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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랜드마크" vs "부자의 놀이터".. 두 얼굴의 '허드슨 야드' [세계는 지금]

정지혜 입력 2019.04.20. 20:01
美 최대 부동산 개발사업 평가 / 28조원 들여 16개 타워형 건물 세워 / 버려진 땅에서 명품 복합공간 탈바꿈 / 비슷한시기 추진한 용산은 아직 황량 / 초고가 주택·사무실·쇼핑몰 등 갖춰 / 최고층 빌딩보다 최고급 지향 눈길 / 2층짜리 펜트하우스 364억원에 팔려 / 비평가 "건축학적 체험동물원" 비평 / 0.1%를 위한 공간 초호화판 시설 눈총 / 투자이민 통한 재원 마련도 비판 받아

세계의 수도로 불리는 미국 뉴욕에 ‘허드슨 야드(Hudson Yards)’라는 거대한 랜드마크가 등장했다. 민간 부동산 개발사업으로는 미 역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총 사업비 250억달러(약 28조4000억원)에 달하는 이 대규모 프로젝트는 단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설 중 절반이 지난달 15일 모습을 드러내 이제 개장 한 달째를 맞으면서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버려진 땅에서 피어난 ‘명품 복합공간’

맨해튼 미드타운 서쪽의 허드슨 강변에 들어선 허드슨 야드는 16개의 타워형 건물에 초고가 주택과 사무실, 호텔, 학교, 공연예술센터, 명품 쇼핑몰 등을 갖춘 복합공간이다. 오래된 대형 철도역과 주차장, 잡초가 무성한 보도 등이 가득했던 버려진 땅이 뉴욕을 대표할 랜드마크 부지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현재 공개된 주요 시설은 15층짜리 거대한 나선형 계단 구조물인 ‘베슬(Vessel)’, 1만8580㎡ 규모의 최첨단 공연예술센터 ‘셰드(Shed)’, 7층짜리 쇼핑몰 ‘숍 앳 허드슨 야드(Shops at Hudson Yards)’ 등 3가지다. 올해 말 개장할 전망소는 인근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보다 좀 더 높은 약 390m 높이에 설치돼 서반구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가 될 예정이다. 아직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나머지 절반의 시설은 2025년까지 전체 완공된다.

개발사인 릴레이티드 허드슨 야드의 제이 크로스 사장은 “누구든 ‘우리 거기서 보자’고 할 만한 상징적 명소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1930년 지어진 록펠러센터 이후 뉴욕의 가장 야심찬 사업이란 설명이다. 크로스 사장은 “사람들은 모든 것이 있는 곳에서 살고 싶어한다. 그게 사람들이 도시에 사는 이유”라며 “허드슨 야드는 생활과 일, 놀이를 모두 갖춘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지난달 허드슨야드 1단계 공개행사에서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는 왜 뉴욕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도시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뉴욕타임스의 건축 비평가 마이클 키멜람은 허드슨 야드의 상징성을 이렇게 전했다. “250억달러를 들여 무에서 창조한 빛나는 성과로 미래 조세수입의 원천이자 9·11 이후 도시 분위기를 반전시킬 만한 기적적인 결과물이다.”

2005년 10월 개발이 본격 추진됐던 허드슨 야드는 2006년 시작한 서울 용산철도 개발사업과 비교되기도 한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지만 13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허드슨 야드가 뉴욕의 새 랜드마크로 위용을 뽐내고 있는 데 비해 용산지구는 여전히 황량하다.
미국 뉴욕에 허드슨 야드 생기기 전(위쪽 사진)과 후 전경. ‘허드슨 야드’는 미국 뉴욕 맨해튼 서쪽의 스카이라인을 확 바꿔놓았다. 허드슨 야드 제공
◆화제성 단연 최고… 최고층 아닌 ‘최고급’ 지향

1차 공개와 함께 허드슨 야드는 명실상부한 화제의 장소가 됐다. 지난달 14일 개장 전야 파티에만 1만7000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장소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플레이서에이아이(Placer.ai)에 따르면 초기 방문자들이 5마일 이내 지역에서 주로 왔다면 개장 수주째 지나면서 점점 더 멀리서 찾는 이들이 급증했다. 3월 마지막 주말 이틀 동안에만 약 12만7000명이 방문한 것으로 관측됐다.

세계 각지에서 경쟁적으로 들어서고 있는 ‘최고층’ 빌딩 대신 ‘최고급’을 지향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곳에 들어올 침실 하나 아파트의 한 달 임대료가 5000달러(약 570만원)다. 2층 펜트하우스는 3200만달러(약 364억원)에 팔리고 있다. 300개의 초호화 아파트 60%가 이미 팔렸고, 앞으로 수백 채가 더 지어질 예정이다.

자체 쓰레기 처리 시스템, 대정전 사태도 버텨낼 발전시스템,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에 대비해 민감한 설비들을 보호할 자동 지하문 등 첨단 시설물도 가득하다.
 
쇼핑몰의 경우 맨해튼에 처음 문을 여는 고급 백화점 니먼 마커스 입점으로 특히 화제를 모았다. 카르티에와 스튜어트 와이츠먼, 디올, 펜디 등 명품 브랜드도 빠지지 않았다.

◆“아무 곳에도 못 가는 계단” 조롱도

수백억달러를 들인 이 같은 프로젝트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비판이 따라붙기도 한다. 도시 전문 매체 시티랩은 “비평가들이 미워하기 좋은 250억달러짜리 메가 프로젝트”라고 정리했다.

건축 비평가 키멜람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모든 것이 갖춰진 곳’이라는 개발사 측의 자평에 대해 “누가 이런 건축학적인 체험동물원 같은 곳에 살고 싶을지 의문이다”고 밝혔다.

허드슨 야드의 상징물이 된 15층 계단형 구조물 ‘베슬’에 대한 평가가 가장 엇갈린다. 탑 형태로 2500개의 계단이 얽히고설켜 벌집을 연상시키는 문양을 만들어낸 독창적 외관이 일단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초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지난달 15일 공개되자마자 순식간에 2주치 입장 예약이 꽉 찼다. 그러나 “아무 곳에도 이르지 못하는 계단”이라는 키멜람의 비평 역시 많은 이들이 인용하는 유명한 문장이 됐다.

독창성과 예술성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었는지 개발사 측이 초기에 들이댄 사진 저작권 문제도 잡음을 일으켰다. 베슬 입장이 무료로 가능한 대신 ‘베슬을 배경으로 한 사진 촬영 및 온라인 유포를 금한다’는 규정을 지난달 19일 발표한 것이다. 베슬의 소유권을 가진 허드슨 야드 측이 저작권 보호를 위해 한 조치인데, 온라인에서 엄청난 뭇매를 맞자 며칠 뒤 해당 규정은 철회됐다.
허드슨 야드의 상징물로 자리 잡은 벌집 모양의 거대 나선형 계단 구조물 ‘베슬’. 사진촬영을 하려는 방문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다. 허드슨 야드 제공
◆초호화판 시설을 보는 곱지 않은 시선

‘0.1% 상류층을 위한 곳’이라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미 뉴요커는 ‘나의 허드슨 야드 쇼핑리스트’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400달러짜리 사이드메뉴 없는 스테이크, 음식을 시원하게 보관해주는 3만달러짜리 스마트냉장고, 음식을 데워주는 5만달러짜리 스마트오븐, 장난감으로 쓸 3D 프린터….” 등을 살 수 있는 곳이라며 일종의 풍자성 목록을 쭉 나열했다.

뉴욕타임스는 허드슨 야드에 대해 “사실상 부자를 위한 쇼핑몰 하나와 나머지 사람들을 위한 쇼핑몰로 구분돼 있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전체 7층 중 5층 이상에 위치한 니먼 마커스와 명품 브랜드로 채워진 1층이 전자라면 2∼4층은 후자로, 미 전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브랜드가 나열돼 있고 쇼핑 공간도 훨씬 협소하다. 이는 결과적으로 뉴욕의 또 다른 ‘80/20 빌딩’(전체 인구 20%가 전체 부 80% 차지한 곳)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미 건축 매체 아키텍처매거진은 보다 극단적인 평을 내놨다. ‘허드슨 야드는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 제목을 달고 그 이유에 대해 “단순히 ‘억만장자들의 놀이터’라서가 아니다. 그 이상을 하고자 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허드슨 야드의 모든 호화로움은 이미 필요 이상의 힘을 가진 이들에게 더 많은 힘을 주려고 만들어진 것 같은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공허하고 영혼 없는’, ‘인간미가 부족한’ 건축물이라는 건 그에 비해 큰 문제점이 아니란 분석이다.

투자이민(EB-5)을 통해 재원 조달을 했다는 점도 수년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EB-5는 미국 내 고용촉진지역에 50만달러(약 6억원)의 간접투자를 함으로써 미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허드슨 야드는 최소 12억달러의 자금을 EB-5 이민자들을 통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에서 투자이민은 다양한 비판을 받고 있다. 호텔이나 카지노, 사무용 타워, 쇼핑몰 등 일부 업종에 집중된다는 지적부터 특정 국가 사람들이 주로 혜택을 본다거나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등이 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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