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수한의 리썰웨펀]"일본 극우단체 상징이 무궁화..아무도 몰랐나?" 어느 교수의 한탄

2019. 4. 27. 12:12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 가입된 日극우단체 ‘일본회의’

-상징 휘장, 회원증, 뱃지가 모두 무궁화

-韓 문학예술계에 무궁화 관련 작품 희박

-국내 포털 ‘무궁화’ 설명 日원문 번역의혹

일본 극우단체 '일본회의' [사진=페이스북 캡처]
무궁화와 일장기. [사진=강효백 교수 제공]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일본 극우보수단체인 ‘일본회의’의 상징이 무궁화다. 한국 학계와 정치계는 이런 사실을 정말 몰랐나?”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27일 “무궁화는 그 생김새가 일장기와 꼭 닮은 꽃이라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꽃”이라면서 이렇게 한탄했다.

강 교수는 “일본에는 무궁화가 일본의 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면서 “무궁화를 한국인도 좋아하고 일본인도 좋아하면 안 되냐고 되묻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차원이 아니다. 역사문화적으로 한국인과 무궁화는 정서적으로 괴리되어 있다. 일제 강점기 이전에 우리 조상들에게 무궁화는 친숙한 꽃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본회의는 상징 휘장과 회원증, 뱃지를 모두 무궁화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조선왕조실록에서 무궁화에 대한 언급이 딱 한 번 있다. 그것도 ‘단명(短命: 일찍 죽음)의 상징’으로 언급한 것”이라며 “조선시대 이전 시조나 가사, 고려가요, 향가와 같은 우리 민족의 고전 문학작품에서 우리 선조들이 무궁화에 대해 읊은 사례는 전무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면, 일본의 시문학 장르인 하이쿠에서 무궁화와 관련된 것만 지금까지 총 693개를 확인했다”며 “일본의 무궁화 노래는 1911년 초등학교 1학년 음악교과서부터 2018년 단카 월간지까지 포함해 8000여곡이 넘는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일본에는 무궁화 팬티, 무궁화 브래지어, 부궁화 브로치, 무궁화 네일아트 등 무궁화가 일본인들의 일상에 널리 퍼져 있다”며 “우리 한복 중에 무궁화 한복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봤나. 단군 조선 이후 반만년 동안 무궁화를 새겨 입은 우리 조상은 과연 몇이나 되나. 우리 민족과 무궁화의 연관성을 찾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무궁화 관련 문화재는 45건 이상이며, 무궁화 관련 신앙만 12만8000여건의 결과가 나왔다”며 “무궁화를 새긴 기모노 검색 결과는 10만2000여건, 무궁화 훈도시(속옷)는 8860건이 나온다”며 개탄했다.

강 교수는 “무궁화가 어떻게 우리나라의 꽃이 되었는지에 대해 추적해보니 일제 강점기이던 1935년 10월 21일자 동아일보에 ‘조선의 국화 무궁화의 내력’이라는 기사가 있다”며 “그 기사에는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조선에도 개화풍이 불어오게 되고, 서양인의 출입이 빈번해지자 당시의 선각자 윤치호 등의 발의로 양악대를 비롯해 애국가를 창작할 때 애국가의 뒤풀이(후렴)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구절이 들어가면서 무궁화는 조선의 국화가 되었다]는 내용이 있다”고 전했다.

◆“무궁화 노래한 일본 문학작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 등에 따르면, 윤치호는 1909년 11월 그해 10월 26일 하얼빈 역에서 안중근 의사에 사살된 이토 히로부미 추도행사의 한국측 대표를 맡았다. 1910년 경술국치 이듬해인 1911년 남작 작위를 세습했다. 1945년 4월 3일 일본제국의회 귀족원 칙선(勅選: 천황의 선발)의원으로 임명됐다.

일본제국의회 귀족원은 일본 황족, 화족 의원과 천황이 직접 선임하는 칙선 및 일정액 이상 국세납부자로 구성됐다.

강 교수는 “일제 강점기 조선인으로 귀족원 의원에 선임된 예는 1945년 4월 7명과 이전에 선임된 3명, 모두 10명에 그쳤다”고 말했다.

그는 “유명 인터넷 포털에서 ‘무궁화’를 검색하면 무궁화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무궁화는 한민족의 얼을 상징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설명글이 ‘무궁화는 일본 민족의 얼을 상징한다’는 일본어로 된 원문의 번역본임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 원문에는 [무궁화는 일본민족을 상징한다. 무궁화에는 일본의 민족정신이 깃들어 있고 일본 민족의 얼이 스며져 있기 때문이다./첫째로 무궁화는 생명력이 강하다/둘째로 무궁화는 한번 피기 시작하면 장장 서너 달씩이나 끊임없이 피고 지기를 계속하여 칠월에 시작한 꽃이 시월이 지나도 피기를 멈추지 않으니 그 은근한 끈기는 일본의 민족성에 잘 맞는 꽃이라고 할 것이다/셋째로 무궁화는 봄에 뭇꽃들과 함께 피지 아니한다/넷째로 무궁화는 새벽에 피기 때문에 그 꽃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모습은 여간 근면한 사람이 아니면 볼 수 없다/다섯째로 무궁화는 소박하고 순수하며 중용의 미덕을 갖춘 꽃이다/여섯째로 무궁화는 그 지는 모습이 깨끗하다…무궁화의 이와 같은 최후는 일본 조상들이 가장 높이 평가한 모습이었다…사무라이 정신의 체현이다…무궁화꽃이 질 때에는 꽃잎이 하나하나 떨어지지 않고 송이째로 떨어지는 것은 일본 민족이 어떠한 고난 앞에서도 이웃과 협동하며 한마음으로 뭉치는 민족임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무궁화에는 일본 민족의 얼이 깃들어 있고 그 애정과 자부심이 집약됨으로써 일본민족의 영혼이 된 것이다]고 되어 있다.

국내 포털의 지식백과에서 무궁화에 대한 설명 또한 이와 거의 같은 내용으로 되어 있으나, ‘일본 민족’을 ‘한민족’으로 바꾼 내용이다.

◆‘무궁화’ 지식백과 내용, ‘무궁화는 일본 민족의 얼’ 번역의혹=국내 포털의 지식백과 내용은 [무궁화는 한민족을 상징한다/첫째로 무궁화는 생명력이 강하다/둘째로 무궁화는 한번 피기 시작하면 장장 서너 달씩이나 끊임없이 피고 지기를 계속하여 칠월에 시작한 꽃이 시월이 지나도 피기를 멈추지 않으니 그 은근한 끈기는 우리의 민족성에 잘 맞는 꽃이라고 할 것이다/셋째로 무궁화는 봄에 뭇꽃들과 함께 피지 아니한다/넷째로 무궁화는 꼭두새벽에 피기 때문에 그 꽃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모습은 여간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면 볼 수 없다/다섯째로 무궁화는 소박하고 순수하며 중용의 미덕을 갖춘 꽃이다/여섯째로 무궁화는 그 지는 모습이 깨끗하다…무궁화의 이와 같은 최후는 우리 조상들이 가장 높이 평가한 모습이었다…무궁화에는 우리 민족의 얼이 깃들어 있고 그 사랑과 자부심이 집약됨으로써 한민족의 상징이 되고 있는 것이다]라고 되어 있다.

강 교수는 “일본의 극우보수단체인 ‘일본회의’의 상징이 무궁화”라며 “이 조직에는 아베 신조 총리 등 일본 자민당의 거물들이 대거 가입돼 있다. 과연 우리 학계 학자들과 정치인들은 이런 사실을 몰랐나”라며 한탄했다.

그는 “국내 원예학계, 식물학계의 권위 있는 전문가가 최근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이처럼 다양한 기록과 문학작품에서는 많은 별칭으로 불렸던 무궁화지만 특이하게도 그림으로 그려 남겨진 것은 거의 없다. 근세 조선시대까지 남겨진 그림 중 유일하게 확인할 수 있는 무궁화 그림은 조선말기 도화서의 화원 유숙(劉淑, 1827-1873)이 민화풍으로 그린 작품 ‘장원홍(壯元紅)’이다]라고 언급하고 있다”며 “조선시대에 무궁화를 그린 그림은 없었다. 장원홍은 일반인들도 이미 모란의 일종으로 알고 있는 꽃인데 우리 학계 권위자들이 왜 이런 사례를 무궁화라고 대중에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한국 무궁화를 언급한 오래된 고서 ‘산해경’의 풀이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산해경에는 ‘군자국(君子國)에 훈화초가 많은데 아침에 살고(生) 저녁에 죽는다(死)’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군자국을 ‘조선’으로, 훈화초를 ‘무궁화’로 해석했다. 과연 타당한 해석인지 의문”이라면서 “군자국이 조선을 지칭한다고 풀이하는 사람들은 전 세계에 한국 사람들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해경에는 ‘조선’이라는 나라가 ‘군자국’이라는 나라와는 별개로 등장한다”며 “산해경은 조선을 ‘군자의 나라’라고 한 것이 아니다. 조선과는 별도로 ‘군자국’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도대체 누가 왜 산해경의 군자국을 조선이라고 풀이했을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soohan@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