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닭백숙 몸매'라고?..해도 해도 안되는 중국 축구

강민수 입력 2019. 4.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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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축구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복근 비교 사진.

'닭백숙 몸매' 비난받는 중국 축구 대표팀

중국 축구 선수들이 최근 중국 축구 팬들로부터 굴욕적인 별명에 시달리고 있다. 바이진지(白斬鷄), 우리 말로 표현하면 '닭백숙 몸매'다. 말랑말랑해 보이는, 근육이라고는 실오라기 하나 찾을 수 없는, 순백(純白)의 '뱃살'을 닭백숙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중국 축구 대표팀의 무기력한 모습에 기대와 애정이 미움으로 변해 나온 비판이지만 외국 선수들의 '그을린 탄탄한 복근'과 중국 선수들의 몸매를 비교한 사진들을 보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자오쉬르(趙旭日) 선수가 "모든 축구 선수가 6개로 나뉘는 빨래판 복근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가 축구팬들로부터 "복근은 훈련수준과 자기관리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호된 질책을 들어야 했다.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은 이런 닭백숙 논란을 "만족할 만한 성적을 못 거두고 있는 중국 국가대표팀에 대한 인민들의 문책"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의 축구에 대한 열기는 상상 이상이다.


태국에 0:1 패...신화통신 '절망적'

중국 축구 대표팀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본선 출전 한번 해본 것이 유일한 월드컵 경험이다. 그마저도 한골도 넣지 못하고 9골을 먹어 3연패 하고 돌아왔다. 가뜩이나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기간 내내 중국 국내에서 눈칫밥만 먹었던 중국 축구 대표팀이 지난달 21일을 기점으로 다시 표적이 됐다. 중국 안방에서 열린 차이나 컵에서 시종일관 무기력한 경기 끝에 태국에게 0:1로 패배한 것이다.

비교적 손쉬운 상대에게 무득점 패배를 당하자 중국 축구팬은 물론 매체들까지도 들끓었다. 관영 신화통신은 '절망적'이라는 표현을 썼고, 시나스포츠는 "중국 축구에 희망도 미래도 없다"는 비관론까지 펼쳤다. 신경보는 "6년 전 1:5 참사 이후 또 하나의 작은 참사"라고 지적했다. 관영 매체가 지적한 6년 전 참사를 살펴보자.

2012년 아일랜드를 방문한 시진핑 당시 국가 부주석이 시축을 하고 있다.


축구광 시진핑 "모든 역량 동원하라" 지시도 안 먹혀

2013년 6월 15일이었다. 공교롭게도 스스로 축구광이라 자부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취임 원년이자 60세 생일이 되는 날이었다. 중국 청소년 대표팀은 태국과의 평가전에서 무려 1:5로 대패했다. 시진핑 주석은 "경기 결과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모든 역량을 동원해 원인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중국 축구협회는 당시 대표팀 감독을 즉각 해임하고 대국민 사과문까지 냈다. 중국 국가체육총국은 '2050년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설정했고, 2015년에는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산하에 '축구개혁영도소조'를 만들어 국가 차원에서 축구 발전을 진지하게 논의하기 시작했다. 시 주석이 나서니 국가 전체가 움직였다. 중국은 지금 전국에 축구 전문 유치원을 설립하고 있고, 중학교 과정에 축구 수업을 의무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축구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

화려한 생활을 하는 중국 프로 축구 선수들이 자기관리에 철저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많다.


돈이 넘쳐나는 중국 축구...뱃살만 찌우는 고액연봉

돈을 쏟아붓는 기업들 덕에 중국 축구는 아주 풍족하다 못해 차고 넘친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얼마 전까지 중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마르첼로 리피 감독의 연봉은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8강에 진출한 8개 나라 감독들의 연봉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각종 세금을 모두 제한 액수가 우리 돈으로 약 3백억 원에 달했다. 이랬던 리피 감독도 못 바꾼 중국 축구를 다시 바꿔보겠다고 이탈리아의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을 새로 영입했는데 또다시 태국에 어이없는 패배를 당한 것이다.

중국 슈퍼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연봉도 실력에 비해 거품이 많다. 중국 슈퍼리그에서 득점왕과 MVP를 석권한 우레이(Wu Lei)가 스페인으로 이적하면서 연봉 90%를 자진 삭감한 사실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우레이는 중국에서 우리 돈으로 110억 원의 연봉을 받다가 지금 에스파뇰에서는 12억여 원을 받고 있다. 산술적으로 보면 100억 원 가까운 거품이 걷혔다는 계산이 나온다.


헝그리 정신 없는 중국 축구...군사훈련 극약 처방까지

중국 축구는 아직도 피파(FIFA)랭킹 74위에 머물러 있다.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에는 독특한 장관급 스탠딩 인터뷰 행사가 있는데 지난 3월 양회 당시 궈중원(苟仲文) 국가체육총국 국장은 여기에서 "중국 축구가 아직도 낮은 수준에서 배회하고 있어 조급함을 느끼고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인구 14억 명에, 국가적 지원과 풍부한 자금력까지, 도대체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데, 뭐가 문제일까? 많은 축구 전문가들은 중국 축구에 '정신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중국 축구 국가대표 상비군 선수들은 지난해 말부터 군사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축구 선수 55명이 산둥성의 타이안(泰安)이란 곳에서 인민해방군 특수부대장으로부터 6주 동안 군사훈련과 정신교육을 받고 있는데, 이런 소식이 관영 CCTV를 통해 보도될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 정신력만 갖추면 중국의 축구굴기(崛起)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그 결과가 사뭇 궁금하다.

강민수 기자 (mand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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