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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대금 선결제 해주이소" 사투리도 알아듣는 AI상담원

김은정 기자 2019. 4. 1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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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금융사 업무 30~40% 처리

"안녕하세요. 현대카드 인공지능 상담원입니다. 원하시는 업무를 말씀해주세요."

회사원 오정현(44)씨는 최근 카드 대금을 선결제 하기 위해 현대카드 ARS로 전화했다가 순간 당황했다.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이었기 때문이다. 경남 사투리를 쓰는 오씨는 AI 상담원이 자신의 발음을 알아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됐지만, 용기를 내서 "이번 달 카드 대금이 마이(많이) 나올 것 같아서 대금 선결제 할라는데예…"라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AI는 몇 가지 개인 정보를 확인하더니 또렷하게 "4월 17일 현재 결제 금액은 55만원입니다. 전액 선결제 하시겠어요?"라고 답했다. 선결제 처리 결과를 안내해주는 확인 문자도 보내줬다. 오씨는 "내 사투리까지 알아듣다니 생각보다 AI가 똑똑한 것 같다"며 "평소 ARS로 전화하면 상담원 연결이 늦어지는 바람에 여러 번 전화를 끊었다 다시 하곤 했는데, AI 상담원은 바로 연결되니 편리했다"고 말했다.

◇금융사에 속속 '취업'하는 AI 요원들 각국 기업들이 AI를 활용한 고객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는 가운데, 국내 금융권에도 AI 은행원, AI 상담사가 선을 보이고 있다. 현대카드는 이달 초 IBM 왓슨과 손잡고 AI ARS 기능을 도입했다. 일명 'AI-에이전트(Agent)'다. AI 에이전트는 전국 각지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의 음성 샘플 수만 개를 학습해 귀를 '뚫은' 다음, 고객들이 자주 묻는 질문에 사람 수준으로 대답할 수 있도록 2년간 훈련받았다. 일단 고객 문의 빈도가 높은 선결제나 한도 조회 같은 항목들을 먼저 처리하고, 앞으로 데이터가 쌓이면 다른 업무로 활동 영역을 넓힌다는 게 목표다.

신한은행의 AI 기반 챗봇 '오로라'와 KEB하나은행의 '하이' 등은 단순 계좌 조회나 송금 같은 쉬운 업무뿐만 아니라 대출 연장, 이자 상환처럼 사람이 전담하던 업무도 해내고 있다. NH농협은행의 인공지능 콜봇 '아르미'는 고객의 질문을 빠르게 분석한 뒤 결과를 0.5초 안에 ARS 상담사들에게 전달해준다. 이전에는 상담사들이 두꺼운 책자를 일일이 찾아보거나 내부 통신망을 검색해 질문에 응대했는데, 이제는 아르미가 띄워 주는 답을 보고 응대하면 돼 업무 처리 속도와 정확도가 올라갔다.

◇여신 심사까지 척척… "점포 인력 99%는 대체될 것" '오로라' '하이' 같은 챗봇들은 은행 영업이 끝난 한밤중이나 아침 영업시간 전에 처리하는 업무가 전체의 30~40%가 넘는다. 현대카드의 AI 에이전트는 월평균 45만 건을 소화할 수 있다. 이는 전체 상담 건수의 약 30% 수준으로, 장기적으로는 상담원 대체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AI 로봇들은 여신심사 등 어려운 업무에도 적용되고 있다. 재무제표, 공시 자료, 영업 현황 진단 자료(주요 거래처 정보 등), 부실 진단 모형(거래처가 얼마나 자주 바뀌는지 등) 등 데이터화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사람보다 빨리 분석하는 심사 모형을 만들어 일주일 이상 걸리던 여신심사를 하루 안에 해내는 것이다.

이렇듯 로봇이나 AI가 처리하는 업무 비중이 늘면서 국내 6개 시중은행 직원 수는 최근 3년간 6000여명(8%)이 줄었다. 일본 주간지 동양경제는 최근 'AI 시대에 살아남을 직업과 살아남지 못할 직업'이란 특집기사에서 현재의 은행 창구 직원의 99.4%가 AI 직원들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AI) ARS 기능을 도입한 현대카드 직원들이 AI 상담원과 고객 간의 대화 내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현대카드

하지만 AI 은행원들이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수준까지 똑똑해지려면 기술적으로 한참 멀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한 챗봇에게 "금리 높은 상품을 소개해달라"고 했더니 "아이코, 어쩌죠? 제가 답을 못 찾겠어요"라고 하는 등 아직은 동문서답하기 일쑤다.

삼성전자·IBM 출신인 장현기 신한은행 디지털R&D센터 본부장은 "알파고는 이세돌과 바둑판 361개의 교차점이 가지는 경우의 수 위에서 싸웠지만, 사람과의 대화는 경우의 수가 무한대"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사람의 지능에 근접한 일 처리가 가능해지려면 최소 5년은 걸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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