 제출했으나 채권단은 거부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25일 만기도래하는 600억 원의 회사채 만기에 대응하지 못하면 장래매출 채권을 담보로 발행한 1조원이 넘는 자산유동화증권(ABS)들을 조기 상환해야하는 상황이다. 15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사 모습. 2019.4.1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금 아시아나가 매물로 나온다면 살 수 있는 기업은 SK밖에 없지 않겠나." "항공기 부품·정비사업을 하는 한화가 시너지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입장이 엇갈린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SK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SK그룹 관계자는 "한화와의 시너지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 M&A(인수합병) 막이 오른 가운데 서로 상대방이 인수 적격이라고 추켜세운다.

아시아나는 양대 항공사 중 하나로 기업 체질을 바꿀 매물이다. 하지만 리스크도 크다. 금호산업은 15일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 매각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측근들에게 아시아나 매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사실상 예정됐던 수순이다.

◇SK 계열사별 투자 총력전…여력 있나=SK의 엄살에도 이유가 있다. 아시아나를 인수한다고 가정하면 투자의 최종 판단은 그룹 고위층에서 하더라도 돈은 계열사에서 나와야 한다. 그런데 SK는 그룹 전반적으로 이미 대대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이 ADT캡스 인수에 이어 5G 대규모 투자에 벌써 목돈을 썼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용 배터리에 사활을 건 투자를 진행 중이다. 그나마 저유가로 지난 연말부터 실적이 꺾였다.

가장 여력이 큰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실적 부진에 신음하고 있다. 올해도 영업이익 급감이 예상되는 가운데 사내 컨센서스인 5조원 가량의 이익을 낸다면 예정된 투자 로드맵을 따라가기도 벅차다. 무엇보다 어느 계열사가 인수한다고 가정해도 사업 시너지가 없다. SK홀딩스의 증손회사로 편입돼 지분법 규제를 받게되는 점도 탐탁치 않을 수밖에 없다.

◇한화도 롯데카드 인수에 먼저 실탄 준비=기본적으로 방위산업을 하는데다 항공기 부품 및 정비사업을 야심차게 추진 중인 한화지만 속내가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시아나는 항공기 제조사가 아닌 항공사다. 인수를 통한 시너지가 겉보기보다 제한적이다. 그룹 정체성 자체가 B2B(기업간 거래) 사업에 맞춰져 있는 한화가 리스크에 첨예하게 노출되는 서비스사업에 전격 진출한다는 점도 부담 요소다.

게다가 한화는 조만간 본입찰이 진행되는 롯데카드 인수전 참여를 결정한 상태다. 연이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기는 부담이 된다. 김승연 회장이 집행유예의 굴레를 벗었지만 아직 그룹 경영 일선에 복귀하지는 않았다는 점도 대규모 투자결정에는 장애가 될 수 있다. 그룹 신성장동력으로 투자를 진행 중인 태양광사업이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 2019.4.1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삼구 지분에 프리미엄까지?=무엇보다 재계를 겸손하게 만드는건 아시아나의 '부실'이다. 부채만 7조원이 넘는데다 당장 올해 1조20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사업구조도 취약하다. 보유 항공기 84대 중 61대가 리스다. 연 2조5000억원 이상을 리스비로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의 작년 매출액은 6조8500억원이었다. 취항노선 역시 매력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여전히 매각의 주도권을 박삼구 회장 일가가 쥐고 있다는 점도 매수자 입장에선 고민거리다. 산업은행이 사실상 지원을 거부한 상황에서 박 회장은 33%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다. 박 회장은 아시아나 매각을 통해 재기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 지분 평가액에 프리미엄까지 추가로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조(兆)단위 지출을 한 후 승자의 저주를 넘어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 부정못해…이미 교감 있을수도=여러 불안요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는 대단히 매력적인 매물이다. 자금력 있는 주인을 만나 증자로 부실을 일단 정리한 후 LCC(저가항공사) 중복 노선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단행할 경우 빠른 시일 내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대형 국적기 시장은 기업들이 오래도록 발을 들이지 못했던 금단의 영역이다. 단숨에 사업 포트폴리오를 아름답게 꾸밀 수 있다.

이미 적잖은 기업들이 TF(태스크포스)까지 꾸려 인수 가능성을 점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대규모 딜을 사전 교감 없이 진행했을 리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빈소에서 취재진과 만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인수전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양사 중 이미 구체적인 자금 마련 방안까지 타진한 곳이 있다는 설이 나온다.

SK와 한화가 손사래를 치는 것 역시 불필요한 사전 몸값 상승을 막기 위한 연막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표정을 숨기기 위한 분장이 과도하게 진할 때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국내 1위 LCC(저비용항공사) 제주항공을 가진 애경그룹도 인수 후보다. 아시아나를 인수하면 그룹의 위상 자체가 달라진다. 전략적 투자자나 재무적 투자자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최태원 SK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조양호 회장 빈소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9.4.1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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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cheer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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