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바다에 빠진 군사기밀.. 먼저 건지는 쪽이 임자

안두원 입력 2019.04.2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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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북부 아오모리현 미사와 공군기지에서 2018년 5월 28일 日 항공자위대 소속 최신예 F-35A 스텔스기 1대가 나는 모습. 일 항공자위대의 F-35A 전투기 1대가 지난 9일 오후 아오모리현 인근 태평양 해상에서 훈련 중 레이더로부터 사라져 초계기 등이 수색에 나섰으며, 기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질이 발견됐다. /사진=미사와[日 아오모리현] AP/교도통신, 연합뉴스
[군사AtoZ 시즌2-2] 지난 4월 9일 일본 아오모리(靑森)현 동쪽 130여 ㎞ 해상에서 실종된 F-35A를 찾기 위한 고군분투가 2주째 접어들고 있다. 미국은 첨단 군사기술이 집약된 5세대 전투기가 혹시 중국이나 러시아 손에 들어갈 것을 우려해 심해 수색선까지 동원하기로 했다. 미국이 사고 해역을 샅샅이 훑고 있지만 기체를 발견하지 못했고 이미 가라앉은 것으로 판단해 해저 탐색으로 넘어간 것이다. 미측이 F-35A 기체를 먼저 찾지 못하면 자존심에도 금이 갈 뿐 아니라 군사 보안사항이 적국에 넘어가는 작전실패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수색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투기의 원래 주인은 일본이지만 기체는 먼저 건지는 쪽이 사실상 임자다.

심해 수색선 투입은 미국과 일본이 지난 19일 워싱턴DC에서 가진 외교·국방 장관 2+2회담에서 결정됐다. 양국 간 주요 외교안보 현안이 논의됐지만 F-35 실종 사건은 시급히 다뤄야 할 일이었고 양국은 미국 측이 F-35A 사고 현장에 심해 수색선을 파견하는 데 합의했다. 미국은 고고도 정찰기 U-2를 동원했다가 성과를 못내자 장시간 체공이 가능한 B-52를 괌 기지에서 불러와 수색을 시켰다. 급기야는 미국 본토 플로리다에 있던 해상초계기 P-8A 비행대대를 실종된 F-35A가 이륙했던 아오모리현의 미사와 기지에 대거 이동 배치한 뒤 사고 해역을 이잡듯 뒤지고 있지만 꼬리 날개 부분을 제외하고는 소득이 없었다. 이처럼 해상 수색작전이 소득이 없자 바닷속으로 수색작전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미국이 일본 항공자위대의 사고에 이처럼 발벗고 나서는 것은 이번 F-35A 실종 사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속내를 보여준다. F-35가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이유는 레이더파를 분산시키는 외적인 형상과 함께 레이더파를 흡수할 수 있는 소재가 핵심이다. 이 중에서도 기체를 제작하는 소재는 미국이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의 관계자는 "중국과 러시아가 제작한 스텔스기는 언뜻 보면 미국 F-22나 F-35를 연상시킨다"며 "미국 측도 겉모습은 모방할 수 있어도 기체의 소재는 모방할 수 없다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중국이나 러시아가 잠수함을 사용해 F-35A를 해저에서 먼저 발견해 가지고 간다면 최악의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F-35A의 주요 기밀을 다른 적대 세력이 파악하면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에 악역향은 물론 F-35를 수입하려는 국가들에도 나쁜 신호를 줄 수 있다. F-35의 '은밀한 침투' 능력의 비밀을 중국이나 러시아가 알아냈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국제 무기시장에서 F-35의 명성은 크게 실추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미국이 쏟아부은 천문학적 예산과 각고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기체 발견이 미궁에 빠지면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먼저 회수했는지 확인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작정 안심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기체를 회수해 상황을 확실하게 마무리 짓는 것이 유일한 해법인 셈이다.

바다에 가라앉은 무기는 먼저 건지는 쪽이 임자다. 미국도 냉전시기 구소련의 전략 잠수함을 인양해서 탑재돼 있던 핵미사일과 암호발생기를 획득했고 우리나라도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탄도미사일의 주요 구성품을 군산 앞바다에서 인양해 북한의 미사일기술을 분석하는 데 활용했다.

미국이 건져올린 소련의 잠수함 K-129의 이야기는 훗날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됐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냉전이 한창이던 1968년 3월 K-129는 북서태평양 해저에서 사고를 일으켜 침몰했다. 소련 해군이 수색작전을 벌였으나 찾지 못했고 같은 해 7월부터 미 해군이 수색에 착수했다. 미국은 하와이의 북서쪽 망망대해에서 침몰한 K-129를 기적적으로 발견했지만 인양 작업은 또 다른 문제였다. 해저 4800m에서 1700t짜리를 물위로 꺼내는 작업을 외부에 들키지 않고 비밀리에 진행해야 했다. 미 정부는 헬리콥터로 유명한 방위산업체인 휴스에 의뢰에 해양시추선과 유사한 형태의 '휴스 글로머 익스플로러(Hughes Glomar Explorer)를 건조했다. 미 정부는 인양 작업을 해저 자원 탐사로 위장했지만 소련은 이를 알아채고 밀착 감시했다. 실제로 인양이 된 것은 사고가 일어난 지 6년5개월이 지난 1974년 8월이었다.

북한도 자국 군사과학기술의 핵심을 한국 해군이 건져올리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2012년 12월 12일 발사된 북한 '은하3호'는 우주발사체(SLV)를 표방하면서 서해 동창리 발사장에서 정남쪽으로 날아갔다. 서해 상공에서 1단 추진체가 분리됐고 인근에서 기다리고 있던 한국 해군의 구축함은 낙하한 위치를 포착했다. 서해는 깊이도 얕은 편이었고 위치도 확보한 상태였기 때문에 해군은 이틀 만에 1단 추진체의 산화제연료통을 건져냈다. 군이 순차적으로 인양에 성공한 북한 미사일 부품은 3개가 더 있었다. 북한의 미사일 제조 능력이 초미의 관심사였던 한국과 미국은 '횡재'를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후 북한은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에서 낙하물에 자폭장치를 달아 온전한 상태로 회수되는 것을 막았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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