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기도시공사, 거짓 해명으로 업체와 유착 비난 일어

김영석 2019. 4. 2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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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의 대표적 문화복합시설 ‘판매 시설화’<세계일보 4월19일자 10면, 4월22일자 12면 참조>로 동탄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제일건설 컨소시엄 보도와 관련, 설계변경 허가권자인 경기도시공사가 ‘왜곡된 해명자료’로 업자를 비호하고 나서 비난을 사고 있다.
 
라끄몽 지하 1층의 공모안
경기도시공사는 22일 세계일보 기사와 관련한 해명자료를 통해 “당초(공모제안 시) 지하 1층 뒤편에 계획된 ‘열린 도서관’은 규모의 효과를 고려해 지상 1층의 북카페와 함께, 지하 1층 중앙의 ‘썬큰광장’옆 더 좋은 위치에 배치하였으며, 지상 1층의 청년창업시설은 직영으로 운영되는 지하 1층에 배치하고, 공연장도 화성시와 사전협의를 통해 화성시 관내 운영 중인 공연장 및 추가 건립예정 공연장 규모 등을 고려, 소규모 공연장으로 조정해 지하 1층에 배치하였으며, 지상 3층 또한 당초 계획된 공방과 전시장을 건물 중앙부로 변경 배치하여 문화 및 집회시설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도시공사는 이와 함께 “당초 4층의 MBC PLUS 방송테마파크는 수요층이 10대∼20대로 한정적이어서 화성시의 젊은 가족 중심의 복합문화공간 도입 요구 및 가족형 테마파크 수요 증가를 고려해 ‘주렁주렁’으로 변경됐다”고 덧붙였다. 또 부지 특혜조치에 대해서도 “해당 부지는 용적률 300%로 주변 일반 상업용지 용적률 800%와 기본적인 토지개발 조건이 달라 5분의 1 이하 가격으로 낙찰됐다”고도 했다.
 
이는 사실을 모르거나 일부러 왜곡해 내놓은 해명이다. 도시공사가 해명한 ‘더 좋은 위치의 열린 도서관과 북카페’는 기자의 취재가 시작되자 제일건설 측이 급조해 만든 변경도면을 근거로 한 것이다. 제일건설 측은 지난해 2월 공모 당시 ‘라끄몽’의 상징적 건축물(랜드마크)인 계란형 1층의 북카페와 연계해 북카페 바로 아래에 ‘라끄 플로네르’ 공연장을 설치한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열린 도서관은 라끄몽을 관통하는 복도 끝에 계획했다.
 
하지만 제일건설 측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뒤 설계변경을 마치고 지난달 25일 화성시로부터 허가받은 설계도면에는 이들 시설이 모두 판매시설로 변경돼 있다. 이후 기자의 취재가 시작되자 지난 4일 제일건설 측 관계자들이 “없어진 북까페와 공연장을 이렇게 배치했다”며 한 설계도면을 가지고 왔는데 이 도면이 도시공사가 해명자료로 활용한 것이었다. 
 
라끄몽 지하 1층의  허가 도면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도면이다. 제일건설 측이 도시공사의 해명대로 지하 1층에 이들 시설을 배치하려 했다면 당초 허가도면에 하나의 공간으로 명시가 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설계도면 어디에도 이같은 흔적은 없다. 특히 이 도면에 배치된 북카페와 열린 도서관은 허가도면의 복도 중간을 완전히 막아 좌측 상업시설과 연결했는데, 복도는 ‘공유면적’이어서 임의로 시설로 사용할 수 없는 곳이다.
 
청년창업시설도 마찬가지다. 해명 도면에는 배치된 공연장과 복도를 사이에 두고 맞은 편에 이 시설이 있는 데 모두 3칸으로 나누어진 공간을 합쳤다. 기자의 취재가 시작되자 문제가 될 것으로 판단해 도면을 급하게 수정했다는 방증이다.
 
도시공사의 “더 좋은 자리에 배치했다”는 것도 사실에 어긋난다. 라끄몽의 핵심건물은 ‘계란형’이다. 이 건물은 양쪽 날개형 건물 한가운데 위치한 데다, 어느 층에서나 건물 앞 호수 공원의 호수를 조망할 수 있어 제일건설 측이 랜드마크로 표시했을 정도로 핵심 위치다. 제일건설 측이 이 건물 모두를 판매시설로 변경한 사실만 봐도 핵심 위치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도시공사는 복도 한가운데를 막아 선을 그어놓은 자리가 ‘더 좋은 자리’라고 주장했다.
 
지상 4층의 MBC PLUS에 관한 해명도 설득력이 없다. 지난 4일 급하게 수정한 도면만 가지고 온 제일건설 측 관계자들은 “MBC PLUS 방송테마파크를 유치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 시설은 미래 직업 체험시설인데, 제일건설 측은 유치 가능성조차 확인하지 않고 공모제안서에 명기한 것이다. 
 
라끄몽 지하 1층의  변경된  도면
도시공사는 MBC PLUS 방송테마파크가 한정 계층 지향적이어서 젊은 가족 중심의 복합문화공간 도입 요구 등에 따라 가족형 테마파크 ‘주렁주렁’을 확대해 배치했다고 했는데. 전혀 설득력이 없는 해명이다. MBC PLUS 방송테마파크는 제일건설 측이 제안서에 적은 대로 ‘미래 직업 체험시설’이다. 관리가 까다롭고 돈이 안 되는 시설이다. 반면 주렁주렁은 ‘문화복합’ 시설로 분류되지만 수익성이 높아 ‘상업형 문화복합’시설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이 시설은 다른 컨소시엄이 제안서에 반영했다가 감점요인이 되기도 했다.
 
부지가격 특혜조치 해명도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도시공사는 라끄몽 부지를 둘러싸고 있는 인근 일반상업용지와 부지가격 및 조건을 비교해 조건의 차이를 부각했다. 비교는 이 일반상업용지가 아니라 라끄몽 오른쪽 날개 바로 앞에 있는 3500㎡ 규모의 또 다른 ‘문화복합시설’ 용지를 해야 한다. 이 부지는 라끄몽 부지와 같은 용도지만 용적률은 라끄몽의 절반인 150%이고 층수도 라끄몽의 5층보다 낮은 3층으로 제한돼 있다. 그런데도 부지 가격은 라끄몽 부지의 2배가 넘는 ㎡당 1000여만원에 낙찰됐다.
 
특히 설계변경이 유관기관이 경기도와 화성시와 협의를 통해 이뤄졌다는 해명은 이들 기관의 공분을 샀다. 협의에 참석했던 경기도 관계자는 “도시공사 주관이어서 내용을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었다”며 “그래서 설계변경이 불가피하다면 동급의 더 좋은 시설을 유치하고 환경 안전문제가 없도록 하면 좋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는 데 책임을 떠넘기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수원=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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