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걸림돌된 KT.."최대주주 아닌데 권한은 막강"

권화순 기자 2019. 4. 23.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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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비서실장 출신 행장, 이사회 의장까지 겸직..자본부족→대출중단→연체율 상승 악순환


KT가 케이뱅크의 ‘주인자격’이 있는지를 따지는 금융당국의 심사가 중단되면서 케이뱅크의 주요주주 불만도 커지고 있다. KT가 최대주주에 올라서지 못하면서 유상증자가 불발돼 벌써 14번째 대출이 중단됐다. 신규영업이 막혀 자산성장이 둔화되자 케이뱅크 부실비율이 더 악화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KT가 최대주주가 될 수 없으면서 이사회 의장, 은행장 등 핵심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책임’과 ‘권한’이 불일치하는 지배구조에 대해 문제제기는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최대주주도 아닌데 케이뱅크 장악한 KT=케이뱅크의 2018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9명으로 구성된 케이뱅크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은행 이사회 의장은 통상 사외이사가 맡지만 케이뱅크는 예외다.

케이뱅크는 연차보고서에서 “이사회의 원활한 운영과 법령·내규에 요구하는 역할·책임을 적정하게 수행하기 위해 매년 사외이사 중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히면서도 “부득이한 경우 이사회 결정으로 이사회 구성원 중 사외이사가 아닌 자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심 행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부득이한 이유’로 심 행장이 “정보기술과 경영 전문가로서 금융과 ICT(정보통신)의 융합을 이끌 적임자”라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하지만 그가 ‘KT 정통맨’이기 때문이란 해석이 많다. 심 행장은 KT 회장을 가까이서 보필했던 비서실 출신에 대외협력실, 인재개발원, 기획조정실 등 KT 핵심부서를 거쳤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케이뱅크와 회의할 때 KT 직원이 동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일반적으로 은행 최대주주가 회의에 나서는 경우는 별로 없다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공공기관인 KT가 케이뱅크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라 케이뱅크 기업문화가 ‘상명하복’ 식 공무원 문화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KT가 보유한 케이뱅크 지분은 10%로 최대주주인 우리은행 지분 13.79%에 못 미친다. 전환 우선주를 합치면 18%가 되지만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다. 더구나 현 시점에서 KT가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지 의문시 되는 상황에서 KT가 이사회나 KT 출신 CEO를 통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심 행장은 오는 9월 23일 임기가 만료된다. 케이뱅크 은행장 임기는 정관상 3년이며 2년 연임이 가능하다. 초대 행장인 심 행장의 임기 만료가 임박하면 KT가 장악한 케이뱅크의 지배구조 문제도 수면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자본비율 특혜 연말 종료..연체율 급등 어쩌나=KT가 최대주주가 되지 못해 케이뱅크에 ‘실탄’이 바닥나면서 케이뱅크는 14번째 대출영업이 중단됐다. 사실상 은행으로서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어 일각에선 ‘대규모 고객이탈' 우려도 나온다.

게다가 초반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대출자산을 늘렸지만 신규 영업이 중단되면서 과거에 발생한 부실이 최근 드러나고 있다. 케이뱅크의 1개월 이상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0.76%로 시중은행 연체율의 3배 수준이었다. 케이뱅크 출범 첫해인 2017년 말에 비해선 9배 이상 높다. 이대로 신규영업을 못한다면 케이뱅크의 부실비율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자본비율을 제대로 맞출지도 미지수다. 케이뱅크는 출범 첫해 3년간 바젤Ⅲ 적용을 유예받았다. 바젤Ⅲ 적용을 받는 시중은행들은 국제 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을 무조건 10.5% 이상 맞춰야 한다. 케이뱅크는 한때 BIS 비율이 10.71%까지 떨어진 적이 있다. 증자가 막힌 상황에서 대출 영업을 다시하면 바젤Ⅲ 기준에 미달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이 예금을 받아 대출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엄밀하게는 자본력만큼 대출영업을 한다”며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 보다 훌륭한 신용평가(대출심사) 모델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작 대주주 문제로 자본력이 부족해 영업을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케이뱅크에 지분을 투자한 한 주요주주사 관계자는 “케이뱅크에 지분을 투자할 때 사업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기대에 못 미쳐 실망이 크다”며 “거래 고객수도 카카오뱅크에 많이 뒤져 앞날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케이뱅크 관계자는 "3대 주주를 중심으로 공동경영을 하고 있으며, 이들과 함께 자본확충 이슈 해결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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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김진형 기자 jh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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