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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판사'로 내려간 박보영 前대법관에.. KBS, 갑자기 찾아가 "과거 판결 왜 그랬냐"

박국희 기자 입력 2019.04.24. 03:08
[오늘의 세상]
여수시법원 주차장서 질문 공세.. 촬영 협조 공문은 뒤늦게 보내

KBS 취재팀이 최근 순천지원 여수시법원 판사로 근무하는 박보영〈사진〉전 대법관을 갑자기 찾아가 과거 판결에 대해 해명하라면서 원치 않는 촬영을 한 사실이 23일 알려졌다. 이를 두고 법원 내에선 "법관 독립을 훼손하는 압박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KBS 시사 프로그램 '추적 60분' 취재진은 지난 15일 정오쯤 여수시법원 청사 주차장에서 점심 식사를 하러 나가는 박 전 대법관을 향해 "과거사 판결 피해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등의 질문을 했다. 박 전 대법관은 작년 1월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소액 사건을 다루는 시·군법원 판사가 돼 작년 9월부터 여수시법원에서 일하고 있다.

갑자기 방송 카메라를 맞닥뜨린 박 전 대법관은 당황해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현장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법원 측이 KBS의 촬영 협조 공문을 받은 것은 이미 촬영을 강행한 이후인 오후 2~3시쯤이었다. KBS는 법원과 박 전 대법관 앞으로 보낸 공문에 "과거 국가 폭력과 관련해 양승태 사법부 시절, 과거사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판결을 했는데 피해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느냐" 등의 예상 질문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공문에서 박 전 대법관이 대법관 재직 시절인 2013~2015년 선고한 세 판결에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제한해 과거사 피해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1950년 전남 지역 인민군 부역 혐의자를 색출하기 위한 경찰의 불법 구금·사살, 1974년 국군보안사령부 수사관들의 불법 체포, 1978년 중앙정보부의 서울대생 불법 구금 등과 관련해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었다. 하지만 이 중 두 판결은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이 내린 전원 합의체 사건이었다.

촬영 다음 날인 16일 여수시법원은 KBS에 "동의하지 않은 촬영 내용을 방영하면 민사상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박 전 대법관은 공문에 본인 도장을 직접 찍었다. 그는 신변 위협을 느끼고 불안감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적 60분'의 방영 예정일은 오는 26일이다.

법원 내부에선 "법정 밖에서 판사에게 판결 이유를 밝히라고 강요하는 것은 재판과 법관의 독립을 훼손하는 일"이란 지적이 나왔다. 한 부장판사는 "언론이든 사건 관계자든 이런 식으로 판결에 불만을 품고 찾아온다면 판사들이 위협을 느껴서 제대로 재판하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판사는 "판결문에 모든 것을 밝혔는데 일일이 판결 이유를 설명하는 게 과연 맞느냐"고 했다. 최근 MBC '스트레이트' 취재진도 서울중앙지법 판사실에서 해당 판사 몰래 녹취한 발언을 방영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KBS '추적 60분'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여수시법원에는 공문으로, 박 전 대법관에겐 개인 메일로 취재 요청을 보냈으나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 직접 만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예의를 갖춰 질문했다"며 "질문 과정에서 물리적 접촉도 없었으며 인터뷰는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진행했다"고 밝혔다. 취재 이유에 대해선 "국민한테 많은 비판을 받는 과거사 재판 등에 대해선 국민을 대변해 질문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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