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경기 '최악'에 "백종원도 주저 앉았다"..프랜차이즈 죽을 맛(종합)

이선애 입력 2019. 4. 15. 15:30 수정 2019. 4. 1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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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2월 외식업 경기지수 역대 최악
외식업 가맹본부 매출액 6000억 급감
M&A 실종..줄줄이 연기하는 IPO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최신혜 기자] 각종 규제ㆍ내수 불황ㆍ포화 경쟁 등 악재가 겹친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산업이 총체적 위기에 처했다. 가맹본부도 가맹점도 생존 절벽에 직면한 상태다. 성장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매물은 쏟아지고 있지만 사겠다는 곳은 전무하다. 그 동안 적극적으로 외식업 매입에 나서던 사모펀드(PEF)조차 투자를 꺼리는 모습이다. 침체되는 산업 분위기에 온전한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유명 외식 기업들의 기업공개(IPO)도 난항을 겪고 있다.


15일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4월 외식산업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ㆍ2월 외식업 경기지수는 비교 가능한 공개 통계 지표에서 역대 최악으로 나타났다. 2014년 71.91이었던 외식업 경기 지수는 2015년 70.28, 2016년 70.24에서 지난해 60 후반대로 추락했다. 올해 들어서는 60 중반까지 하락해 현재 64.20이다. 지수는 50~150을 기준으로 100이 초과하면 성장, 100 미만은 위축을 의미한다.


숙박 및 음식점업의 경기지전망지수는 더욱 어둡다. 지난해 12월 84.0였던 지수는 올해 들어서는 70대로 급락했다. 1월엔 71.1, 2월은 71.6이었다. 지수가 100 이하면 향후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업체가 많다는 뜻이다.


실제 외식 프랜차이즈 실적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18년 프랜차이즈 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외식업 가맹본부의 매출액은 12조1000억원으로 전년(12조7000억원)보다 6000억원이 감소했다. 2015년(16조5000억원) 이후 가맹본부 매출액은 계속 내림세다.


외식업계 대부로 불리는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국내 1위 프랜차이즈 업체인 더본코리아 실적이 급감했을 정도. 매출은 2016년 1749억원에서 2017년 1741억원으로 소폭 줄었다가 지난해 1776억원으로 다소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02억원으로 전년 128억원보다 약 20% 감소했다.


더본코리아는 빽다방·홍콩반점·역전우동 등 지난해 기준 20개 브랜드를 보유한 국내 1위 업체다. 매장 수 증가세도 주춤하다. 2015년 전체 매장 수는 1063개에서 2016년 1299개로 전년대비 22% 늘었으나 2017년 1318개로 1.5% 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스터피자를 보유한 MP그룹의 매출은 2016년 1512억원에서 2017년 1452억원, 지난해 1198억원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영업손실도 4년째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3억7700만원에 달한다. 상장사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5년 연속 영업손실을 낼 경우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신세계푸드의 경우 식품사업은 성장세에 있지만 외식, 급식 등 식음사업이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구내식당ㆍ클럽하우스 등 급식 부분과 한식뷔페 올반ㆍ씨푸드 패밀리레스토랑 보노보노ㆍ프리미엄 수제햄버거 전문점 자니로켓 등을 합친 식음사업의 지난해 매출은 6652억원으로 전년 6559억원보다 1.4% 소폭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32억원으로 전년 147억원과 비교했을 때 약 5분의 1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신세계푸드가 2015년 인수한 스무디킹코리아의 실적도 하향세다. 지난해 스무디킹코리아 매출은 전년 202억원 대비 16% 가량 줄어든 169억원을 기록했다.


놀부보쌈ㆍ놀부부대찌개&철판구이 등의 프랜차이즈를 운영 중인 놀부도 실적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6년 매출 1204억원에서 2017년 1015억원, 지난해 867억원으로 매년 약 150억원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2016년 45억원에서 2017년 -32억원으로 적자전환했고, 지난해에도 14억원 적자를 지속했다.


같은 기간 외식업 가맹점의 매출액은 30조1000억원에서 31조3000억원으로 1조2000억원이 증가했지만, 이익을 따져보면 실상은 참담하다. 한국노동연구원 홍민기 선임연구위원과 오상봉 연구위원의 '자영업 경영 상황의 동태적 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 영업이익률은 빠르게 줄고 있다. 2010년과 2015년 영업이익률 변화를 증감률로 계산해보면 음식점업 가맹점의 경우 영업이익률 감소율이 61.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프랜차이즈 산업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가맹점주들은 최근 1년간 가맹점 매출액 변화에 대해 비슷(63%)하거나 감소(34%)로 응답했다.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브랜드 수 증가 폭도 줄어드는 추세다. 전년대비 가맹본부 수 증가율은 ▲2014년 17.1% ▲2016년 9.2% ▲2018년 5.4%로 눈에 띄게 감소했다. 브랜드 수도 ▲2014년 16.2% ▲2016년 8.9% ▲2018년 5.4%로 급감했다.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 참가한 예비 창업인들이 참가업체 관계자들과 상담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반면 폐업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등록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458개, 사라진 브랜드는 351개로 집계됐다. 사업을 접는다며 법인 등록을 취소한 본사도 318개에 달한다. 최근 5년 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프랜차이즈산업 고용인원도 약 130만명으로 파악돼 관련 수치를 집계한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시장 상황으로 인수ㆍ합병(M&A)도 일어나지 않고 IPO도 줄줄이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놀부, 공차, 아웃백, 온더보더, 할리스커피 등이 매각을 추진 중이거나 잠재적인 매물로 지목되고 있지만 여전히 주인은 만나지 못하고 있다. 더본코리아 이디야커피와 교촌에프앤비, 본아이에프, 쥬시 등은 온전한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 속에 IPO 일정을 연기했다.


김삼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대내외적인 산업 환경의 악화로 외식업 경기가 당분간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규제는 중국 등 세계 어느 나라보다 심하다"며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입법보다는 산업을 진흥하는 데 도움을 주는 법안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가맹본사의 원가 공개 등을 포함해 국회에 계류된 프랜차이즈 규제 관련 법안만 60여개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가맹본사들이 각종 규제가 예고된 탓에 신규 브랜드와 새 매장을 출점하지 않는 등 몸을 사리면서 시장이 더 위축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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