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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서울아파트 분양받으려.. 전문직 2030 '캥거루 재테크'

이동휘 기자 입력 2019.04.24. 03:06 수정 2019.04.24. 07:54
김명수 대법원장 아들부부처럼 부모 집에 더부살이하며 돈 모아
"대출 까다로워져 현금 꼭 필요.. 시댁·처가살이 잠시 감수하면 무주택 기간 늘고, 주거비도 절약"

대기업에 다니는 정모(35)씨 부부는 지난해 말 전세 5억원에 살던 서울 동작구 아파트를 나와 경기도 고양시 처가(妻家)로 들어갔다. 현재 장인 소유의 60평대 아파트에서 방 한 칸을 얻어 살고 있다. 당장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은 아니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아내와 정씨 두 사람 연봉을 합치면 1억3000만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합가(合家)를 선택한 것은 아파트 때문이다. 두 사람의 목표는 서울 강남 지역 아파트에 청약해 당첨되는 것이다. 당장 살 수 있는 수도권 변두리 소형 아파트 대신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큰 서울 강남권 아파트를 분양받겠다는 생각이다. 정씨는 "처가에 살면서 주거비와 생활비를 아끼고, 번 돈은 저축해 3~4년 후쯤 청약 대금을 모두 마련할 생각"이라고 했다.

주택 구입 자금을 모으기 위해 부모에게 더부살이하는 전문직·고소득 20~30대가 늘고 있다. 과거 불황기 때 주거비 절약을 위해 부모 집에서 살던 '캥거루족(族)'과 달리 부동산 재테크를 위해 '일시적 합가'를 하는 것이다. 부모가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금수저 재테크'라는 말도 나온다.

현재 분양가가 9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공공기관 분양 보증이 나오지 않아 은행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기 어렵다. 하지만 비(非)강남권의 전용면적 84㎡ 아파트도 분양가가 10억원이 훌쩍 넘는다.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중도금 7억~8억원을 낼 현금이 없으면 분양을 받기 어렵다. 20~30대의 경우 부모 도움 없이는 서울 지역 새 아파트에 들어가기 어려운 셈이다.

부모 집에서 사는 게 아파트 청약에 도움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다(多)주택자인 부모와 같은 집에 살 경우 자녀는 해당 기간을 무(無)주택 기간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하지만 1주택자인 부모와 살거나, 부모가 다주택자라고 해도 부모 소유 집에 자녀만 사는 경우 무주택 기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청약 여부와 상관없이 부모와 살면서 주거비를 아낄 수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 아들 김모(33) 판사 부부도 2017년 9월 분양가가 최소 10억원이 넘는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고, 작년 1월 대법원장 공관(公館)으로 이사했다. 그 전에는 장인이 소유한 서울 아파트에서 살았다고 한다.

회계사 윤모(33)씨는 서울 강남의 친정집으로 들어가 살자고 남편을 설득 중이다. 이유는 아파트 청약 대금을 모으기 위해서다. 윤씨 부부는 3년 전 결혼 때 양가 부모 지원과 그간 저축한 돈으로 서울 영등포구에 전세 6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얻었다. 윤씨는 "전세 보증금을 빼서 유동자금을 만들어두고, 몇 년만 고생하면 오롯이 내 집이 생길 수 있다고 남편을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처가나 시댁 부모와 같은 집에서 사는 것이 불편하다고 생각하지만 재산을 불릴 기회를 잡을 수 있으니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인터넷 부동산 관련 카페에도 합가로 재테크하는 방법에 대한 글들이 수십 건 올라와 있다. 편법을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결혼한 자녀가 부모와 함께 살면서 주민등록은 친척집 등 다른 곳에 두기도 한다. 주민등록까지 옮겨 합가를 하면 다주택자인 부모 집에 사는 동안은 무주택 기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법 규정을 피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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