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 상속세율이 높은 이유 / 박용진

2019. 4. 1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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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 상속세에 대한 관심과 논란이 뜨겁다.

이들의 근거는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이 일본의 55%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두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이렇게 높은 상속세 최고세율이 기업가정신을 죽여 편법·탈법적인 상속이나 증여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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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국회의원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 상속세에 대한 관심과 논란이 뜨겁다. 아들 조원태 사장이 17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상속세를 어떻게 납부할 것인지와 함께 이 상속세를 내고 나면 경영권 장악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정치권과 일부 언론은 이 때문에 상속세율이 지나치게 높다며 낮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50%고 경영권 프리미엄과 관련해 30% 할증을 적용하고 있다. 이들의 근거는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이 일본의 55%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두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이렇게 높은 상속세 최고세율이 기업가정신을 죽여 편법·탈법적인 상속이나 증여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박정희 정권 시절 상속세율이 무려 75%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아니면 애써 외면하는 걸까? 1950년 국회가 ‘상속세법’을 입법하면서 도입한 상속세는 최고세율이 90%였다. 그때는 세원 포착이 어려워서 세원이 노출되는 상속 시점에 한꺼번에 세금을 걷기 위해 엄청나게 높은 최고세율을 적용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상속세는 점점 낮아져서 1961~67년에는 30%의 최고세율을 적용했고, 또 그 뒤 점점 높아져서 1975~77년에는 75%였다.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처럼 높은 최고세율을 적용한 것은 사채동결조치와 같은 초헌법적 조치로 특혜를 입은 기업들에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말고 사회에 환원하라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보수진영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존경하는 박정희 대통령도 산업화를 성공시키기 위한 온갖 특혜와 국가적 지원 속에서 재벌들을 지원했지만, 그렇게 키운 기업을 사유화하고 그 기업을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고 능력도 확인되지 않은 자식들에게 대대손손 물려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대와는 달리 기업들이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등의 꼼수를 부려 상속세를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재 상속세 징수실적은 1년에 약 2조원 수준에 불과하며 대다수 국민은 상속세 일괄공제 등의 공제혜택으로 상속세를 부담하지 않고 있다. 상속세 최고세율을 내린다고 해도 혜택 받는 국민이 극소수에 그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재벌들은 해방 이후 미군정 및 이승만 정부 아래에서 일본이 남기고 간 귀속재산을 헐값에 불하받아 태동하기 시작하였고, 박정희 정권하에서 경제개발의 미명 아래 온갖 특혜와 지원 속에 성장했다. 이런 특혜와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을 대대손손 대물림하겠다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부의 양극화를 고착화시켜 새로운 계급사회를 만들 위험성이 높다. 단지 디엔에이(DNA) 구조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경영능력이 확인되지 않은 자녀들을 경영에 참여하도록 해 기업을 부실과 위기로 몰아넣은 사례를 우리 국민들은 숱하게 지켜보았다. 이런 일이야말로 가장 반시장경제적이고, 반기업적인 몰상식한 행위다. 시장경제의 가장 큰 장점인 합리성과 효율성에 역행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재계는 상속세율 인하 요구 대신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최고경영자(CEO) 선출과정을 투명하게 하여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할 것이다. 재벌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기업과 국민 경제에 부담을 주는 일은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특혜와 반칙, 불법으로 기업을 운영할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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