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톱다운 협상' 동력 식기 전에..정면돌파 나섰다

정제혁 기자 2019. 4. 15.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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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문 대통령 ‘4차 남북정상회담’ 공식 제안
ㆍ북의 촉진자론 비판엔 “남북, 북·미 관계 선순환” 강조
ㆍ“트럼프, 남·북·미 3자 정상회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ㆍ북한 반응 의식한 듯 대북특사 파견 관련 언급엔 신중

“평양공동선언 이행 의지 확고”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 내용을 환영하며 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장소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4차 남북정상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되살린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조속히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 수용 의사를 밝힌 김 위원장 역시 북·미 정상회담 전 단계에 해당하는 4차 남북정상회담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을 통해 북·미 대화 재개와 제3차 북·미 정상회담 의사를 밝혔다”며 “서로의 뜻이 확인된 만큼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여건이 마련됐다”고 했다.

앞서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돼야 한다”는 김 위원장 발언이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밝힌 ‘대화 의지’에 더 무게를 두면서 조속한 정상회담 제안으로 반응했다.

여기에는 김 위원장이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으로 넘길 경우 대선(미국), 총선(한국) 등 일정으로 인해 비핵화 협상이 장기 지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터다.

그러면서 북측의 불만을 불식하는 데 주력했다. 김 위원장의 ‘중재자론’ ‘촉진자론’ 비판에 대해서도 답변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필요한 일을 마다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 강화 등 한반도 평화 질서를 만드는 데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남북공동선언을 차근차근 이행하겠다는 분명하고도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이행 의지도 거듭 밝혔다. 미국 눈치를 보느라 남북공동선언 이행에 소극적이라는 북측의 불만을 해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 기대를 표명했고, 김 위원장이 결단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며 “남과 북이 마주 앉아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을 넘어서는 진전된 결실을 볼 방안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북·미 정상의 만남을 주선하는 ‘가교’ 역할을 넘어 북핵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하는 ‘딜 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한 것을 두고, 북측에 전할 트럼프 대통령의 별도 메시지가 있음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제안함에 따라 대북특사 파견 등 후속 조치가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특사 후보로 꼽힌다. 특사는 정상회담 시기·장소·의제 등을 북측과 협의하게 된다. 다만 문 대통령은 북측 반응을 의식한 듯 특사 파견과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라고 했다. 5월 중에라도 실무회담 성격의 원포인트 정상회담을 갖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회담 장소로는 판문점이 거론된다. 문 대통령 초청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5월에 방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회담이 열린다면 단계적 비핵화를 뜻하는 ‘스몰딜’과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북측이 취할 수 있는 조치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한·미 정상회담 때 북한 태도에 따라 스몰딜, 금강산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도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정제혁 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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