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혜의 외식하는날]배민 vs 요기요 불붙는 할인 경쟁.."현실판 '치킨게임'" 우려도

최신혜 입력 2019. 4. 2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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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배달앱 같은 날 할인 쿠폰 뿌리며 소비자 유혹
자영업자들 "영세 음식점주 불리..가격 정체성 혼란 우려"

[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치킨 게임'은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자동차 게임의 이름이다. 이 게임은 한밤중에 도로의 양쪽에서 두 명의 경쟁자가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다. 핸들을 꺾은 사람은 치킨('겁쟁이'를 뜻하는 속어)으로 몰려 명예롭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어느 한 쪽도 핸들을 꺾지 않을 경우 게임에서는 둘 다 승자가 되지만, 결국 충돌함으로써 양쪽 모두 자멸하게 된다.


앞서 2월부터 시작된 배달앱 요기요의 '반값 할인'에 이어 업계 1위 배달의민족까지 이번 달 할인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반값을 넘어선 '0원 할인'까지 등장하며 틈만 나면 서버 마비를 일으킬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명목은 '배달앱에 가입한 사장들의 매출을 올려주기 위함'이고, 본질은 '서로 더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함'이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할인 경쟁이 치킨 게임에 불과하며, 결국 자영업자 모두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지난주 ‘치킨 0원’ 이벤트에 이어 이번 주 평일 내내 짜장을 무료로 먹을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중식 카테고리 내 모든 식당이 해당되며 할인 쿠폰 1만원 전액을 배달의민족이 지원한다.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5시, 선착순 5000명에게 혜택이 주어진다.


지난주 진행했던 치킨 0원 이벤트에는 멕시카나치킨, 티바두마리치킨, 후라이드 참 잘하는 집, 투존치킨, 또래오래 치킨 등의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참여했다. 할인 비용은 배달의민족과 각 프랜차이즈가 분담했다. 지난 19일에는 모든 카테고리에서 모든 메뉴를 1만원 할인 받을 수 있는 쿠폰을 뿌리기도 했다. 이번 달 마지막 이틀(29일, 30일)에는 치킨, 중식 뿐 아니라 모든 카테고리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2만원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몽땅 0원’ 이벤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연말연시 임대료ㆍ인건비ㆍ식자재값 등의 인상으로 전국 각지 식당 메뉴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운데, 할인 행사를 통해 죽어가던 프랜차이즈 매출을 부활시킨 곳은 요기요다. 요기요는 지난 2월부터 두 달간 반값 할인을 진행했다. 요기요의 반값 할인에 동참했던 프랜차이즈는 BBQ치킨ㆍKFCㆍ본도시락ㆍ죠스떡볶이ㆍ배스킨라빈스 등이다. 행사는 초기부터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서버 폭주로 인한 마비 사태를 일으킬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동참한 프랜차이즈의 매출 역시 큰 폭으로 늘었다.


요기는 이달에도 할인 이벤트를 잇따라 개최하며 경쟁 열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슈퍼레드위크 등의 행사를 통해 피자헛, bbq, bhc 등 주요 프랜차이즈 메뉴를 최대 1만3000원까지 할인해주는 것은 물론, 지난 19일에는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모든 치킨을 7000원 할인해주는 쿠폰을 지급해 대란을 일으켰다. 배달의민족이 '모든 메뉴 1만원 할인' 쿠폰을 뿌린 날이다.


참여하는 소비자는 즐겁다. 음식을 값싸게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대폭 늘어난 데다, 선착순으로 발급되는 쿠폰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마치 게임 즐기듯 참여하고 인증샷을 올린다. 물론 한 번도 할인 쿠폰을 발급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표하는 소비자들도 다수다. 주문한 음식을 세 시간 만에 받았다며 당혹스러움을 표하는 후기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연일 울상 짓는 이들은 소규모 프랜차이즈, 개인 음식점주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A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원정(가명ㆍ47)씨는 "프랜차이즈임에도 불구하고 타격이 크다"며 "준메이저도 되지 않는 우리 같은 프랜차이즈는 행사 지원마저 받을 수 없어 이번 달 매출이 바닥을 쳤다"고 한숨 쉬었다. 경기도 구리시에서 한 족발집을 운영하는 서일구(가명ㆍ51)씨는 "족발집은 행사에 끼지도 못해 배달손님이 뚝 끊겼다"고 토로했다.


할인행사로 이득을 본 자영업자들도 고민이 커졌다. 서울 강서구에서 B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성욱(가명ㆍ35)씨는 "지금이야 매출이 잘 나와 다행이지만 행사가 끝나면 과연 누가 기존 가격에 음식을 구매할 지 사실 걱정된다"며 "적정 가격에 대한 인식이 재설정돼 일부 패스트푸드점처럼 할인행사 없이는 구매하는 사람이 없어지게 되면, 이는 곧 품질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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