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화폐개혁' 왜 끄집어내나

장우진 기자 2019. 4. 23.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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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총재의 스쳐가는 리디노미네이션 발언으로 화폐개혁 논의가 대한민국을 또 강타했다. 일각에선 정치적 이슈를 고려한 존재 과시용 군불때기일 뿐이라며 폄훼하지만, 또 다른 진영에선 침체된 경제의 불씨를 되살릴 불쏘시개가 될 것이라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민국의 원화가 상대적으로 저평가 됐다는 시각에는 모두가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 시점이 1000원의 액면가를 1원으로 줄여야하는지에 관해서는 저마다들 말이 참 많다. 확산된 논란이 부담스러웠는지 한국은행도 은근슬쩍 발을 빼려는 모양새다. ‘머니S’는 변죽만 울리는 화폐개혁의 본질을 알아보고 지금 왜 이 논쟁이 필요한지 짚어봤다. [편집자주]

[또… 변죽 울리는 ‘화폐개혁’] ②동력 약하면 ‘후폭풍’ 온다

화폐개혁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리디노미네이션 계획이 없다며 입장을 번복했지만 다음달 정책 토론회가 예정돼 있는 등 이슈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달 화폐개혁 이슈가 부각됐을 때부터 후폭풍에 대한 우려 등으로 현실화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있었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화폐개혁을 강행할 만한 경제 여건도, 화폐개혁을 이끌 만한 적임자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무리하게 강행한다고 해도 지하경제 양성화 등 실효성이 미지수인데다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 우려도 만만찮아 장밋빛 전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두차례 화폐개혁… 득실 엇갈려

화폐개혁 이슈는 지난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을 논의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해 촉발됐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 단위를 줄이는 화폐개혁의 일종이다. 이를테면 1000원에서 뒷자리 0 세개를 떼어내 1원으로 낮추는 식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표면적으로는 단순히 단위만 바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체감적으로 화폐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며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철저한 준비가 동반돼야 한다.

문제는 장롱 속의 돈을 끌어낼 방안이 마땅찮다는 것이다. 과거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내놓은 리포트에 따르면 1953년 1차 화폐개혁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1962년 단행한 2차 개혁은 실패한 사례로 꼽힌다. 액면을 10대1로 바꾸면서 구권을 전액 신권으로 교환해주는 과정에서 지하자금을 시장으로 끌어내는 데 실패한 것이다.

당시 정부는 구권 일부만 신권으로 교환해주고 나머지는 1년간 강제예금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반대로 예금동결을 시행한 지 한달 만에 무산되면서 교환받은 신권이 다시 장롱 속으로 숨어들었다. 당시 도매물가 상승률도 10%대여서 무리하게 화폐개혁을 시도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불안한 경제 상황… 독 될 수도

현 상황을 자세히 보면 당시와 유사한 점이 많다. 장롱 속의 돈을 끌어낼 방안을 만들어 낼지 여전히 미지수다. 시대가 변한 상황에서 강제예금 제도 등으로 지하경제 양성화를 꾀하면 시장 논리에 어긋나 강한 반발에 부딪힐 게 불 보듯 훤하다.

화폐단위를 변경하면 인플레이션(화폐가치 하락으로 인한 물가 상승)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1000대 1로 바뀌면 100만원 하던 물건 가격이 1000원으로 낮아지는 데 달라진 화폐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전언이다. 경기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은 심각한 경제위기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

화폐단위를 조정하면서 단위 끝자리에 오름 원칙이 적용될 경우도 고민해야 한다. 한 예로 1만9900원이 19.9원이 아닌 20원으로 되는 식이다. 소수의 상품만 놓고 보면 미미하지만 전 산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실패 사례로 꼽히는 1962년에 비해서도 화폐개혁의 동기부여가 약하다. 실업률과 물가 상승, 국내 경기 하방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화폐개혁까지 강행하면 혼란이 더해질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실업률은 3.5%로 13년 만에,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로 6년 만에 각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정권 들어 소득주도성장, 남북관계의 급진전 등 국내 이슈와 미국의 금리인상 정책, 미중 무역분쟁 등 국내외 불확실성이 맞물린 상황에서 화폐개혁은 자칫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돈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엇갈린 만큼 물가가 오르는 것은 뻔한 일”이라며 “소득주도성장 시행으로 혼란을 겪는 가운데 경제 불안, 미중 무역분쟁 등 곳곳이 성장의 지뢰밭이라 적절치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화폐개혁의 현실적 어려움

다음달 화폐개혁과 관련한 정책 토론회가 예정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행 자체가 버거운 상황이다. 화폐개혁은 정치권과 정부 등의 공조가 이뤄져야 가능한데 이를 이끌만한 적임자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자칫 정치적 논리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김수현 정책실장의 경우 부동산 전문가로 분류되고 강기정 정무수석도 화폐개혁을 추진할 만한 이력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윤종원 경제수석이 단독으로 진행하기도 무리가 따른다. 정부 역시 화폐개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그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분위기 반전용으로 화폐개혁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낸다. 청와대는 지난해 말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올해 경제정책 방향으로 소득주도성장의 속도를 조절하고 대신 경제활력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소득주도성장을 대체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화폐개혁을 제시하면서 시장 분위기를 살펴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총재의 번복도 이런 분위기에 부담을 느낀 측면이 적지 않아 보인다.

김 교수는 “현실적으로 화폐개혁이 이뤄질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며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경제적 어려움의 반등 차원이거나 국면전환용으로 화폐개혁을 꺼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 상황이 매우 좋지 못하고 제조업의 경우 더 힘든 상황인 만큼 화폐개혁 동력이 약하다”며 “장기적으로는 화폐개혁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9호(2019년 4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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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진 기자 jwj1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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