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6000대 팔아치운 판매왕 가슴엔.. '진인폰 대천명'

류정 기자 2019. 4. 25.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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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인터뷰] 시골서 탄생한 영업의 神
현대자동차 평택 안중지점 이양균

"새벽에 오는 고객 전화는 더 잘 받아야 합니다. 얼마나 다급하면 그 시간에 전화를 할까요."

판매왕의 보물, 고객 수첩 20권 - '6000대 판매 거장' 이양균 현대차 이사가 24일 현대차 안중지점에서 29년간 손으로 적은 '고객 수첩' 20여 권을 보여주며 웃고 있다. 이 수첩에는 고객들이 언제 누구 소개로 어떤 차를 얼마에 어떤 옵션을 넣어 구매했는지 등이 한 쪽당 3명씩 빼곡히 적혀 있다. /주완중 기자

현대차가 만든 '6000대 판매 거장(巨匠)' 타이틀을 지난 22일 최초로 거머쥔 이양균(56) 현대차 이사의 휴대폰은 24시간 대기 중이다. 4000여 명의 고객 번호가 저장돼 있고, 그는 하루에 평균 140통 전화 통화를 한다. 그는 "밤에 사고가 나면 당황해서 보험사 직원보다 저를 먼저 찾는 분들도 있다"며 "차를 팔고 난 뒤 나 몰라라 하지 않고, 성심껏 사후 관리를 해드린다"고 했다.

그는 오전 8시 반에 출근해 밤 11시에 귀가한다. 점심 시간도 아까워 아내가 가져다주는 도시락으로 15분 만에 식사를 해결한다. 저녁엔 주로 상가(喪家)에 가거나 봉사활동을 다닌다. 주말에도 고객을 만나거나 결혼식에 간다. 그는 "사람 만나는 게 즐거워하는 일이라 노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현대차는 나의 놀이터"라고 말했다.

인구 4만명 읍(邑)에서 6000대 판매

그는 현대차 안중지점 소속이다. 안중지점은 인구 4만명의 경기도 평택시 안중읍을 담당한다. 이런 작은 지역에서 그는 29년간 일하며 누적 6000대를 팔았다. 안중읍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현대차는 모두 그가 팔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 판매왕들은 법인판매를 많이 하지만 안중 지역엔 기업 본사가 거의 없다. 이양균 이사가 판 차는 99%가 1대1, 개인 판매다. 게다가 농축산업·자영업 종사자들이 많아 판매량 40%가 1t 트럭 '포터'다. 승용차처럼 쉽게 바꾸는 차가 아니다. 그런데도 해마다 200대 넘게 팔고 있다. 지난해 265대를 팔아 평일 하루 한 대씩 판 셈이다.

이런 곳에서 그는 어떻게 현대차 최고 판매왕에 올랐을까. 비결은 "안중에서 이양균을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정도의 인맥이다. 안중읍 옆 현덕면에서 태어나 군 복무 기간을 빼고는 이 동네를 떠난 적이 없다. 축구선수가 꿈이었지만 농사짓는 홀어머니와의 생계가 더 급했다. 경희대 체육학과 재학 당시 새벽에 신문·우유 배달을 했고, 졸업 후 1년 동안 신문지국·우유대리점을 해 '부지런한 청년'이라고 소문났다. 1990년 현대차에 입사한 뒤에는 본격적으로 인맥을 넓혔다.

그는 초·중·고·대학 동문회를 비롯해 안중읍에 있는 거의 모든 단체(총 25개)에 소속돼 있다. 안중라이온스클럽 회장과 적십자안중봉사회장을 지냈고, 평택83회(용띠해 축구 모임) 현 회장이고, 현덕청심회(봉사단체) 회장에 내정됐다.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새벽 6시에 나가는 조기축구 모임은 큰 자산이 됐다. 이곳에서 만난 한 선배는 그에게 120대의 차를 팔아주기도 했다.

그는 동네 어딜 가도 인사하느라 바쁘다. 그는 "영업의 기본은 인사"라며 "인사만 잘해도 고객들은 나를 기억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모임에서든 자동차 얘기는 먼저 꺼내지 않는다"며 "그 모임 활동에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다만 한번 차에 관심을 보인 고객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 그는 "진심을 다하면 통하게 돼 있다"며 "고객들은 5분만 상담해도 진심인지 아닌지 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돈으로 '포터' 한 대를 구매해 집에 세워뒀다. 당장 생업에 필요한데 출고까지 2개월 걸리는 포터 고객들이 있으면 우선 빌려주기 위해서다.

"29년간 적은 고객 수첩 20권이 보물"

그도 1990년 입사 후 첫 5개월간은 차를 한 대도 못 팔았다. 그는 "입사 초기 상담을 받았던 한 고객이 다른 사람한테서 차를 샀다. 너무 분했다"며 "그런데 그 손님이 나중에 미안하다며 지인을 데려와 차를 팔아줬다. 그때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번 인연을 맺은 고객은 고객 수첩에 적는다. 지난 29년간 기록해놓은 20여권의 '고객 수첩'에는 언제 어떤 고객이 누구 소개로 무슨 차를 샀는지 빼곡히 적혀 있다. 그는 "일이 잘 안 풀릴 때 수첩을 들여다보면 힌트를 얻는다"며 "연락을 못 했던 고객들에게 안부 인사를 하다 보면, 어느새 또 한 건의 실적이 쌓인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서 20년 재직 기념으로 미국 여행을 보내주겠다고 했을 때에도 "전화를 잘 못 받을까 봐" 내키지 않았을 정도다. 결국 미국 여행을 가서도 새벽에 전화통을 붙들고 있었고, 다녀오니 80만원의 국제전화 요금이 청구됐다. 고객들의 전화는 구매 상담·소개뿐 아니라 보험 처리, 세무 상담, 중매 요청까지 다양하다. 농번기에는 모심기도 돕는다. 그러나 그는 "살면서 고객들로부터 내가 더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의 연 수입은 2억여원. 세금을 제하면 1억3000만원 정도다. 하지만 경조사비만 1000만원을 쓰고 선팅 서비스 등 판촉비가 많다 보니 실제 가져가는 돈은 8000만원 안팎이라고 한다. "부자는 아니지만 노후 걱정 없는 게 어디냐"며 "내 재산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영업직은 정규직으로 정년이 60세다. '이사' 직급을 단 영업직은 그를 포함해 전국에 6명뿐이다. 그는 "회사가 기회를 준다면 70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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