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가 '30조 특허 전쟁' 말렸다..애플이 퀄컴에 백기 든 이유

장우정 기자 2019. 4. 17. 10: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텔 5G 모뎀칩 개발 늦어져삼성보다 2년 늦은 아이폰5G 출시 위기감 작용

5G 모뎀칩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애플이 퀄컴과의 2년 소송을 전격 마무리했다. 이를 두고 외신에서는 ‘퀄컴의 승리’라고 해석하고 있다. 사진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블룸버그

"퀄컴의 부분적인 승리다."

16일(현지 시각) 우리 돈으로 30조원대 소송을 시작한 애플과 퀄컴이 특허 소송과 관련해 합의를 봤으며, 지난 2년간 글로벌 세 개 대륙에서 진행해 온 각종 소송 또한 일괄 취하할 것이라고 전격 밝힌 데 대해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평가했다.

양측은 애플이 퀄컴에 일회성으로 일정 금액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2년 연장을 할 수 있는 6년 계약을 체결했다고도 밝혔다. 합의는 지난 1일자로 효력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애플은 퀄컴의 모뎀칩을 다시 아이폰에 탑재할 전망이다. 지난 2017년 1월 ‘퀄컴이 독점 지위를 이용해 특허 사용료를 과도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애플 측이 제기한 두 회사의 ‘2년 전쟁’이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그간 매출과 각종 소송 비용으로 타격이 있던 퀄컴 주가도 23.2%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갤럭시S10 5G’ 모델을 출시하며 5세대(G) 스마트폰 시장에 선제적으로 뛰어든 상황에서 애플이 핵심 모뎀칩 업체인 퀄컴과의 소송으로 5G폰 출시가 늦어지고 있는 데 대한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현재 5G용 모뎀칩을 생산하는 업체는 퀄컴, 삼성전자, 중국 화웨이뿐인데 이 중 애플이 공급을 요청해볼 만한 곳은 삼성 정도고 그마저도 물량이 많지 않아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또한 자체적으로 개발한 모뎀칩 ‘엑시노스 모뎀 5100’과 퀄컴의 ‘X50’을 5G 모델에 병행 탑재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보안 우려 때문에 애플이 화웨이에 5G 모뎀칩 공급을 의뢰할 가능성은 애초 거의 없었던 상황이다.

◇ 5G용 아이폰, 2020년 나올 듯

퀄컴과의 소송으로 애플은 최신 아이폰인 ‘아이폰XS’ ‘아이폰XS맥스’ ‘아이폰XR’에서 인텔 모뎀칩만 탑재하는 강경 모드를 보여 왔다. 자체적으로 모뎀칩 개발도 시작했다. 그러나 인텔의 5G 모뎀칩 개발이 지지부진하면서 당초 2020년이라고 제시했던 5G 아이폰 출시가 2021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에서는 봤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무려 2년여가 늦어지는 셈이다.

5G 기술을 선도하려고 하는 미국 정부의 셈법도 이번 소송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

전문가들은 퀄컴과의 극적 합의로 5G 아이폰 출시가 2020년 예정대로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류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애플은 LTE(4세대 이동통신) 때도 망 안정화 이후 아이폰을 내놨던 전력이 있는 만큼 올해가 아닌 내년 5G폰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구회사 테크스폰덴셜의 아비 그린가트 수석연구원은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퀄컴과의 계약 재개로 5G용 아이폰 출시가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면서 "다만, 애플의 부품 수직계열화에 대한 의지를 감안했을 때 모뎀칩 개발을 중단할 가능성보다는 해당 개발자들에게 시간을 준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미·중 5G 패권 경쟁도 퀄컴 손 들어줘

애플이 5G폰 출시가 시급한 상황과 별개로 미국이 5G 기술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또한 이번 소송에 영향을 준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핵심 추진 과제로 5G를 내걸고 있다. 5G가 무선 인터넷 기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스마트 시티나 자율주행차 등의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중간 통상 분쟁으로 5G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 국방부와 에너지국 등이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를 통해 두 회사의 합의를 설득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자부품 업계 관계자는 "퀄컴이 애플과의 소송에서 패소한다면 애플뿐 아니라 다른 칩 공급업체에도 비용을 물어줘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며 "미국 통신기업들이 매년 수십조씩 5G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퀄컴이 R&D(연구·개발) 비용을 줄일 경우 미국이 5G 선두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