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권 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 "정책 실패 아니다"라는 청와대

입력 2019. 4. 26.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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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0.3%로 내려가 10여 년 만의 최악을 기록했다. 2017년 4분기의 마이너스 0.2%에 이어 이 정부 들어 두 번째다. IMF 외환위기 이후 분기별 마이너스 성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 사스(SARS) 사태로 한 번, 이명박 정부 때 세계 금융 위기로 한 번씩 있었을 뿐인데, 문재인 정부는 특별한 위기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두 번이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세금 퍼부어 억지로 성장률을 끌어올렸지만 연초에 예산 집행이 약간 주춤해지자 금세 바닥이 드러났다. 세금 약발이 떨어지면 마이너스로 추락할 만큼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나쁜) 외부 경제 여건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반도체 호황이 사그라들면서 수출은 5개월 연속 감소세다. 그러나 마이너스 성장을 할 정도로 세계경제 여건이 나쁘진 않다. 중국은 1분기에 6.4%(전년 동기 대비) 성장해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냈고, 미국도 2%대(연율)의 견실한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 나라가 성장세를 유지하는 속에서도 한국만 성장에 급제동이 걸렸다. 경기(景氣)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선행 지수는 1970년 통계 작성 후 처음으로 9개월 연속 동반 하락 중이다. 6개월 뒤를 예고하는 경기 선행 지수가 하락한다는 것은 앞으로도 성장 부진이 계속될 것임을 의미한다.

청와대 설명과 달리 마이너스 성장은 내부적 원인이 더 컸다. 1분기 설비투자는 10.8%나 감소해 외환 위기 이후 21년 만의 최악으로 곤두박질쳤다. 제조업 생산은 2.4% 감소해 10년 만의 최악, 소비는 0.1% 증가에 그쳐 2년여 만의 최저였다. 경제성장의 3대 축인 생산·투자·소비가 일제히 쪼그라들었다. 어느 것 하나 좋은 지표가 없다. 오일 쇼크나 외환 위기 때도 없던 상황이 벌어졌다. 남유럽 재정 위기와 세수 결손을 겪었던 박근혜 정부 때도 마이너스 성장은 없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갑자기 성장 부진에 빠져 저성장이 고착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결국 정책 실패 때문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 같은 지나친 노동 편향 정책이 시장 활력을 위축시키고 있다. 대기업 사정(司正) 같은 일련의 반기업 기조가 기업 의욕을 꺾어놓고 있다. 지난해 기업들은 국내 투자는 줄이면서 해외 투자는 더 늘렸다. 일자리와 성장 동력이 국내의 열악한 환경을 피해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뜻이다. 잘못 설계된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이 경제 활력을 쪼그라트리고 성장 엔진을 꺼트리는 역효과를 냈다. 정부가 정책의 정당성을 더 이상 변명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왔다. 반시장·반기업의 소득 주도 성장 노선을 포기하고 경제 운용 기조를 전면 수정하는 것밖에 해법이 없다고 경제 전문가들이 일제히 지적한다.

그런데도 청와대 측은 "정책 실패라는 지적에 동감하지 않는다. 기조 변화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이너스 성장에 대한 반성은커녕 좋은 지표를 알리겠다며 경제 홍보 강화를 추진한다고 한다. 청와대가 정책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독선에 빠져 있는 한 저성장 함정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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