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물질 배출 39개 기업, 발암물질 측정 '불성실'
[경향신문] ㆍ관리 제도 허점 이용해 자체 측정도 않고 배출
대기업 화학 계열사 등 39개 기업이 발암성 대기오염물질을 측정조차 하지 않고 배출해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LG화학, 한화케미칼 등 대기업들이 미세먼지의 원인인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상습적으로 조작한 사실이 밝혀진 데 이어 또다시 관리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23일 녹색연합은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환경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특정대기유해물질을 배출하면서도 자체 측정하지 않은 사업장이 2016년 기준 39곳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들 사업장에는 LG화학, SK인천석유화학, 효성, 금호석유화학, 롯데케미칼, 여천NCC,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들이 포함됐다. 특정대기유해물질은 인체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어 관리 대상으로 지정한 35개 대기오염물질이다.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은 배출농도를 자체적으로 측정하거나, 대행업체에 의뢰해 측정하도록 되어 있다.
자가 측정을 하지 않은 경우는 크게 3가지다. 우선 특정대기유해물질 35종 중 17종에만 배출기준이 설정되어 있어, 여기에 포함되지 않으면 법적으로 측정하지 않아도 된다. 벤조피렌이 대표적이다. 환경부에서 위험물질로 분류를 해놓고도 관리에 공백을 만들어놓은 셈이다. 오염물질 방지 시설을 설치한 경우에도 자가 측정을 안 해도 된다. 방지시설을 설치하면 오염물질이 기준 이하로 나올 것으로 보고, 따로 관리를 안 한 것이다. 이 경우 제대로 배출허용기준을 지키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가장 문제는 배출허용기준도 있고, 면제 대상도 아닌데 기업이 임의로 측정을 하지 않은 경우였다. SK인천석유화학은 2016년까지 분기 1회씩 측정을 하다가 계속 ‘불검출’로 나오자 2017년부터는 측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환경부 ‘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시스템’에는 이 업체가 2016년 기준 1164㎏의 벤젠을 배출한 것으로 돼 있었다. SK인천석유화학의 경우 산업단지가 아닌 주거지역에 있어 주변 주민들의 우려가 더욱 큰 곳이다. SK인천석유화학은 입장문을 통해 “2012년 중유에서 전환한 액화천연가스(LNG)에는 벤젠이 없어서 법적 측정 의무가 없으며, 수치는 이론적으로 계산된 것일 뿐 실제 측정에선 검출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들 사례가 위법 행위는 아니다. 제도상의 허점을 틈타 기업들이 배출 관리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측정을 임의 누락한 경우는 실제로 법을 어겼을 가능성도 있다.
녹색연합은 “환경부에선 기업들에 자가 측정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각 업종과 사업장에서 배출하는 물질의 종류를 정확히 파악해 배출되는 전체 유해물질에 대한 측정 의무화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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