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에 백기든 부산시 "걱정 끼쳐 사과, 노동자像 반환"

부산/박주영 기자 2019. 4. 1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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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 점거 사흘 만에, 오거돈 시장 "같은 사례 재발 않도록 할 것"
민노총 "민족 자존심 세워.. 투쟁 잘 분석해 市에서 많이 얻겠다"
17일 부산시의회에서 오거돈(오른쪽) 부산시장이 김재하 민노총 부산본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시가 강제징용 노동자상 철거에 항의하는 민노총 등에 청사를 불법 점거당한 지 사흘 만에 노동자상을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시민 노동자 여러분께 걱정을 끼친 데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직접 사과했다. 부산시가 민노총 등에 사실상 백기 항복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 시장과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김재하 민노총 부산본부장은 17일 오전 9시 45분쯤 부산 연제구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동자상 반환과 원탁회의 구성에 관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을 위한 부산시민 100인 원탁회의'를 구성하고, 노동절인 5월 1일 전까지 원탁회의가 지정하는 장소에 노동자상을 설치한다는 내용이다. 100인 원탁회의 운영에 관한 세부적 내용은 민노총 등이 주도하는 건립특위와 시의회가 협의하기로 했다.

오 시장은 이날 합의문 발표에 앞서 "행정기관으로서 절차적 문제에 대해 불가피한 조치(행정대집행)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에 대해 수차례 유감의 뜻을 밝혔다"며 "다시 한 번 노동자상 건립위 여러분과 노동자상 건립을 위해 모금을 하고 마음을 모으신 시민 노동자 여러분께 걱정을 끼친 데 대하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또 "이번 행정 집행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 점검해 향후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를 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오 시장의 발언은 불법 설치된 노동자상을 철거한 시의 적법한 행위를 '성급하게 진행된 잘못된 일'로 인정하는 것이다. 시가 주장해 온 행정의 신뢰성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시 주변에선 "시가 행정대집행이 아니라 행정막집행을 했다" "요즘 부산시정의 정치 우위, 행정 경시 흐름이 빚은 참사"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합의를 마친 민노총 측은 "민족의 자존심을 세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재하 민노총 부산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관과 민이 손을 잡고 민족의 자존심을 위해서 함께한 사례는 전국에 부산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흘간 부산시청 1층 로비를 불법 점거했던 시위대는 기자회견 후 정리 보고회에서 "이번 투쟁의 경험과 계획을 잘 분석하면 이후에 시와 추진하는 사안들에서 많은 걸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의미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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