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佛국민이 '노트르담 거액 기부금' 반기지 않는 이유

이경민 기자 입력 2019.04.18. 18: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을 위해 프랑스 유명 부자들이 앞다퉈 내놓은 기부금이 오히려 프랑스 국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한 정치인이 노트르담 재건을 위한 기부에 세액 90%를 감면해주자는 제안을 하면서 거액 기부자들이 세액 공제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17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프랑스 부유층들은 화염에 무너진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을 위해 기부 행렬을 벌이고 있다. 가장 먼저 프랑스 자산 순위 2위인 프랑수아 앙리 피노 케어링 그룹 회장이 1억유로(1284억원)를 기부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최대 부호 베르나르 아르노 LVMH 일가는 2억유로(2569억원)를 내놓았다. 로레알의 베탕쿠르 메이예 일가도 2억유로를 내겠다고 했다.

프랑스 상징인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96m 높이 첨탑이 15일(현지 시각) 시뻘건 불길과 연기에 휩싸인 모습. /AP 연합뉴스

문제는 피노 회장 일가의 측근인 장-자크 아야공 전 문화통신부 장관의 발언이었다. 그는 화재 다음 날인 16일 트위터에 "노트르담 재건을 위한 기부엔 특별히 세액 90%를 감면해 줄 것을 의회에 제안한다"는 글을 올렸다.

프랑스 법에 따르면 정부는 소실 위기에 처한 문화재 재건에 드는 기부금에 90% 세액 공제를 할 수 있다. 이 법은 아야공 전 장관이 2003년 발의했다. 프랑스에서 일반 기부금은 소득 20% 한도에서 기업 60%, 개인 66%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아야공 전 장관의 트윗글은 순식간에 논란에 휩싸였다. 급진좌파정당 소속 마농 오브리는 "기부자 명단이 마치 조세 회피처에 있는 기업과 개인의 명단처럼 보인다"며 "세금이나 잘 내라고 하고 싶다"고 했다. 한 프랑스 정치평론가는 이런 상황을 기업의 자선이 금전적 이득으로 이어지는 데 대한 대중의 분노가 폭발했다고 분석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아야공 전 장관은 결국 자신의 발언을 취소했다. 프랑스 부호들도 이번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 기부금에 대해선 세액 공제를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NYT는 이번 논란이 ‘노란조끼 시위’가 촉발한 프랑스 사회 불평등 논란과 맞닿아있다고 지적했다. 노란조끼 시위는 프랑스 정부의 유류세 인상에 반대한 서민들이 노란조끼를 입고 거리로 뛰쳐나와 정부에 항의한 반정부운동이다.

프랑스노동총동맹(CGT)의 필립 마르티네즈 위원장은 거액 기부에 대해 "한번에 1억, 2억 유로를 내놓는 것은 이 나라의 불평등을 보여준다"면서 "불평등 해소를 위해 지불할 돈이 없다는 말을 더이상 해선 안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