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조평통 "南의 배신"이라는데..정부는 "양측 평화의지 확고"

변지희 기자 2019. 4. 2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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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25일 한국과 미국이 실시한 연합편대 공중전투 훈련을 "배신적 행위"라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조평통이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한을 비난한 것은 작년 1월 23일 북한 예술단 방남 당시 남측 보수단체가 인공기와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을 불태운 사건 이후 15개월만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공식 대응을 하지 않은 채 "남북의 평화의지는 확고하다"며 조평통 담화 기조와는 동떨어진 반응을 보였다.

국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강경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오지랖' 발언 때 부터인데, 우리 정부가 아직까지도 희망적으로만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조평통의 대남 비난 담화는 하노이 회담 결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영철 대신 통일전선부장이 된 장금철의 첫 작품이어서 북한의 새로운 대남 기조를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왔다.

2017년 12월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 기간에 미국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오른쪽 맨 위)가 한반도 상공에서 한·미 전투기들과 편대비행을 하는 모습. /공군 제공

◆ 軍, 北 공식 비난에도 "9·19 합의 준수 중"

조평통은 이날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조선당국의 배신적 행위는 북남관계를 더욱 위태로운 국면으로 떠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군사당국이 대규모 연합 공군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을 10년만에 폐지하고 규모를 축소해 훈련을 실시했는데도 이를 강도높게 비판한 것이다. 북한 대남선전매체들이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한 적은 여러차례 있었지만, 공식 기구인 조평통을 통해 비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평통은 북한 국무위원회의 직속기구다.

조평통은 "남조선 당국은 체질화된 도발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북남관계를 판문점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는 위험한 장난질에 계속 매달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조선당국이 미국과 함께 우리를 반대하는 군사적 도발 책동을 노골화하고 있는 이상 그에 상응한 우리 군대의 대응도 불가피하게 될 수 있다"고 했다. 군사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 셈이다.

그동안 군 당국은 "(현재까지) 북측이 공식적으로 우리 측의 군사합의 위반을 주장 한 바는 없다. 남측을 향한 공식적인 성명이나 담화를 북한의 공식입장으로 판단한다"고 해왔다. 북의 대남 비난이 대부분 북한 선전매체를 통한 것이어서 북 당국의 공식 입장으로는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북한이 조평통을 통해 한미 군사훈련을 비난했음에도 국방부는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국방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군은 9·19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하지 않았으며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올해 계획된 남북간 군사합의 사항들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제반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고만 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통전부의 영향력 아래 있는 조평통의 대남 비방 담화는 통전부장을 김영철에서 장금철로 교체한 후 나온 첫 공식 메시지"라며 "한국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만큼 한국 정부의 태도가 어떻게 바뀌는지 지켜본 뒤,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으면 군사 도발 같은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예고한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의 대응에 대해선 "한쪽 귀를 막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연철 통일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연합뉴스

◆ 외교·통일·국방장관, 北 비난에도 "4차 남북 정상회담 열기 위해 노력"

조평통이 강도 높은 대남 비난을 한 이날 외교·통일·국방장관은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앞두고 열린 더불어민주당 세미나에서 한목소리로 "4차 남북 정상회담을 조속히 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반드시 이행하겠다는 양 정상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조평통 담화와는 동떨어진 발언을 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정은이 지난 12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를 그만두라'고 했을 때 부터 북한은 이미 대남 강경 모드로 들어선 것"이라며 "정부가 상황을 희망적으로만 바라봐선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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