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녹지국제병원 승인한 정부 "허가 취소 후속조치, 난 몰라"
국내 첫 영리병원 허가 취소..병원시설·직원 대책 '감감'
1000억원대 손배소송 예고..공공병원 전환 목소리 확산
[제주=파이낸셜뉴스 좌승훈 기자] 국내 첫 투자개방형병원(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가 취소된 가운데 정작 법을 만들고 영리병원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며 사업계획을 승인해준 정부는 후속대책 마련에 발을 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당초 제주도가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으로 병원 개설을 허가했었으나, 투자자인 중국 녹지그룹 측이 의료법이 규정한 3개월 안에 개원하지 않아 허가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 원희룡 지사 “제주헬스케어타운 정상화 4자 협의”
원 지사는 또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여부에 대해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수수방관하고 구체적인 각론에서 책임을 회피해 왔다”며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또 향후 예상되는 손해배상 소송에 대응하고, 투자자 신뢰 확보와 제주헬스케어타운 정상 추진을 위해 정부와 사업시행자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녹지그룹과 4자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녹지국제병원은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서 결정 번복에 따른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1000억원 안팎으로 예상하는 손해배상 책임과 해당 지역 주민 반발이 예상된다.
녹지 측은 이번 개설허가 취소 결정이 부당하다며 추가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녹지 측은 당초 예상에도 없던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제주도가 제시해 개원하기 힘들다며 조건부 허가를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아울러 투자비 회수를 위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크다. 녹지 측은 “지난달 열린 조건부 허가 취소 전 청문에서 병원 건물 공사비 778억원과 개원이 15개월 동안 지체되면서 인건비·관리비 76억원을 비롯해 85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투자자-국가 분쟁(ISD, 투자자·국가 간 분쟁 해결) 제도를 통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 공공병원 전환…정부, 제주도·녹지그룹 ‘몫’ 뒷짐
이 때문에 기존 녹지국제병원을 공공병원으로 전환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책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지난 18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민은 이미 공론화 조사를 통해 공공병원 전환을 지지하는 의견을 민주적으로 성숙하게 표명해왔다”며 “정부가 공공병원 전환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정작 외국의료기관의 사업계획서를 승인한 정부는 “의료 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 영리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며 책임론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병원 개설 허가권자가 제주도인 만큼, 취소 처분 이후 현재 병원 시설이나 채용된 직원 등의 후속조치와 관련해 전적으로 제주도와 녹지그룹 측에 맡긴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보건복지부, 청와대도 허가 취소 절차가 진행 중이던 지난달 당정협의회를 통해 녹지국제병원 문제에 개입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초 사업계획을 내준 것은 정부이기에 정권이 바뀌었다고 후속조치를 마냥 방관할 수 없는 처지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외국인 투자유치정책도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영리병원은 2002년 김대중 정부의 경제자유구역법과 2006년 노무현 정부의 제주특별법이 큰 울타리가 됐다. 당시 영리병원을 만들어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면 고용 증진 등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거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녹지국제병원은 이를 근거로 박근혜 정부시절이던 지난 2015년 12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사업 계획을 승인을 받은 데 이어, 개설 허가권자인 제주도도 지난해 12월에 내국인 진료 제한을 조건으로 개원 허가를 내줬다. 하지만 개원을 둘러싼 찬반 갈등 끝에 결국 허가 자체가 없던 일이 됐다.
한편 녹지국제병원이 있는 제주헬스케어타운 인근 서귀포시 동홍동·토평동 주민들은 ”병원이 들어와 지역이 크게 발전한다는 말에 조상 대대로 일궈온 땅을 헐값에 넘겼다“며 토지반환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의 일관성 없는 투자유치 정책 때문에 그동안 영리병원을 둘러싸고 엄청난 사회적 갈등비용 지출과 함께, 자칫 1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손해배상 책임도 제주도만 고스란히 떠안는 게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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