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 용역노동자의 죽음..목숨 건 '막노동'의 비극

CBS노컷뉴스 윤철원 기자 2019. 4. 2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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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20대 청년 하청 노동자가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했다.

시공사인 A건설사는 김씨 등 일용직 노동자들에게는 안전모와 안전화 등 기본적인 안전장비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과 함께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는 청년시민단체 일하는 2030 박승하 대표는 "김태규씨는 사고 현장에 대해 주변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위험하다고 얘기를 해왔었다"며 "회사측은 위험을 방치하고도 실족사로 몰고가려는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며, 진실은 철저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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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장비도 없이..20m 낭떠러지로 내몰린 김태규씨
유족 "사과 한 마디 없어..제3자 통해 합의만 종용"

또다시 20대 청년 하청 노동자가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했다.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김용균씨가 숨진 이후 이른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 불과 넉 달만이다. 노동현장에서 가장 힘없는 하청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위험의 외주화'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고 김태규씨가 작업하던 화물용 엘리베이터. 1층에 내려놓은 엘리베이터를 건물 바깥쪽에서 본 모습이다. 김씨는 5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 채 작업을 하다 문과 외벽 사이 공간으로 추락해 숨졌다. (사진=윤철원 기자)
◇ 안전장비도 없이…20m 낭떠러지로 내몰린 김태규씨

지난 10일 오전 8시 20분쯤 경기도 수원의 한 공장 신축현장에서 한 노동자가 5층 화물용 엘리베이터에서 떨어졌다. 그는 119구급차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고 발생 35분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올해 나이 26살, 청년 노동자 김태규씨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하청 노동자 중에서도 가장 열악하다 할 수 있는 일용직 노동자였다. 사고 발생 3일 전 해당 현장에서 처음 투입된 김씨는 5층에서 발생한 건축 폐기물을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층으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화물용 엘리베이터(양문형)와 건물 외벽 사이에는 44.5cm 정도의 빈 공간 있었다. 김씨는 이 사이로 추락했다. 엘리베이터의 외벽쪽 문을 열어놓은 채 작업을 했다는 얘기다. 김씨는 추락의 위험속에서도 안전벨트조차 없이 20m 낭떠러지 위에 서야 했다.

시공사인 A건설사는 김씨 등 일용직 노동자들에게는 안전모와 안전화 등 기본적인 안전장비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첫 날 함께 작업했던 태규씨의 형 김모씨는 "업체측이 안전모와 안전화, 안전벨트 등 안전장비를 주지 않았다"며 "어쩔 수 없이 현장에 굴러다니는 안전모를 주워 쓰고 운동화를 신은 채 일을 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두 사람이 처음 건설사측과 계약을 맺은 작업은 건축 폐기물 처리가 아닌 벽돌이나 타일을 쌓는 조적작업이었다.

하지만 업체측은 두 사람에게 조적작업 대신 5층에 있는 폐기물 처리 작업을 지시했으며, 그에 따른 안전교육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가족 고 김태규씨 누나 도연씨는 지난 19일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 한 마디 없이 제3자를 통해 합의만 종용하는 건설사측의 행태를 비판했으며, 김씨의 사고원인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사진=윤철원 기자)
◇ 유족 "사과 한 마디 없어…제3자 통해 합의만 종용"

이런 가운데 A사측은 엘리베이터 외측 문을 열어 놓고 작업을 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완전 개방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고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사측 간부 B씨는 유족들에게 "(외측 문을) 완전 폐쇄할 경우 도어록이 걸리기 때문에 약간 열어둔다. 사건 당일 경찰과 근로감독관이 측정했을 때 열어둔 간격은 63cm가 나왔다"고 말했다.

B씨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했다는 주장이만, 거꾸로 도어록이 걸린 상황에서 문을 열고 닫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문을 개방하고 작업을 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평상시에도 열어놓고 작업을 했는지는 좀 더 조사를 해봐야 하겠지만, 사고 당시 외측 문을 열어두고 작업을 한 것은 분명하다"며 "문이 열려져 있지 않고서는 떨어질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족들은 일용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사과 한 마디 없이 제3자를 통해 합의만 종용하고 있다며 A건설사의 행태를 비난했다.

김씨의 누나 도연(29)씨는 "태규는 3년전 아버지가 폐암으로 돌아가신 이후 할아버지, 할머니를 아들처럼 살갑게 챙기며, 고등학교 졸업 이후 생계를 책임져 왔다"며 "인력사무소 사장님도 태규를 워낙 빠릿빠릿하고 꼼꼼하고 책임감 있는 아이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유족들과 함께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는 청년시민단체 일하는 2030 박승하 대표는 "김태규씨는 사고 현장에 대해 주변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위험하다고 얘기를 해왔었다"며 "회사측은 위험을 방치하고도 실족사로 몰고가려는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며, 진실은 철저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업체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공사 현장에서 안전관리의 소홀함이 없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으며, 책임 소재에 따라 형사 입건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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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윤철원 기자] psygod@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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