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신형유도무기 사격 시험 참관..美 향한 압박인 듯

윤희훈 기자 입력 2019. 4. 18. 13:23 수정 2019. 4. 1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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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통신, 김정은 '신형 유도무기 시험 참관' 보도
"연말까지 제재 해제 안되면 대결 구도 가겠단 의사 내비친 것" 분석 나와
외신들 "트럼프 향한 대치 회귀 경고 메시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6일 공군 제1017군부대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7일 보도했다. 김정은 뒤편으로 북한이 운영하는 수호이-25 전투기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조선중앙TV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제14기 최고인민회의에서 집권 2기 권력을 재편한 뒤 연일 군(軍) 관련 현지지도에 나서고 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핵폐기 ‘빅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을 겨냥해 저강도 군사 시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은 지난 16일 인민군 항공 및 반 항공군 제1017부대를 찾아 비행사들의 비행훈련을 지켜봤다. 이는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 시정 연설을 한 이후 처음으로 나선 공개 시찰 활동이다. 이어 17일엔 국방과학원이 진행한 신형 전술 유도무기 사격 시험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이날 사격시험 전 무기체계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이 무기체계의 개발 완성은 인민군대의 전투력 강화에서 매우 커다란 의미를 가지는 사변"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방 과학자들과 군수노동 계급이 나라의 방위력을 높이는데 또 한 가지 큰일을 했다"며 "전략무기를 개발하던 시기에도 늘 탄복했지만 이번에 보니 우리 과학자, 기술자, 노동계급이 정말 대단하다. 마음만 먹으면 못 만들어내는 무기가 없다"고 했다.

김정은의 이같은 발언은 하노이 결렬 이후에도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 조치의 징후가 없으면 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에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2017년 말 6차 핵실험과 ICBM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추가 핵·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는 것을 비핵화 동결 조치로 포장해왔다. 그런 김정은이 비행훈련을 지도하고 신형 전술유도 무기 사격시험을 참관한 것은 다분히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김정은이 하노이 회담 이후 저강도 수준의 군사적 도발에 나서기로 전략을 수정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김정은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반도의 평화 기류가 공고한 것이 아니라며 "강력한 군력에 의해서만 평화가 보장"된다며 "국방공업의 주체화·현대화를 완벽하게 실현해 국가방위력을 끊임없이 향상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정은의 잇따른 군사 행보는 미국과의 협상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연초 신년사에서 밝혔던 '새로운 길'로 갈 수 있다는 걸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미국에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연말 이후엔 다시 대결 구도로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도 전략 무기가 아닌 재래식 신형 무기 시험 참관으로 수위를 조절했다"고 말했다.

외신들도 김정은의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 시험 참관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뉴욕타임스(NYT)는 김정은의 이번 신형무기 참관에 대해 "북한이 협상 판돈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진행되지 않을 때 한반도 긴장 고조를 협상 지렛대로 삼아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선거 전에 자신의 외교 정책 구상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재에 대한 타협이 없을 경우 '대치 사이클'로 돌아갈 수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메시지"라고 보도했다. 미 매서추세츠공대(MIT)의 핵확산전문가인 비핀 나랑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서해발사장을 재건하고, 탄도미사일 시설들을 계속 운영하며, 영변(핵시설 유지)으로 김정은은 '내 총에 총알이 들어있지만, 아직은 발사하지 않겠다'고 전하고 있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영국 BBC는 지난 2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후 북한이 공개적인 무기 시험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미국을 압박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했다.

다음 주로 예상되는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도 미국이 제재를 해제하길 마냥 기다리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긴 행보로 읽힌다. 미국이 대북 제재 고수 원칙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혈맹인 중국도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해 북한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우회로로 러시아를 선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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