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색깔론'으로 끝난 한국당 장외집회
[경향신문]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의 정부 규탄 집회는 ‘색깔론’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뚜렷한 특징이 됐다.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명에 반발한다는 원래 의도가 무색하게 이념 대립을 부추기는 집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더해졌을 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0일 광화문 일대에서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집회가 원래 한 집회였던 것처럼 합쳐졌다. 이른바 ‘태극기 집회 세력’이 ‘자유한국당’ 집회에 동참한 것이다. 원래 광화문 광장에는 매주 토요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발하는 ‘태극기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대한애국당을 비롯한 9개 단체는 이날도 광화문 인근 지역에서 집회를 한 뒤 황 대표의 청와대 행진에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총리를 지낸 황 대표가 행렬을 끌고, 박 전 대통령의 지지세력이 따르는 형국이 된 것이다.
이에 호응하듯 이날 광화문 광장에서 울린 구호들은 대부분 이념적인 것들이었다. ‘공산주의’, ‘빨갱이’, ‘좌파독재’와 같은 말들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연설에 나선 자유한국당 지도부들도 이를 부추기는 듯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특히 나경원 원내대표는 ‘인사문제’인 이 헌법재판관의 임명 문제도 자연스럽게 이념 대결 형국으로 연결했다. “노무현 정부는 운동권 1기 정부인데. 그들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얼마나 극렬히 투쟁한지 기억한다”며 “이제 헌법재판소에서 우리도 모르게 (국가보안법) 위헌 결정을 해버리면 의회도, 우리 투쟁도 소용이 없어진다. 여러분 함께 막아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 “보수, 자유우파 세력이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 역시 같은 맥락의 발언을 이어갔다. “종북 굴종 외교를 그만두라”며 포문을 연 황 대표는 “(문 대통령이)가는 곳 마다 북한 제재를 해제해달라 구걸하고 다닌다”며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안보를 김정은에게 구걸한다, 왜 우리가 구걸해야 하냐, 우리가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이 제기했던 ‘경제파탄’, ‘인사참사’라는 비판의 끝은 모두 ‘북한’을 대표로 한 ‘색깔론’과 연결됐다.
또 황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자신의 연설에 이용하기도 했다. “지난 정권 사람들은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감옥에) 잡아넣고 아무리 큰 병에 시달려도 끝끝내 감옥에 가두어 두고 있다”며 지난 16일 ‘형 집행정지’를 신청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황 대표가 내년 총선을 위해 박 전 대통령 석방 요구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 됐다. 황 대표는 ‘친문무죄, 반문유죄’라며 보석으로 풀려난 김경수 경남지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는 ‘5·18 망언’으로 대표되는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지난 5일 문서 위조 혐의로 구속됐다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강용석 변호사도 모습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박통은 구속기간을 넘겨가며 2년이 지나도 안 풀어주고 김경수는 77일만에 풀어주는 게 공정한 나라인가”라며 ‘형 집행정지’를 요청했고, 강 변호사 역시 지난 16일 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 앞을 찾아 “박근혜 대통령 석방 촉구를 위해 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집회의 명분은 정부의 ‘인사·경제’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였지만, 실체는 ‘색깔론’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회 곳곳에서 발견되는 ‘박 전 대통령’의 흔적에 ‘도로, 박(근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광화문 일대를 지나며 집회를 구경한 강세연씨(28)는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라는 슬로건의 국민은 보수·우파·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를 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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