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위반' 베트남 대사 중징계 수순에.. 교민사회 반발

정민승 입력 2019. 4. 21. 17:02 수정 2019. 4. 22.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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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단체 반대 연판장… 외교가선 “金대사 폭언 등에 옹호하는 직원 없어”

지난달 26일 베트남을 찾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민주당 대표단과 함께 응우옌 쑤언 푹(오른쪽) 베트남 총리 예방에 나선 김도현(오른쪽 두 번째) 대사를 푹 총리가 반갑게 맞고 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지난달 부하 직원에 대한 폭언과 ‘갑질’ 논란으로 이미 강도 높은 감사를 벌인 외교부가 김도현 주 베트남 대사에게 중징계를 예고하는 소환령(본보 20일자 4면)을 내리면서 베트남 현지 교민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무사안일 속성이 강한 관료 사회의 형식주의와 효율이 우선인 민간의 결과주의가 문재인 정부 신남방정책의 핵심인 베트남에서 격돌하는 양상이다.

21일 주베트남 한인상공인연합회(코참), 하노이한인회, 한ㆍ베가족 협의회 등 현지 한인단체에 따르면 현지 교민과 진출 기업 단체들이 김 대사 중징계를 겨냥한 외교부의 일련의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인단체의 반대 입장을 담은 공식 성명서 채택을 위해 예비 문안이 담긴 연판장까지 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단체 관계자는 “열심히 ‘일 하는’ 대사에 대한 감사에 모두 의아해 했다“며 “(예상 징계 수준을 넘어서는) 최근 소환 소식에 각 단체들이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지난달 18~22일 김 대사에 대한 감사를 벌였는데, 한인 단체들은 당시 감사가 편파적으로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회계 감사가 아닌 일반 감사에서 현지 교민과 기업들의 의견은 청취하지 않은 채 소관 업무에 태만해 대사로부터 질책을 당한 소수 대사관 직원의 일방적 주장만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외교부가 김 대사에게 사실상 중징계가 예고된 소환령까지 내리자 청와대 탄원서 제출까지 준비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탁월한 업무 추진력으로 교민과 진출 기업의 이익은 물론 양국관계 격상에 큰 공을 세우고 있는 김 대사를 끌어내리겠다는 것이 도대체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대사에 대한 사실상의 ‘탄핵’으로 신남방정책 교두보, 베트남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본, 중국과의 경쟁에서 한국 외교의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교민 사회에서는 이번 감사 파문과 관련, 객관적 비리보다는 김 대사에 대한 외교부 조직의 구원(舊怨)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초 감사는 경미한 경고 수준에서 마무리되는 분위기였는데, 소환령까지 떨어지자 외교부 내 ‘자주파’와 ‘동맹파’ 간의 뿌리깊은 갈등이 김 대사 거취 문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김 대사는 서기관 시절이던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 외교부를 뒤흔든 대통령 폄하 발언 투서사건의 핵심 인물로, 자주파의 선봉에 있다. 이후 보수정권 이후 기획재정부로 파견되는 등 불이익을 받다가, 삼성전자에 입사해 러시아 등 해외 대관 업무를 총괄했다. 정권 교체 이후 지난해 5월 과거 외교부 선배들을 제치고 베트남 대사에 발탁됐다.

외교가 소식통은 “업무능력은 뛰어나지만 돌출행동이 빈번한 김 대사를 옹호하는 외교부 직원이 전무하다”며 “폭언 외에도 현지 기업들로부터 고급 숙소를 제공받는 등 김영란법 위반 문제도 있어 중징계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은 속지주의뿐만 아니라 속인주의도 적용되기 때문에 해외서 근무하는 공직자 역시 고시 환율을 적용해 기준 가액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대사는 “현지 진출 한국기업 지원을 위해 베트남 대기업 오너들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숙식을 제공 받게 됐다”면서도 “베트남에서는 관행이라 ‘사회상규’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했고, 제공 받은 편의는 모두 공무수행 목적이었을 뿐 사적으로 유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교민 사회에서도 개발도상국인 베트남의 현지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김수영 하이퐁 한인회장은 “편의 제공을 거절하면 베트남을 무시하는 행태로 비칠 수 있다. 부임 후 하루도 쉬지 않고, 저녁을 하루 두 세 차례씩 먹는 대사를 교민 사회는 전폭 지지하고 있다”며 “관료사회의 절차와 내부의 싸움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mailto:msj@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mailto: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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