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출마한다면 어디..종로·PK·비례 놓고 설왕설래

임성빈 2019. 4. 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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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뉴스1]

1년 앞으로 다가온 21대 총선은 차기 대선의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민심의 나침반이다.
총선 후 대선까지 2년 동안 큰 선거가 없기 때문에 유력 대선 후보들은 21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에게 존재감을 알리고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아야만 한다. 또한 총선의 승기를 잡는 측이 대선까지 기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여야에겐 물러설 수 없는 승부다.

여권에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0석 (당선을) 목표로 내년 총선을 준비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 여권 차기 레이스와 관련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21대 총선에서 어떤 활약을 보이냐가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자유한국당에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활용 여부가 관심사로 부상했다. 황 대표는 정치권에 데뷔한 지는 불과 석달 남짓 지났지만 4·3 재·보궐 선거를 거치면서 당 장악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한 최고위원은 “이미 영남권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백을 메워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총선 출마 의지는 이미 밝혔다. 18일 세종시 한국당 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세종시에 출마할 의향이 있냐’는 세종시당 홍보위원장의 질문에 “필요하다면 어디든지,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당이 제게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을 감당할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는 현재 우리 당에서 가장 좋은 무기다.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쓸 수 없듯이 총선 승리를 위해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자리에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벌써 황 대표의 출마 지역을 어디로 할 것이냐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20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해 당선을 확정한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3일 서울 종로 선거사무소에서 지지자들과 환호하고 있다. [중앙포토]

①‘정치 1번지’ 서울 종로=황 대표의 출마지로 첫번째로 꼽히는 곳은 서울 종로다. ‘정치 1번지’로 꼽히는 상징성 때문이다. 황 대표의 정치적 비중에 비춰 가장 상징성이 큰 지역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노무현ㆍ이명박 전 대통령도 종로 당선을 발판으로 대통령까지 올랐다.

서울 종로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현역 의원이다. 다만 국회의장 출신은 대부분 차기 총선에 출마하지 않았다는 관례에 비춰볼 때 여권에서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총로 출마설이 파다하다. 임 전 실장도 종로에서 부활할 경우 단번에 여권의 유력 차기 주자군으로 부상할 수 있다. 종로에서 ‘임종석 VS 황교안’의 대결구도가 성사된다면 20대 총선 최고의 빅매치가 될게 분명하다. 그런만큼 황 대표 입장에선 위험 부담도 크다. 여당 후보가 누구건 당선될 경우엔 문재인 대통령이 유권자로 있는 선거구에서 ‘문재인 정권 심판론’의 깃발을 꽃았다는 점이 크게 부각된다. 반면 낙선하면 그동안 공들인 탑이 단번에 무너질 수 있다. 서울에서 종로가 여의치 않으면 용산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4.3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1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시민생활체육관 앞에서 지원유세에 나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강기윤 국회의원 후보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②PK 목장의 결투=지난 대선 이후 PK(부산ㆍ경남) 지역은 여야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한국당의 텃밭으로 여겨졌지만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에서 득표를 앞선 데다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이 부산·울산·경남 등 광역단체장을 싹쓸이하면서다. 여권은 내년 총선에서 PK 사수를 위해 벌써부터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차출론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때문에 황 대표가 PK 탈환을 위해 격전지에 나서 PK에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황 대표는 창원에 숙소를 마련하고 선거 유세 지원에 힘을 쏟으며 지역 민심을 확보했다는 게 한국당의 평가다.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왼쪽)과 조현옥 인사수석이 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PK 지역의 한 의원은 “총선에서 PK 지역을 재탈환하면 한국당이 탄핵 이전의 수준을 회복했다는 정치적 의미를 얻게 되면서 영남권 및 보수층의 재결집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황 대표가 개인적으로 PK에 특별한 연고가 없다는 점이 부담이 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더욱 험지(險地)인 수도권을 피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③비례대표 출마=황 대표를 ‘전국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전국적 지명도가 높기 때문에 지역구에 얽매이지 말고 비례대표에 출마해 전국 지원 유세에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2년 비례대표 11번을 달고 총선 승리를 이끈 뒤 2012년 대선에서 당선됐다.

2012년4월10일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던 박근혜는 ‘선거의 여왕’이라는 명성답게 흰붕대 악수 투혼으로 19대 총선에서 승리했다. [중앙포토]

황 대표 측 관계자는 “2012년 총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 사상에 나섰다가 ‘박근혜 키즈’로 불린 손수조 후보가 예상 밖 선전을 거두자 당선되고도 정치적 의미가 바랬고 대선에서도 졌다. 황 대표가 지역구에 나설 경우 이렇게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로 총선에서 지역구 당선 경험없이 대선에서 성공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 비춰 볼 때, 황 대표가 ‘큰 그림’을 그리려면 무조건 지역구 선거에서 득표력을 검증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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