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어버이연합 도로 점거 응원" 댓글 단 경찰
[경향신문]
ㆍMB 정부 때 조현오 지시로 홈페이지 댓글·실적 보고
ㆍ희망버스에 “좌빨” 악플…동원된 경찰 “자괴감 들어”
이명박 정부 시절 조현오 전 경찰청장(64)의 지시를 받은 경찰들이 어버이연합의 도로 무단점거 집회를 응원하는 댓글을 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홍보담당관실은 경찰관들의 ‘응원 댓글’을 실적으로 보고했다.
22일 검찰이 조 전 청장 재판부에 제출한 경찰 내부 문건을 보면, 경찰은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시위가 한창이던 2011년 희망버스 반대집회를 연 어버이연합 인터넷 홈페이지·카페 게시글에 응원 댓글을 달았다.
2011년 8월1일 경찰청 홍보담당관실이 작성한 ‘온라인 대응 보고’엔 경찰의 댓글 실적이 나온다. 경찰은 어버이연합 홈페이지·카페에 “노구를 이끌고 파렴치한 빨갱이들과 맞서신 용감한 어버이연합 어르신들 진심으로 존경의 마음을 올립니다” 등 댓글을 달았다. “국민 이간질을 목표로 선동할 꺼리 찾아 날뛰는 선동뻐스를 희망뻐스로 위장 데모질, 아가리질, 이간질…좌빨의 3대 특징입니다” “어르신들 응원합니다! 밑에 보이는 빨갱이 좌파 민주당 민노당 한총련 알바 사이버 간첩들 글은 신경쓰지 마세요” 등 댓글을 쓰면서 희망버스를 ‘간첩’ ‘좌빨’로 명명하기도 했다.
이 문건 작성 이틀 전인 2011년 7월30일 어버이연합 회원 300여명은 부산 영도대교 입구에서 왕복 4개 차로를 무단점거하고 희망버스 반대집회를 열었다.
댓글 공작에 동원된 경찰관들은 검찰 조사에서 조 전 청장이 댓글 실적으로 매월 경찰서별 순위를 매기는 등 압박해 어쩔 수 없이 댓글 공작을 벌였다고 했다. 지난해 5월30일 작성된 ‘스폴팀(Seoul Police Opinion Leader)’ 소속 정모 경찰관의 검찰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내가 경찰관인데 왜 이것을 해서 보고를 해야 되지 하는 자괴감이 많이 들었는데 안 할 수가 없었다”며 “해서는 안되는 일을 실적주의 핑계로 안 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스폴팀 소속 신모 경찰관은 진술조서에서 “위에서 실적을 취합하고, 한달에 한번 (경찰)서별 사이버 업무에 대한 순위 평가를 한다”고 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강성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전 청장의 공판에서 스폴팀 경찰들은 이 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경찰청 대변인실은 2012년 2월3일엔 ‘나경원 편들기 보도 관련 요지 및 대책’ 문건을 작성했다. 이 문건을 보면, 댓글 공작 발각 뒤 경찰은 ‘SNS 홍보기법 집중 교육’ 등 대책을 세웠다.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1억원 피부과 출입’ 의혹을 제기한 ‘나는 꼼수다’를 고소한 사건을 두고 경찰은 ‘나경원 편들기 수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지방경찰청 홍보담당관실이 경찰관들에게 지지 댓글을 달아달라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사실이 언론 보도로 드러났다. 문건은 해당 보도가 “서울청에서 경찰 수사를 지지하는 댓글을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경찰서 및 기동대 홍보담당자 110여명에게 전송한 것을 (언론이) 문제 삼은 것”이라고 했다. 문건은 “서울청 뉴미디어계가 신설된 조직으로 SNS 특성이나 홍보기법에 대한 습득 없이 미숙하게 대응한 점이 있다”며 “온라인소통계에서는 금일 부산청을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SNS 홍보기법 등에 대하여 집중 교육할 예정”이라고 적었다. 스폴팀 경찰들은 최근 공판에서 ‘집중 교육’에 대해 “(댓글을) 은밀하게 하라고 받아들였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조 전 청장은 공판에서 댓글 공작이 “불법·폭력집회를 저지하기 위한 경찰의 정당한 업무”라고 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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