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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인가.. 당나라인가.. 공산성 옻칠 갑옷 국적 논란 끝날까

허윤희 기자 입력 2019.04.22. 03:04 수정 2019.04.22. 18:27
보존처리 후 60字 새로 밝혀져.. 인명·관직명 등 글자 전모 확인
공주대박물관측, 학회에서 발표

지난 2011년 충남 공주 공산성에서 백제 말기 옻칠한 가죽 갑옷이 출토됐다. 반짝이는 검은색 비늘 조각에 '정관 19년(貞觀 十九年)'이라는 붉은색 글씨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전문가들은 "당 태종 정관 19년, 즉 645년이라는 제작 연대가 확실하다"며 환호했다. 2014년에도 글자가 적힌 옻칠 갑옷 조각이 출토됐다. 발굴 기관인 공주대박물관은 "나당 연합군과의 전쟁 직전 백제 장수들이 결의를 다지고자 의식용으로 묻었을 것"이라며 갑옷 제작지를 백제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후 학계에선 "글자를 분석하면 백제가 아닌 당나라 제작품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와 '갑옷 국적' 논란이 팽팽했다.

공주 공산성에서 출토된 옻칠 갑옷에서 최근 보존 처리 후 새로 확인된 글씨. 주로 인명, 관직명, 관청명 등이다. /이현숙 공주대박물관 학예실장

갑옷에 적힌 명문(銘文·새긴 글씨)의 전모가 드디어 파악됐다. 이현숙 공주대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두 차례 발굴된 옻칠 갑옷의 보존 처리가 2017년 완료돼 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60여 자(字)를 새로 판독했다"고 20일 열린 한국목간학회에서 발표했다.

명문이 있는 비늘 조각은 모두 17점. 이현숙 실장은 "갑옷 표면에 가로 36㎝, 세로 7㎝ 정도 범위에 명문을 썼다"며 "한쪽 가슴 부분을 글씨로 빼곡히 채운 걸 보면 실제로 입은 것이 아니라 견본품으로 보인다"고 했다.

명문은 대부분 직명과 인명, 관청 이름이다. '익주(益州)'라는 지명으로 시작해 '왕무감(王武監)'이라는 관청, '원문(元文)' '이조(李肇)' 등 사람 이름 4명과 관직명이 등장하며 '정관 19년 4월 21일'로 끝을 맺는다. 이 실장은 "645년 갑옷을 만든 조성기를 적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8년간 끌어온 국적 논란이 이걸로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이태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지난해 '고고학지'에 실은 논문에서 백제 제작설을 반박하며 "익주(益州)라는 지명은 오늘날 중국 쓰촨성 청두로 수나라 때 촉군"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현숙 실장은 "재판독 과정에서 명문에 이체자가 많은 것을 확인했다"며 "익주가 아니라 '개주(蓋州)'로도 읽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구당서(舊唐書)'에 645년 당의 요동성 공격 과정에서 '개주'라는 지명이 등장하는데, '삼국사기'에도 "당 태종이 고구려 요동정벌에 나설 때 백제가 갑옷을 만들어 당나라에 바쳤다"는 기록이 있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갑옷이 묻힌 정황을 살펴보면 마갑 위에 무기류, 그 위에 갑옷이 포개듯이 2세트 놓여 있었고, 그 위를 100㎝ 두께 볏짚으로 덮는 등 의식적으로 묻은 행위가 뚜렷하다"며 "전체 문자의 현황이 이제야 파악된 만큼 명문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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